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살과 향

살 위에서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향수. 떼려야 뗄 수 없는 살과 향의 진득한 관계에 대하여.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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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마지막을 함께 보낸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가장 그리웠던 것은 바로 그의 체취였다. 살에서 나는 냄새가 유독 좋았던 그를 만날 때마다 내 코는 그의 목덜미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헤어지고 나서 깨달은 건 그 향기는 흔히 빨래할 때 사용하는 ‘다우니’ 향이었다는 것. 그 향이 유독 좋았던 건지, 아니면 그 향이 그의 피부와 궁합이 좋았던 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그 향을 단독으로 맡았을 때의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한 번은 20대 초반 맡았던 한 향수의 향이 문득 그리워 그길로 바로 향수 숍에 들러 똑같은 향수를 구입했다. 기억을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어 첫 향을 분사한 순간, 내 미간은 찌푸려졌다. 추억 속 그 향이 아니었다. 취향이 변한 건지, 아니면 이 향이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기억이 왜곡된 건지. 그때 무심코 뱉은 한 마디. “아…이 향이 아닌데.” 매장 직원이 말했다. “나이에 따라서 향에 대한 취향이 변하기도 해요. 혹은 고객님의 피부 타입이 바뀌어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고요.” 나이가 들면 예전에 좋아했던 향을 싫어하게 되는 걸까? 의구심이 들어 찾아본 나이와 향의 관계. 탐구 끝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다름 아닌 살과 향의 깊은 연관 관계였다. 같은 향이라도 누가 사용하느냐, 그리고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향에 대한 인상이 백팔십도 달라진다. 향수는 피부의 pH 농도와 체온, 그리고 피부 타입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발향된다. 누군가의 피부에서는 유독 관능적으로 느껴지는 향수가 내 몸과 만나면 심심한 향기를 발할 수 있고, 시향할 때는 분명 신선한 물 향을 느낄 수 있었는데 살에 분사하고 나니 비릿함이 느껴질 수도 있는 것.  향수를 구입할 때 살과 향의 연관 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KENZO 월드 오 드 퍼퓸 50ml 11만4000원.

 

 

 

FLESH
살과 향의 관계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살의 속성. 마른 몸인지 살집이 있는 편인지, 혹은 지성 피부인지 건성 피부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 사람의 몸에서 발향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조건은 바로 유분의 정도. 우리 몸의 피지, 즉 유분은 향을 오랜 시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하기 때문. 마른 몸보다는 살집이 좀 있는 편이, 건성 피부보다는 지성 피부 타입이 향이 더욱 진하게 오래 발향된다. 그런데 살의 속성은 향의 지속성뿐 아니라 향의 성격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지성 타입의 기름진 피부는 향을 더 증폭시키고 달콤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건조한 타입이라면 동일한 향도 좀 더 차갑고 건조한 느낌으로 발향된다. 지성 피부라면 향이 진한 우디나 오리엔탈 계열을 구입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것. 가벼운 꽃 향이나 과일 향 향수를 사용해보길 추천한다. 건성 피부라면 이와 반대로 하는 것이 정답. 피부의 온도 역시 향의 지속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피부 표면의 온도가 높을수록 향이 더욱 오래 지속되고 따뜻한 느낌을 더할 수 있으니 향을 고를 때에는 가벼운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나이에 따라 어울리는 향이 달라지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이 모든 게 유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몸속 유분기가 줄어들면서 피부가 점점 건조해지는 데 이로 인해 어렸을 적 어울리던 가벼운 향과 더는 궁합이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MARC JACOBS 데이지 러브 마크 제이콥스 50ml 8만5000원.  1 지성 피부를 위한 SERGE LUTENS 투명하며 상쾌한 향을 담은 워터 계열 향수. 로 오 드 퍼퓸 100ml 19만3000원.  2 건성 피부를 위한 DIPTYQUE 강렬한 우디 향과 정제된 파촐리 향으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향수. 뗌포 오 드 퍼퓸 75ml 19만8000원.

 

 

 

ENJOY
살 위에서 원하는 느낌으로 발향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향수를 사용하지 말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향수 역시 기호에 불과하니까. 살의 속성이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아 겉도는 향이라도 본인이 맡고 싶고 그 향을 뿌렸을 때 즐겁다면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다. 향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향을 사용하는 방법에 변화를 주면 될 일이다. 지성 피부라서 우디나 오리엔탈 향이 지나치게 강렬하게 발향된다 싶으면 그날 입을 옷의 옷깃이나 암홀 부분의 패브릭에 뿌려 사용하면 된다. 피부가 건조해서 가벼운 성질의 시트러스 향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면 향수를 뿌리기 전 향이 없는 보디 로션이나 보디 밤을 살짝 바른 뒤 사용하면 된다. 혹은 제품의 종류를 바꿔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지성 피부 타입이라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향은 파우더 타입으로 질감을 바꾼 제품을, 건성 피부의 경우에는 고체 밤 타입이나 오일 타입의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향이 진하게 함유된 샤워 젤이나 보디 로션, 보디 오일 등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 어떤 향수를 사용하든지 피부에 직접 바른 뒤 살을 비비는 것은 지양한다. 흔히 맥박이 뛰는 부위인 손목에 뿌린 뒤 살을 비벼 향을 ‘바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향을 구성하는 노트가 깨지면서 오히려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향을 바르지 말고 입는다는 생각으로 머리와 어깨 위로 팔을 뻗어 원을 그리듯이 향수를 뿌리는 것이 정석이다.

KENZO 플라워 바이 겐조 오 드 뚜왈렛 100ml 13만5000원.  1 BYREDO 향수 입자를 포함한 미세한 파우더가 피부에 닿으며 은은한 향을 입힌다. 가부키 퍼퓸 집시 워터 7g 9만원. 2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가벼운 텍스처로 몸에 흡수되면서 신선한 향을 더해주는 보디 로션. 립스틱 로즈 바디 밀크 200ml 10만9000원.

 

 

TASTE
향수병 안에 든 향은 변하지 않지만 그 향과 어우러지는 살의 속성이 바뀐다면 향 역시 달라진다. 살의 속성이 바뀌는 원인으로는 생활 방식이 결정적이다. 담배를 태우거나 커피를 자주 마시는 등의 기호부터 다이어트나 체중 증가 등의 신체적 변화도 포함된다. 특히 담배나 커피, 식습관 등의 기호는 몸에 흡착되는 향이 서로 다르고 먹는 음식에 따라 호르몬이나 살의 속성이 변할 수 있어 향의 성격을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담배를 자주 태운다면 향도 그에 맞게 골라야 한다는 것. 담배 향을 상쇄시키기 위해 진한 꽃 향과 같은 상쾌한 향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오히려 담배 본래의 향과 어우러질 수 있는 토바코 플라워 노트가 포함된 향을 매치하거나 우디, 시프레, 오리엔탈처럼 무겁고 분위기 있는 향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불쾌감을 줄이면서 진중한 분위기를 더할 수 있다. 커피를 즐겨 마신다면 레더나 앰버, 스파이시 향을 곁들이길. 커피 특유의 텁텁한 향과 어우러지면서 기분 좋은 향을 남길 수 있다. 애주가라면 술의 진한 알코올 향과 잘 어울리는 레몬이나 라임, 베르가모트와 같은 상쾌한 느낌의 시트러스 노트가 들어간 향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기호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식습관 또한 향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육식을 즐긴다면 고기의 풍미를 돋울 시프레나 레더, 오리엔탈 계열의 향을, 채식을 즐긴다면 신선함을 더해줄 우디, 페퍼, 시트러스 노트를 함유한 제품을 사용한다.  

TOM FORD BEAUTY 프라이빗 블렌드 푸제르 다르장트 50ml 29만8000원. 1 헤비 스모커를 위한 CALVIN KLEIN 남성적인 푸제르 향에 화이트 라벤더를 더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향수. 옵세스드 포 우먼 오 드 퍼퓸 50ml 9만7000원. 2 육식주의자를 위한 CAROLINA HERRERA 그윽한 로스트 통카빈과 은은한 코코아가 어우러져 중독성 있는 여운을 남기는 향수. 굿 걸 오 드 퍼퓸 50ml 13만원.

model Dari makeup 서아름 hair 최은영 Advice 겐조, 아뜰리에 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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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주혜PHOTO : 서원기(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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