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EVERYDAY ART & DESIGN

관조의 대상인 예술과 디자인이 재치 있는 갤러리스트 부부의 집에서 일상의 가구와 소품이 되었다. 집 안 곳곳에서 즐기는 아트 & 디자인 라이프.

2018.10.29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아트워크와 빈티지 가구로 연출한 메인 거실. 벽난로의 양쪽 기둥은 론 아라드, 그 위에 걸린 지도를 테마로 한 섬유 자수 작품은 이탈리아 작가 알리기에로 보에티, 오른쪽에 걸린 인물화는 게리 흄 작품이다. 벽난로 왼쪽 벽면에 걸린 아트워크는 레바논 예술가 나빌 나하스 작품. 머리에 쟁반을 얹고 있는 원숭이 형상의 조각은 클로드 & 프랑수아 자비에 라레인의 작품. 거실의 소파는 모두 1950년대 빈티지로 벨벳 커버를 새로 입혀 사용하고 있다.

 

런던 노팅힐에 자리한 1900년대 지어진 빅토리언 양식의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된 이 집은 밖에서 보면 주변 건물과 별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려한 색감과 전형성에서 벗어난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경이감과 함께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현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관 복도에서부터 주방, 심지어 지하에 있는 아이들 놀이방에 이르기까지 현대 미술의 거장 작품이 포진해 있음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고, 빅토리언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집에 어울리는 고전적인 가구가 놓여 있을 거라 예상한 사람이라면 스테인리스 스틸과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추상적 형태의 암체어가 1950년대 빈티지 벨벳 소파와 함께 놓여 있는 파격적인 장면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주얼리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루이자 기네스와 런던과 홍콩에서 아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벤 브라운 부부. 

 

“저희 부부는 각자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집을 꾸밀 때 무엇보다 중시한 게 갤러리 같지 않은 집이었습니다. 어차피 집 안에 아트 & 디자인 피스를 들여놓을 건데 굳이 실내를 우리 부부가 하루 종일 일하는 갤러리의 화이트큐브처럼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모던 아트 & 디자인에 열정을 가진 프로페셔널 부부. 홍콩에서 태어난 벤 브라운(Ben Brown)은 사회 첫발을 소더비(Shotheby’s)에서 내딛고 지난 2004년 독립, 현재 런던과 홍콩에서 벤 브라운 파인 아츠(www.benbrownfinearts.com)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아내 루이자 기네스(Louisa Guinness)는 기네스 맥주 제조 회사와 금융사를 거느린 아일랜드 귀족 가문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설립하기 전 금융업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남편의 영향도 있었지만 업무와 관련해 자연스럽게 예술과 디자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죠.” 브라운과 기네스는 모던 아트 & 디자인 갤러리업계에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색다른 전시를 기획하는 모험심 강한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홍콩에서 나고 자란 브라운은 일찍이 비주얼 아티스트 키티 추(Kitty Chou), 예링한(Ye Linghan) 등의 젊고 재능 있는 중국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이들을 세계 현대 미술 시장에 소개하는 선구자라면 파인 아트와 디자인을 좋아하는 기네스는 이를 몸에 지니고 실용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주얼리 갤러리를 오픈했다. “일명 ‘웨어러블 아트 & 디자인(Wearable Art & Design)’을 추구해요. 예를 들어 론 아라드는 조형적인 가구를 선보이는데, 이는 마치 조각품 같기도 하죠. 저는 이를 집에 두고 쓸 수 없다면 주얼리로 만들어 누구나 몸에 지니고 멋을 내고 그 디자인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2003년 시작된 루이자 기네스 갤러리(www.louisaguinnessgallery) 이름에는 ‘주얼리 by 아티스트’라는 부제가 딸려 있으며,  그녀의 웨어러블 아트 & 디자인에 대한 확신은 세계적 디자이너 론 아라드를 필두로  설치 미술가 아니시 커푸어, 팝 아티스트 제프 쿤스, 일본 설치 작가 마리코 모리, 영국 화가 겸 조각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등 21세기 현존 작가뿐만 아니라 고인이 된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에토레 소사스, 추상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 프랑스 조각가 니키 드 생팔 등 20세기 아티스트의 작품까지 주얼리로 재탄생시키며 새로운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았다. “현존하는 작가들과의 작업은 제가 그들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흥미로운 도전이었죠. 다행히 작가들 모두 제안을 받아들였고, 기꺼이 새로운 모험에 동참해주어 의미 있는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이 집의 건축미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현관과 복도.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과 아치 문은 1900년대 지어진 빅토리언 시대 건축의 상징이다. 오른쪽 벽면에 걸린 액자는 알리기에로 보에티의 자수 작품 ‘After’를 찍은 사진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전이 공간 역시 아트워크로 꾸몄다. 벽면에 걸린 그림은 브라질 예술가 비크 무니스가 2011 년 반 고흐를 추모하며 제작한 사진 작품 ‘씨 뿌리는 사람’이며 그 아래 놓인 합판으로 제작한 의자는 미국의 아티스트 도널드 저드의 조형 작품이다.

 

도널드 저드가 제작한 테이블이 무게 중심을 잡고 있는 다이닝룸. 테이블 상부의 빨간색 거대한 조명은 잉고 마우러가 디자인한 피에르 오 폴(Pierre Ou Paul), 빅토리언 스타일의 벽난로 양쪽에 놓인 파란색 가구는 스페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디자인이며 이 가구 위 벽면에 걸린 두 점의 회화는 미국 화가 카이오 폰세카 작품. 벽난로 위에 일렬로 놓인 도자기는 멕시코 예술가 페드로 라모스 모랄레스, 네온사인 조명은 영국 아티스트 팀 노블과 슈 웹스터의 2008년 작품이다.

 

 

거실과 이어지는 개방형 주방. 카라라 대리석 상판으로 된 대형 아일랜드는 요리는 물론 가족의 식사와 파티가 이뤄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일랜드 위에 황소 화병은 프랑수아 자비에 라레인이 청동으로 만든 작품으로 실제 꽃을 쉽게 꽂을 수 있도록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다. 창가 벽면에 걸린 3m 높이의 대형 사진은 독일 사진가 칸디다 회퍼가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촬영한 ‘Mosteiro dos Jerónimos Lisboa II’(2005) 작품이다. 

 

기네스의 ‘웨어러블 아트 & 디자인’ 정신과 이를 지지하는 남편 벤의 입장은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이 집을 구입하고 개조할 때 제일 먼저 섭외한 사람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아닌 가구 디자이너 론 아라드였다.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론 아라드는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작가예요. 원래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지만 이 집에는 처음부터 공간에 꼭 맞는 그의 설치 작품을 넣고 싶었습니다.” 부부와 함께 집을 둘러본 론 아라드는 1층 거실에 있는 벽난로를 작품 설치 장소로 낙점했고, 벽난로의 양쪽 기둥은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광택이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만든 기둥으로 대치했다. 마치 벽난로 선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짓눌린 듯한 기둥을 표현하기로 한 론 아라드는 벽난로 기둥 높이를 재고 스테인리스 스틸 기둥을 그에 맞게 자연스럽게 찌그러트리는 정교한 작업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일상 속 아트 & 디자인을 구현해냈다. 
 

 

계단을 내려와 지하 놀이방에 다다른 입구에는 칸디다 회퍼의 ‘Teatro Nacional de São Carlos Lisboa V’ 작품이 걸려 있다. 

 

아이들 놀이방에 딸린 욕실은 힘찬 에너지가 느껴지도록 레드로 연출했다. 원형 거울 위에 설치한 벽 조명은 아르테미데의 톨로메오 제품. 

 

부부 침실 역시 그들의 안목으로 고른 아트 컬렉션이 일상의 오브제로 놓여 있다. 침대 머리맡에 걸린 사진 두 점은 일본 사진 작가 히로시 수기모토의 ‘Ionian Sea’, ‘Santa Cesarea’(1993), 창가에 놓인 의자는 론 아라드가 제작한 ‘Little Heavy’, 카펫은 프랑스 디자이너 로낭 & 에르완 부흘렉 형제가 디자인한 것으로 파리의 갤러리 크레오에서 구입했다. 

 

브라운과 기네스 부부는 ‘생활 속에서 즐기는 아트 & 디자인’이라는 명확한 주제를 갖고 집을 개조해줄 실력 있는 건축가를 섭외했다. “론 아라드에게 작품 설치의 우선권을 준 만큼 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했고, 어린 세 자녀가 뛰어놀 수 있는 쾌적한 지하 공간과 낡은 설비까지 모두 완벽하게 개선해야 하는 난해한 공사다 보니 건축가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부부가 선택한 건축가는 이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크리스티나 자일러른(Christina Seilern)이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건축가라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웃음) 그녀에게 개조를 의뢰한 건 그녀가 제안한 방법이 최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무려 18개월이라는 기간이 소요된 개조는 부부와 건축가 사이 긴밀한 논의와 협력을 통해 완성도 높은 결과로 결실을 맺었다. 부부가 소장한 컬렉션을 파악하고 이와 어울리는 공간 구성 및 마감재 선택, 제작부터 쾌적하면서도 빛이 드는 지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하 천장이 되는 1층 주방 바닥에 둥근 유리창을 만드는 기지를 발휘해야 했다. “공간과 공간이 연결되는 느낌의 1층은 전체 틀이 가장 크게 변경된 큰 공사였어요. 현관 입구는 어두울 수밖에 없었는데 제가 모로코에 직접 주문 제작한 푸른색의 육각형 유압 타일을 시공해 밝고 화려하게 변화시킬 수 있었죠.” 기네스가 마감재를 주문 제작할 만큼 적극적으로 개조에 참여했다면 브라운은 아트 컬렉션을 선정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요리도 하고 파티를 열 수 있는 주방에는 공간감이 돋보이는 사진가 칸디다 회퍼의 거대한 사진 작품이 걸려 있는가 하면 푸른 타일이 깔린 현관 복도 벽면에는 이탈리아 작가 알리기에로 보에티의 작품인 푸른색과 알록달록한 세계 지도가 자리해 공간을 환히 밝힌다. “직업 특성상 런던과 홍콩을 오가고 수많은 도시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1년의 반은 집을 비우기 일쑤죠. 그래서 우리 부부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예술이 진정한 우리 생활의 일부임을 집에 와서 다시금 확인하곤 한답니다.” 

 

 

자유롭게 뒹굴고 뛰어 놀 수 있는 지하 플레이룸. 어린 세 자녀와 부부는 이곳에서 독서와 운동을 동시에 즐긴다. 책꽂이에서 원하는 책을 고른 후 넓은 매트리스 형태의 모듈 소파에 편히 앉거나 누워 독서를 하는가 하면 아이들과 짝을 이뤄 탁구도 게임도 펼친다고. 벽면에 설치한 책꽂이는 부부가 좋아하는 디자이너 론 아라드의 북웜(Bookworm)으로 카르텔 제품, 소파는 화가이자 조각가 겸 디자이너인 한스 호퍼가 1971년 만든 마종(Mah Jong)으로 로쉐보부아 제품이다.

 

 

 

 

더네이버, 공간, 인테리어, 루이자 기네스, 벤 브라운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Manolo Yllera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