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나무야, 나무야

이 책은 아마존 열대 우림, 동아시아 등에 분포한 나무 열두 종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더없이 우아한 문장으로. 이 시대 최고의 자연문학 작가,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나무의 노래>다.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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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신비롭다. 죽은 게 틀림없어, 라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순간 눈을 반짝 뜬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무는 우리의 삶이 어떤 것인지 천천히 시뮬레이션해준다. 이 세상은 네가 아는 것보다 조금은 더 넓다고. 아니, 어쩌면 너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지도 몰라. 
무화과나무를 선물 받았다. 커다란 잎을 너풀대며 집으로 왔다. 물을 좋아하는 이 나무는 하루만 물 주는 걸 걸러도 잎을 늘어뜨리며 노랗게 변했다. 실한 열매 몇 개를 주고, 급기야 마지막 잎사귀까지 떨어졌다. 자코메티의 작품처럼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죽은 게 틀림없어. 그렇지만 미련이 없지 않아 마루에 들여놓고 물을 주었다. 그리고 아직 봄이 오지도 않은 지금, 잎이 몇 개씩 돋아나 매일 자라는 걸 경이롭게 보고 있다. 언젠가는 죽겠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라는 선언 같다. 
사실 많은 나무들은 나보다 오래 산다. 나무에 접속할 수 있다면 나는 그들의 오래된 지혜를 들을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지혜를 전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노래라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이 책의 첫 에피소드 ‘케이폭나무’의 아름다운 묘사를 읽으며 나는 저 완전하게 연결된 자연의 세계에서 너무 멀구나, 도시의 삶은 자연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구나, 생각한다. 그러나 곧이어 저자는 그런 내 생각에 쐐기를 박는다. “자연은 집이 필요 없다. 자연이 곧 집이다. 우리는 자연이 결핍되어 있지 않다. 이 자연을 자각하지 못할 때조차 우리는 자연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속해 있음을 이해하면, 생명 공동체 안에서 그물망으로 얽힌-바깥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인간 정신에서 아름다운 것과 좋은 것을 아는 분별력이 생겨난다.” 저자인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은 생물학자다. 그의 장점은 자신의 지식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과 시를 넘나드는 자연 문학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우리 시대 최상급 자연문학 작가’라는 평이 과장이 아니다. 
이 책은 나무 열두 종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아마존 열대우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지역, 스코틀랜드, 동아시아, 일본 등등.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나무들이 하나하나 불려 나온다. 나무는 모두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다. 그 이야기를 풀어놓으니 그 안에 역사, 문화, 예술, 온갖 철학이 담겨 있다. 그가 독자에게 전해주는 최고의 것은 ‘풍경’이다. 그는 나무가 있는 풍경을 눈에 그리듯 섬세하게 떠올려낸다. ‘세계의 축’이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거대한 케이폭나무에 비계를 놓고 올라가며 높이가 달라질 때마다 바뀌는 풍경을 묘사해놓은 구절을 읽고 있으면 내 몸도 따라서 천천히 떠오르는 기분이 든다.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스물아홉 걸음이 걸리고, 전체 높이는 10층짜리 건물, 40m 정도에 이르는 나무. 여러 다른 나무, 이끼, 개구리, 곤충을 우듬지에 품고 있는, 그 자체로 거대한 생태계인 이 나무에 대한 생물학자로서의 그의 설명은 풍경을 더욱 디테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지상 20m에서는 잎이 무성해져 급류가 시작된다. 더 위로 올라가면 나무들의 소리가 하나씩 밀려왔다 물러난다. 기생무화과나무가 속기사의 타자 소리를 내다가 이내 물방울이 쓱쓱 하면서 털포도나무 잎을 스쳐 지나간다. 급류의 표면 위로 올라서자 굉음이 아래로 깔리면서, 물방울이 두툼한 난초 잎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는 풍경을 떠올린 뒤 그 위에 소리를 덧입혀 입체적인 세계를 만든다.  
에콰도르 야수니 생태보호구역의 케이폭나무, 세인트캐서린스섬 해변에서 자라는 사발야자나무 같은, 보통 사람이 쉽게 찾아가보지 못하는 곳에 사는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인 1부, 오래전에 죽은 나무의 잔해인 화석과 이탄 이야기인 2부, 덴버 강변의 미루나무, 맨해튼 도심의 콩배나무 등 비교적 문명에 가까운 도시와 들판에서 자라는 나무를 다룬 3부 중 어느 것을 먼저 골라 읽어도 좋다. 귀를 기울인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벌써 “근원과 재료와 아름다움을 생명에 부여하는 관계 속에 깃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될 것이다.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책, 나무의 노래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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