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보통 사람을 위한 디자인

아직도 디자인 하면 북유럽이 바로 떠오르는가? 한데 한 가지 궁금증이 인다. 우리의 삶과 가장 밀착된 디자인을 꼽는다면? 심플함과 실용성, 그리고 대중을 위한 디자인. 독일 디자인이 그 물음에 조용히 끄덕인다.

201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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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터 베렌스, 전기주전자, 1909  2 헤르만 그레치, 커피와 티 세트 ‘1382’, 1931  3 프리츠 헬무트 엠케, 1914  4 페터 베렌스, 베르크분트-패키지, 발젠 비스킷 포장 상자, 1914

 

5 빌헬름, 꽃병, 1935  6, 7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전시, 성곡미술관에 그 답이 있다. 

 

“어머, 이거 우리 집에도 있는데!” 전시장을 찾은 중년 여인들이 사뭇 들뜬 목소리를 높인다. 이유인즉슨, 전시장에 진열된 낯익은 의자, 티포트, 사이드 테이블 때문이다. 도심 속 자연을 품은 성곡미술관. 올여름 이곳에서는 조금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여느 집에 하나쯤은 있을 법한 디자인 제품이 친근한 나들이를 나섰으니. <독일 디자인 100년 1907-2007> 전이다. 8월 26일까지 펼쳐질 이번 전시는 말 그대로 독일 디자인의 100년사를 돌아보는 전시다.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과연 독일스러운 전시’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터. 미리 얘기하지만, 볼거리 위주의 화려한 전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보는 전시보다는 진지하고, 학구적인, 그리하여 너무도 독일스러운 전시라 할 수 있으니.  


<독일 디자인 100년> 전시는 7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물론 연대순이다. 100년의 디자인 역사를 담은 오리지널 디자인 제품부터 공예품, 건축 모형, 포스터, 식기, 텍스타일, 신문과 잡지, 다큐멘터리 필름 등 총 360여 점이다. 그런데 전시를 둘러보기에 앞서, 주목해야 할 단체가 하나 있다. ‘베르크분트’, 즉 ‘독일디자인연맹’이다. 1907년 10월 만들어진 독일디자인연맹은 페터 베렌스, 요제프 호프만, 리하르트 리메르슈미트 등 예술가와 건축가 12명이 12개 산업체와 함께 결성한 단체다. 이들이 뭉친 배경은 무엇일까? 당시 독일 디자인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다. 19세기 중반 독일에 불어닥친 산업화 영향 때문이다. 산업화의 기조는 단순하다. 대량생산. 독일 역시 가내 수공업에서 기업 생산으로 넘어가면서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디자인 제품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누구라도 쓸 수 있을 만큼 가격도 내려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품질과 예술 측면에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독일 디자인에 덧씌워진 싸구려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시작됐고, 그 선두에 독일디자인연맹이 있었다. 대량생산을 하되 예술가의 터치가 가미된 디자인, 견고함과 실용에 바탕을 둔 보통 사람을 위한 디자인! 독일디자인연맹은 예술, 건축, 산업을 융합한 디자인 작업으로 독일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앞장섰다. 의자, 소파, 쿠션부터 도시 계획에 이르기까지 ‘좋은 형태’의 디자인을 강조했다. 그들은 기능성, 합리성, 효율성에 기반한 시대정신을 디자인에 담아냈다. 그렇게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가를 숙고하고 일깨운 그들은 1959년에 이미 ‘과잉 개발’과 ‘환경 파괴’를 고민했고, 이를 위한 심포지엄까지 열었다. 디자인을 모르는 이라도 한 번쯤은 보았고, 누군가의 집에도 하나쯤은 있을 디자인. 독일 디자인은 이렇듯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번 전시는 독일디자인연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너무나 익숙한 마르셀 브로이어의 안락의자, 운동선수를 위한 주택, 페터 베렌스의 커피메이커, 빌헬름 바겐펠트의 담뱃갑과 유리 꽃병, 한스 구겔로트의 레코드 플레이어 등 지금 봐도 손색없는 사뭇 철학적인 디자인 제품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이름부터도 어려운 건축가, 디자이너들 틈에서 페터 베렌스는 더욱 빛난다. 1914년 페터 베렌스가 디자인한 발젠 비스킷 포장 상자는 보석을 담아도 좋을 만큼 세련됐다. 1909년에 디자인된 실버, 골드빛의 전기주전자는 당장이라도 집에 들여놓고 싶다. 이 엉큼한 마음을 예견한 것일까. 이 전기주전자는 아쉽지만 사진으로 만족해야 한다. 순회전의 특성상, 모든 제품을 다 공수하지 못했다고. 하나 실망할 건 없다. 최초의 카탈로그,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꽃병과 그릇, 전축, 영사기, 디지털 알람시계 등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는 흥미로운 제품들이 재미를 더한다. 이 때문일까. 독일 디자인의 100년 역사 속으로 떠났던 디자인 여행은 너무도 빨리 우리를 현실 속으로 안내한다. 오늘날의 디자인 뿌리를 목도할 수 있다는, 상투적인 말로 이 전시를 포장하지 않을 생각이다. 역사 안에 갇히지 않고 실제 아직도 생산되는 제품이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던질 뿐. 현대인의 삶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디자인. 독일 디자인의 힘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올바른 디자인은 멀리 있지 않다.   
Cooperation 성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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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성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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