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소설 같은, 아니 영화 같은

트래피즈, 공중 로프, 디아볼로, 저글링 등 화려한 서커스 기술에 누구든 매료된다. 태양의 서커스를 잇는 서크 엘루아즈의 <서커폴리스>. 하나, 이는 단순한 서커스가 아니다.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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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의 기원을 찾자면, 고대 로마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영단어 서커스는 원형 경기장, 원형 무대를 일컫는 키르쿠스(Circus)에서 유래했다. 보다 근대적 의미, 그러니까 광대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곡예사의 저글링과 텀블링을 선보이고 말이 등장하는 마장 서커스는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과거 가장 크게 흥행한 서커스는 19세기 중엽 등장한 ‘프릭쇼(Freak Show)’일 것이다. 영화 <위대한 쇼맨>에서 보았던 그 쇼다. 영화에서 휴 잭맨이 연기한 인물은 이 쇼를 만든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으로, 그는 난장이, 거인, 샴쌍둥이 등의 기형적 존재를 불러 모아 ‘지상 최대의 쇼’를 펼쳤다. 그 이름에 걸맞게 바넘의 쇼는 한 세기 넘게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서커스단은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공연을 가졌고, 나중에는 기업 규모로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영상 매체의 발달과 함께 프릭쇼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리고 인권에 대한 시민 의식이 고양되고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프릭쇼는 대중의 냉대를 받기 시작했다. 프릭쇼의 사멸과 함께 서커스의 숨도 서서히 멎어갔다. 그때 심폐소생술로 서커스를 회생시킨 것이 ‘뉴 서커스’다. ‘컨템퍼러리 서커스’, ‘아트서커스’ 등으로도 불리는 이 서커스는 1960~70년 사이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기묘한 존재나 동물을 등장시킨 프릭쇼와 달리,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애크러배틱에 서사(스토리)와 음악을 입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 1세대가 바로 캐나다 서커스단 태양의 서커스다. 7월 <서커폴리스>로 한국을 찾는 서크 엘루아즈는 태양의 서커스 출신들로 구성된 2세대 서커스단이다.
두 단체 사이의 차이는 의상과 분장에서 극명하게 발견된다. 태양의 서커스를 생각할 때 연상되는 이미지는 변장에 가까운 분장과 화려한 의상이다. 화려한 볼거리, 그리고 웅장한 스케일은 태양의 서커스의 특징이다. 서크 엘루아즈는 그 반대다. 그들 스스로도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가면을 쓰지도, 변장하지도, 과한 의상을 입지도 않아요.” ‘생얼’에 가까운 얼굴로 일상복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유에 대해 그들은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태양의 서커스의 작품이 원색 동화라면, 서크 엘루아즈의 작품은 간색(間色)의 소설인 셈이다. 이번 작품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제목 ‘서커폴리스’는 20세기 초 독일에서 활동한 대표적 표현주의 감독 프리츠 랑의 SF 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 가져왔다. <메트로폴리스>는 지상의 부르주아 세계와 지하의 프롤레타리아 세계로 양분된 어두운 미래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적 영화다. <서커폴리스>는 마치 <메트로폴리스>처럼 흑백 영화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무대 뒤로 투사되는 프로젝션 영상은 거대한 기계로 가득 찬 산업 도시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서커폴리스>가 <메트로폴리스>에서 가져온 건 어쩌면 여기까지인 듯하다. 퍼포머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영국 감독 테리 길리엄의 1985년 작 <브라질>을 연상시킨다. 관객에게 등 돌린 채, 반복된 서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퍼포머의 움직임은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브라질>에서 본 관료 사회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러나 <서커폴리스>가 산업사회의 모습을 그린 어두운 작품이라고 상상하지는 말자. 서커스니까. 뛰고 솟고 나는 서커스니까. 공중곡예를 하는 그들이 창조해내는 장면은 서커스라기보다 무용에 가깝다. 더해 동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그 자체로 조형미를 뽐내는 연체 곡예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무엇보다 이 서커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모노톤의 무대에 붉은 점을 찍듯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큰 훌라후프 같은 바퀴를 타고 기교를 펼치는 시어 휠 장면이다. 소설 같은, 아니 영화 같은 서커스 <서커폴리스>는 7월 5일부터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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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서커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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