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춤과 옷의 노래

그 어떤 장르가 춤만큼 현혹적일까. 한 편의 짧은 무대가 끝나면 사라질 이 매혹적인 찰나를 사진으로나마 잡아두려는 건, 무용수들의 땀을,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기억하기 위함이다. 춤에 화려한 볼륨을 더해줄 또 하나. 짧은 무대 후 홀연히 떠나보내기 아쉬운 춤과 옷의 노래.

2018.07.18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인간의 몸이 이토록 위대했던가. 춤추는 무용수, 그들 앞에서는 그 어떤 감탄사보다 뛰어난 언어를 찾게 된다. 춤이라는 장벽 없는 언어를 통해 사랑을, 삶을 이야기하는 그들. 농익은 춤사위와 화려한 의상이 무대를 꽉 채우니. 여름을 닮은 뜨거운 네 편의 춤을 카메라에 담았다. 첫 시작은 국립발레단의 야심작 <안나 카레니나>다.

 


<안나 카레니나>의 무대를 더욱 화려하게 빛내는 것은 의심할 것 없이 무대 의상이다.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 역시 이 점에 동의할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의상 디자이너는 에마 라이엇. 이번 공연에 사용된 의상만도 110여 벌. 독일에서 공수해온 이 귀한 의상을 기쁘게 카메라에 포착했다.

 


안나 카레니나
공연 일주일 전. 첫 의상 리허설이 열리는 연습실은 긴장감이 흐른다. 국립발레단의 올해 가장 주목할 레퍼토리인 <안나 카레니나>가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린다.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 주인공 안나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 심지어 아들까지 포기하며 매력적인 장교 브론스키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허무와 질투, 강박에 피폐해지고 만다. 소설보다 더 짜릿한 전율을 선사할 <안나 카레니나>의 장르는 드라마 발레. 그 어떤 작품보다 연극적인 움직임이 많으며, 표정과 손끝 하나에도 극적인 감정의 변화가 오롯이 실린다. 무용수의 감정과 에너지를 더욱 극대화하는 결정적인 또 하나의 요소, 바로 의상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배경은 러시아 귀족 사회. 한데 그것과 달리 무대는 화려하지 않다. 흑백 위주의 배경과 단조로운 소품, 무대 뒤편의 영상이 전부다. 이 흑백 모노톤의 무대 위에 붉은빛 한 줄기가 가미되는데, 바로 극적이고 화려한 의상이다. 공연 의상 디자이너 에마 라이엇의 작품으로, 중후한 고전미와 도도함이 흐르는 러시아 귀족 사회로 초대된 듯하다. 주인공 안나의 의상만 6벌. 이뿐인가. 독일에서 공수한 110여 벌의 의상은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비극적인 운명을 짊어진 안나의 삶과 달리, 의상은 지극히 화려하다.

 

 


서울시무용단의 <카르멘>. 카르멘과 호세, 호세의 약혼녀인 미카엘라. 이들의 삼각관계라는 조금은 진부한 소재지만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오페라로, 춤으로 부활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틀을 깬 스토리 외에도, 민화를 모티프로 한 디자이너 양해일의 화려한 색감은 분명 새롭다.

 


카르멘
지난 100여 년 동안 수많은 연출가, 안무가에게 창작의 모티프가 되었던 작품. 바로 비제의 <카르멘>이 서울시무용단의 경쾌한 춤극으로 재탄생했다. 창작 무용극 <카르멘>이다. 안무가 제임스 전은 자칫 빤한 스토리에 새로움을 가미했다. 이번 <카르멘>은 제임스 전과 서울시무용단의 첫 작업이다. 제임스 전은 카르멘과 호세의 갈등 구조를 그린 원작에서 벗어나 카르멘과 호세, 그리고 호세의 약혼녀인 미카엘라의 삼각관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로써 창녀와 성녀로 나누던 기존의 이분법적인 설정을 깨뜨리고 세 주인공의 질투와 욕망을 거침없이 무대에 드러낸다. 의상에도 힘을 주었다. 화려한 프린트와 실루엣에 빛나는 카르멘과 미카엘라의 의상은 그 자체로 황홀한 시각적 즐거움이다. 기존 <카르멘>의 대표 컬러가 레드였다면, 이번엔 민화 속 모든 색상이 등장한다. 옷의 문양도 민화 속 꽃, 동식물, 창살 등이다. <카르멘>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한 이는 패션 디자이너 양해일. 낯익은 이름이라고? 그는 바로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취임식, 미국 순방 의상 등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 이번에 그는 조선 시대 민화를 모티프로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의 의상을 선보인다. 작품의 어두운 배경과 상반되는 분위기로 전 무용수의 의상을 우아하고 화려하게 제작했다. 그 화려한 무대는 5월 끝이 났지만, 경쾌한 춤의 여운은 아직 여기 남아 있다.

 

 


“오랫동안 금기였던 북한의 무용을 재조명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으며 막연한 궁금증, 호기심 혹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아 있던 북한의 춤을 탐구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포용하고자 했다.” 이 낯선 첫걸음에 무용가 안은미가 있었다.

 


 

안은미의 북한춤

‘북한춤’.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호기심이 차오른다.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가 뜨거운 열기로 들썩이던 6월 초 <안은미의 북한춤>이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그 누구보다 독창적인 춤을 추는 안은미에게도 북한춤은 낯설었다. 낯선 북한춤을 도대체 어떻게 재현했을까. 실제 북한에서 정식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재일 무용가 성애순을 초청, 조선 기본 동작과 쟁강춤 연습을 거쳤고, 그 위에 한국적 정서를 안은미의 현대적 감각으로 덧입혔다. 작품 구성은 1958년 발행된 무보집 <조선민족무용기본>을 모태로 했다. 부채춤, 소고춤, 칼춤 등의 무보와 춤사위 그리고 춤을 위한 장단과 기본 반주곡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으로, 북한춤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위대한 무용가 최승희의 대표적인 저술이다. “의상 제작 기간에만 3개월이 걸렸다. 원단부터 시중의 원단을 사용하지 않았다. 기존 원단은 단색인데, 거기에 무늬를 집어넣는 1, 2차 가공 작업을 거쳤다.” 안은미의 디자인에, 오랫동안 무대 의상을 디자인해온 윤관디자인 김윤관 대표가 제작을 맡았다. 총천연의 화려한 색상과 패턴. 춤과 의상 모든 게 낯설지만 분명한 것은 그 역시 우리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금기처럼 여긴 북한의 춤. 시대를 몸으로 읽어내는 안무가 안은미의 의미 있는 시작에 화답하듯, 내년 2월 파리 ‘테아트르 드 라빌’ 무대에 북한춤이 오른다.

 

 


“치마를 짧게 하는 것이 아니라 트임을 주어 다리 동작이 잘 보일 수 있도록 했고, 트임이 없는 경우 비치는 소재로 다리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발레 춘향>의 의상은 디자이너 이정우가 맡았다. 무용수들의 턴과 함께 마치 한 폭의 수채화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발레 춘향
지난 6월 9일과 10일. 이틀이라는 짧은 무대가 야속하다. <발레 춘향>. 공연을 앞두고 예민한 스태프와 무용수의 마지막 리허설 무대에 조심스레 카메라를 들이댄 이유다. 한국 고전과 클래식 발레의 접목 현장 말이다. 창작 발레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표방한 <발레 춘향>은 2007년 초연과 2009년 재연을 통해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유니버설 발레단의 두 번째 창작품이다. 4년 만에 돌아온 2018 <발레 춘향>은 또 한 번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가장 큰 변화는 음악. 유병헌 예술감독은 초연의 창작곡을 차이콥스키의 모음곡으로 전면 교체했다. 서정적이며 슬픈 선율이 특징인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사랑과 정절’을 주제로 한 춘향과 더할 나위 없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의 2인무에 등장하는 ‘만프레드 교향곡’, 변학도의 해학성을 묘사한 ‘교향곡 1번’ 등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우리 고전극이 보기 좋은 앙상블을 이룬다. “치마를 짧게 하는 것이 아니라 트임을 주어 다리 동작이 잘 보일 수 있도록 했고, 트임이 없는 경우 비치는 소재로 다리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의상은 디자이너 이정우가 맡았다(한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이자 전지현의 시어머니로도 알려진 고 이영희 디자이너의 딸이다). 우리 한복과 발레. 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은 한 번의 무대로는 부족하다. 9월 <발레 춘향>은 콜롬비아 마요르극장 무대를 찾아간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춤과 옷의 노래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BAKI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