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컨템퍼러리 아트컬렉션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따스한 집

상당한 부를 쌓고 남다른 예술적 심미안까지 지닌 금융인. 그가 은퇴 후 영원히 머물 곳으로 선택한 집은 스위스 남부 생모리츠에 있는 오래된 샬레다. 컨템퍼러리 아트 컬렉션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따스한 집으로의 초대.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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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색감과 소재로 완성한 산장의 메인 리빙 룸. 벽난로 위에 걸린 그림은 부르스 하이 퀄리티 파운데이션의 작품 ‘부르스 페이스드’, 이 그림 왼쪽 벽면에 있는 작품은 화가 조지 콘도의 ‘머캐니컬 맨’이라는 작품이다. 맨 왼쪽 다이닝 룸에 걸린 그림은 줄리언 슈나벨이 그린 록 가수 벨벳언더그라운드의 리더 루 리드 초상화다. 가구는 모두 빈티지 숍에서 구매한 것이다.

 

1 침실은 리넨 소재의 침대와 침구로 편안한 촉감을 강조한 가운데 벽면을 붉은 산호색으로 칠해 따뜻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살렸다. 침대 옆에 건 작품은 아티스트 파올로 세리벨리가 토이 솔저를 붙여 만든 입체적인 세계 지도 작품이다. 2 서재에 놓인 소파 뒤에는 집주인이 소장한 작품 중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앤디 워홀의 ‘슈퍼 드레스( Souper Dress)’가 걸려 있다. 

 

 

소복하게 쌓인 눈 사이로 뾰족한 지붕을 인 산장이 보이는 스위스 산간 지방. 추운 겨울 이처럼 마음을 평화롭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풍경이 또 있으랴. 그래서일까, 지난 수십 년간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 로마를 떠나 뉴욕에서 성공한 금융인으로서 산 한 남자가 은퇴를 선언하며 스위스 생모리츠(St. Moritz)의 산장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는 소식은 예사롭지 않았다. “집주인은 최근까지 밀라노, 로마에서 금융인으로 상당한 활약을 펼친 인물이죠. 그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 세간에서는 그의 재력이나 이력에 컨템퍼러리 아트 컬렉션에 조예가 깊다는 취향을 감안해 글로벌한 도시에서 화려하게 정착하리라 기대했습니다.” 집주인의 이름은 보안상 절대 알려줄 수 없다는 건축가 파올로 자키(Paolo Giachi)가 집주인을 대신해 이야기했다.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의 부티크와 패션 숍 등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비롯해 고급 레지던스 건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명성을 얻고 있는 밀라노 출신의 파올로 자키는 생모리츠 샬레를 리노베이션했다.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젝트였습니다. 집주인은 1980년대 지은 스위스 산장의 오리지낼리티를 살리되 자신이 소장한 컨템퍼러리 아트 컬렉션이 이 집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해달라는 독특한 미션을 주었으니까요.” 파올로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받은 강렬한 첫인상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고급 리조트가 아닌 오래된 샬레에서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리노베이션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연의 촉감과 색감을 정교하게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틱한 경관이 펼쳐지는 전망이 이 집의 장점이니만큼 내부 역시 같은 어조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 집주인의 깊은 뜻. 천장과 바닥, 벽면 등 마감재는 가능한 한 색감보다는 촉감을 통해 고유의 분위기를 유지하길 원했고, 이를 위해 돌과 나무, 그리고 리넨 패브릭 등을 조합해 가장 자연스러운 인테리어를 추구했다.       

 

 

1 동계 올림픽을 2번이나 치른 생모리츠에 자리한 30년 된 샬레의 외관. 눈이 쌓여 있을 때 이 집의 독보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2 오래된 우드 패널을 이용해 만든 마스터 침실의 욕실 벽면. 오래된 목재가 지닌 고유의 색감과 느낌을 방 안에 고스란히 전달한다. 빈티지 의자 옆에 걸린 작품은 댄 콜런의 그림이다.

 

“사실 이 집은 외관만 제외하고 완전히 새롭게 개조했습니다. 집주인은 원래 이 집의 오래된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 했지만 너무 낡아서 생활하기 불편한 점은 개선하길 원했죠.” 파올로는 이 집의 모든 벽과 바닥은 자기에게 하나하나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이었다고 고백한다. 마치 대형 캔버스에 최대한 무색무취의 모노크롬 회화를 그려 넣는 예술가의 심경이라면 맞는 표현일까. “집주인이 특히 벽 마감에 집착한 이유는 그가 모은 컨템포러리 아트 컬렉션 때문이에요. 그는 이 집에 값비싼 디자인 가구나 조명은 들여놓지 않고 모두 빈티지를 선택했어요. 이 집에서 유일한 장식 요소가 되어야 할 것은 그가 수집한 그림이어야 했으니까요.” 뉴욕에서 오래 산 집주인은 젊고 진보적이며 대단히 개성적인 모던 아티스트의 작품을 주로 모았다.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Andy Warhol)부터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1980년대 뉴욕 미술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신표현주의 운동의 주도적 화가이자 영화감독 줄리언 슈나벨(Julian Schnabel), 그리고 1979년생인 젊은 멀티미디어 네오 팝 아티스트 댄 콜런(Dan Colen), 플라스틱 토이 솔저(Toy Soldier)를 이용해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입체 작품을 만드는 이탈리아 출신의 아티스트 파올로 세리벨리(Paolo Ceribelli)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나열한 작가와 작품은 현대 미술 시장에서 소장 가치가 아주 높다고 정평이 나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작품을 단순히 투자 대상으로 보지 않아요. 집주인이 가장 아끼는 컬렉션은 부르스 하이 퀄리티 파운데이션티(Bruce High Quality Foundation)의 대표작인 ‘부르스 페이스드(Bruce-Faced)’입니다. 집주인이 부르스 하이 퀄리티 파운데이션의 작품을 집의 중심이 되는 벽난로 위에 걸어놓을 거라는 계획을 알려줬을 때, 그의 예술적 안목이 비상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르스 하이 퀄리티 파운데이션(Bruce High Quality Foundation)은 가상의 아티스트 이름을 내세워 만든 미술 재단으로, 부르스라는 아티스트가 죽었다는 가정하에 그의 미술 세계를 보존하고 계승한다는 취지로 예술 활동을 펼치는 집단. 특히 이 미술 재단은 뉴욕 쿠퍼 유니언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익명으로 참여, 우리가 명화라 칭송하는 유명한 아트 워크를 과장하고 풍자함으로써 자신들의 캐릭터를 형성해간다. “부르스 하이 퀄리티 파운데이션은 특히 현대 예술계에 대한 풍자와 비평을 근간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요. 집주인이 금융 투자 업계를 떠나 생모리츠 산장에서 자연과 벗하고 예술을 향유하며 살기로 한 이유는 어쩌면 그가 선택한 그림 속에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박공지붕 아래 그레이와 베이지 컬러를 절묘하게 섞어 자연석의 색감을 낸 벽면과 원목 바닥, 그리고 오랜 세월의 더께를 입은 빈티지 가구로 채운 집은 산장이 갖춰야 할 전형적인 레퍼토리를 따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집이 각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접점이 없어 보이는 자연과 컨템퍼러리 아트가 대비와 조화를 이루며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일 터. 그동안 집주인이 모아온 그림 작품이 집이라는 그만의 종합 예술로 거듭났음에 찬사를 보낸다.  

 

 

1 편리한 생활을 위해 첨단 주방 기기를 들여놓은 주방은 붉은 산호색을 칠해 아늑한 산장의 분위기를 유지한다. 2 마치 눈이 오는 풍경이 보이는 창문이 아닐까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걸린 다이닝 룸. 그림은 부르스 하이 퀄리티 파운데이션의 ‘Disaster Public Education’ 작품이다.

 

 

낡은 목재만 골라서 서재 벽면의 책장과 그 아래 선반을 만든 덕분에 산장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었다. 

 

 

 

 

 

더네이버, 공간, 컨템퍼러리 아트 컬렉션

CREDIT

EDITOR : 이정민PHOTO : FILIPPO BAMBERG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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