LIFESTYLE 뜻밖의 신드롬

이 영화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한, 100% 동양인 캐스팅의 영화라는 것.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어떻게 올해의 신드롬이 되었나.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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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는 지난 8월을 ‘동양인의 8월(Asian August)’이라고 불렀다. 주연 인물을 모두 동양인으로 캐스팅해서 화제가 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고, 한국계 배우인 존 조를 중심으로 한국계 가족의 이야기로 새로운 영상 실험을 한 <서치>가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또한 원작 그대로 동양인 여주인공(라나 콘도르)을 캐스팅해 팬덤이 생길 만큼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들은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데 그치지 않고 상호 지지하며 힘을 모았다. 한국계 미국인 가수 에릭 남 형제를 비롯해 많은 동양계 미국인 유명인들이 상영관의 1회 차 티켓을 모두 사는 방식으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지지했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감독 존 추와 주연 배우 헨리 골딩 역시 같은 방식으로 <서치>를 밀어주었다. 할리우드에서는 보기 어려운 단합이었다. 특히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전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제작비의 7배에 가까운 수익을 벌어들이며 올해의 신드롬 중 하나가 됐다.

 

 

 

2018년의 영화계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작품이 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미국의 경제학 교수인 레이첼 추(콘스탄스 우 분)가 결혼을 위해 남자친구 닉 영(헨리 골딩 분)의 고향인 싱가포르를 방문했다가 그가 엄청난 부자인 것을 알게 되고, 남자친구의 부모와 갈등을 겪는다. 마치 한국 아침 드라마의 시놉시스처럼 보이는 이 줄거리가 미국 사회에서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아시안 배우는 철저히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배제된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흥행이 신드롬으로 여겨질 만도 하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한 작품 중 주요 등장인물이 오직 동양인으로만 이루어진 작품은 <조이 럭 클럽> 이후 25년 만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지점은 이 작품이 오직 동양인 배우가 출연했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은 아시안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변형하고 뒤틀면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충실한 수작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동양인 중심의 TV 시트콤 <프레시 오프 더 보트>에서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 콘스탄스 우를 포함해 양자경, 젬마 찬, 소노야 미즈노 등 아시아 여성 배우들의 개성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시대에 어울리는 장점이다. 

 

 

 

래퍼로 주목받고 <오션스8>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데 이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도 코믹 연기로 주목해야 할 배우 대열에 합류한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흥행하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그 말의 의미는 정말로 흥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백인 주연의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흥행하지 못하더라도 당연히 다음 기회를 받고, 또 동양인 주연의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보다 더 큰 흥행을 거뒀고, 속편 제작에 대한 논의가 바로 시작됐다. 지난 8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지금까지 아예 보이지 않거나 전형적인 편견에 싸인 모습으로만 등장해온 동양인 캐릭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 기회는 계속될 것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보는 것은 이어질 기회의 시초를 만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한국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보다 빨리 개봉한 <서치>는 개봉 초반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작품성에 대한 입소문을 타면서 추석 연휴까지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아 300만 관객을 기록했다. 과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도 <서치>와 같은 길을 갈 수 있을까. 10월 25일 개봉한다.

※ 이 글을 쓴 윤이나는 영화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더네이버, 무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CREDIT

EDITOR : 윤이나PHOTO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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