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동네 뮤지엄

거창한 미술이 아니다. 위엄을 버리고 대중 속으로 파고든 친근한 미술. 골목길 옆 우리 동네, 작은 갤러리의 힘.

201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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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DKUK 갤러리.
‘이음’에서는 쇳가루를 이용한 조각가 김종구의 전시 <6000자의 독백>이 열리고 있다.

 


분명 간판은 갤러리다. 한데 안을 들여다보니 헤어 디자이너가 이발을 하고 있다. 퍼포먼스인가? 잠깐 의심했지만 정말 머리카락을 자른다. 이 낯선 풍경의 행선지는 런던 남동쪽. 런던의 할렘가로 불리던 페캄 지역에 들어선 DKUK 갤러리의 실제 모습이다. 문화와 상업 공간의 하이브리드. 우리나라 역시 ‘갤러리 카페’라는 이름을 단 이색 공간이 붐처럼 인기를 끌었다. 하나 갤러리와 헤어 숍이 결합된 공간은 분명 낯설다. DKUK 갤러리로 들어선 손님. 이들은 돈을 내고 머리를 자른다. 그런데 손님의 눈앞에는 거울이 아닌 아트 작품이 걸려 있다. 그들은 이발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아트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그 대신 뒤쪽에 거울이 설치돼, 이발하는 뒷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예술가이자 헤어 드레서인 대니얼 켈리가 운영하는 이곳은 10m2의 작은 공간. 런던에서 가장 작은 갤러리다. 크고 거창한 미술관에서 탈피, 재미와 친근함을 더한 작은 갤러리. 런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친근함을 앞세운 작은 뮤지엄이 또 다른 재미를 낳고 있다. 비록 지난 2월 철거됐지만 재개발을 앞둔 작은 공간에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오픈한 ‘일년만 미슬관’은 신선한 시도였다. 실제로 이곳은 본래 기획대로 1년간의 전시를 마친 후 사라졌다. 필동 24번가. 이곳에도 재미난 뮤지엄이 있다.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 외형만 보면 뮤지엄이라 상상할 수가 없다. 벽이 아닌 우물 안에 작품을 전시한 ‘우물’, 버스 정류장을 개조한 ‘컨테이너’, 대여섯 걸음이면 다 구경할 수 있는 ‘골목길’, 새 둥지 모양의 ‘둥지’. 필동 문화예술 공간 예술통은 작은 전시장을 묶어 관광 코스를 만들었고, 스트리트뮤지엄이라 이름 붙였다. 크기가 작다고 전시 기획마저 미흡한 건 아니다.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도 없으니, 관람 시간도 자유다. 골목길 안 높이 1m의 마이크로뮤지엄도 이색적이다. 거리에 놓인 쓰레기통으로 착각할 법한 사각통의 마이크로뮤지엄. 허리를 숙여 사각통 안을 들여다보면 책 한 권 남짓한 작은 화면이 있고, 미국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피터 캠퍼스, 한국의 이이남, 한성필 등 ‘풍경’을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 전이 펼쳐진다. 출판 광고 시장의 뜨거운 현장이자, 영화의 거리였던 필동. 쓸모없이 버려진 자투리 공간은 작은 뮤지엄으로 재탄생했고 거리는 생기를 되찾는 중이다. 새로운 여행과 문화의 화두로 떠오른 골목길. 진지함 대신 친근함을 입은 작고 재미난 동네 뮤지엄이 골목길에 풍경 하나를 더한다. 


한 평 남짓의 ‘모퉁이’ 뮤지엄.
조선 시대 교육 기관인 사부학당 중 남부학당 터를 복원한 ‘남학당’으로, 전시는 물론 문화 지식 살롱으로 활용된다.
걷다가 만난 필동의 거리 미술, ‘순정남’.


새 둥지를 모티프로 한 ‘둥지’.
남산한옥마을 주차장에 설치된 스트리트뮤지엄 ‘ㅂㅂㅂㅂ벽’.
높이 88cm의 작은 사각통으로 이루어진 마이크로뮤지엄.

 

더네이버, 골목길갤러리, 뮤지엄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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