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는 코퍼 톤의 오브제를 활용한 캔들 데코로, 과하지 않은 장식과 차분한 톤이 특징. 새장을 중심으로 줄리아페페, 그라벨리아, 은엽아카시아, 아이비, 낙엽송을 장식하고, 골드 스프레이를 뿌린 틸란드시아, 립살리스 선인장을 함께 배치했다. _ CASA SCHOOL

크리스마스와 식물이 만날 때

CASA SCHOOL - 김태영

플라워 클래스 하면 이곳을 떠올릴 만큼 이미 전통과 입지를 굳힌 곳. 서초동의 까사스쿨이다. 그곳에 플로리스트 김태영이 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준비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음식과 어울릴 꽃을 공부하게 됐죠.” 몇 년을 현장에서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다, 인테리어 공부를 더하면 좋겠다 싶어 일본으로 건너가 3년을 공부했다. 인테리어와 어우러진 플라워 데커레이션, 이는 김태영 플로리스트의 특기다. “까사스쿨에서는 영국의 제인 패커, 프랑스의 카트린 뮐러 플라워 학교와의 공식 제휴를 통해 두 가지 스타일을 선보입니다. 제인 패커가 클래식, 전통과 맞닿아 있다면 카트린 뮐러는 자유로운 프렌치죠.” 전통에 기반한 클래식한 제인 패커와 요즘 대세인 카트린 뮐러 스타일. “주의할 것은 프렌치 스타일은 우리나라처럼 네모진 공간에는 안 어울릴 수 있다는 거예요. 자칫 정신없어 보이고. 꽃 컬러 역시 빈티지 컬러는 전형적인 아파트 공간엔 어울리지 않거든요.” 이 때문에 특정 플라워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공간에 어울릴 데커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셀프 웨딩, 프라이빗 웨딩 등이 인기를 끌면서 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어요.” 더욱이 SNS의 인기와 함께 공간을 꾸미는 일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면서 꽃은 이제 특별한 날의 아이템이 아니라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크리스마스 때 식물을 활용해 공간을 장식하는 건 어떨까요? 최근 식물이 유행하면서 식물에 스프레이를 칠해 공간을 꾸미는 방법도 있고, 늘어지는 형태의 선인장(립살리스)으로 내추럴하게 연출해도 좋고요.” 전형적인 크리스마스트리 대신 식물을 활용하면 보다 자연스러운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활용할 만한 식물의 종류도 많아 쉽고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 “굳이 상록수일 필요는 없어요. 새장, 촛대 등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오브제죠. 요즘 유행하는 코너 톤의 오브제라면 더욱 멋스러울 것 같아요.” 골드빛 새장에 줄리아페페(장미), 그라벨리아, 은엽아카시아 등으로 빈 공간을 메워주고, 중간중간에 오너먼트, 전구 등을 달면 멋진 캔들 장식이 완성된다. “요즘은 동그란 리스보다는 벽에 길게 늘어뜨린 스웨그 디자인이 관심을 끌고 있어요. 비우는 인테리어가 트렌드인 덕분이죠. 리스는 테크닉이 필요하지만 스웨그는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팜파스 그라스, 극락조 잎, 그라빌리아 골드 등을 좌우로 배치하고 가운데를 리본 같은 걸로 묶어주면 끝. 벽걸이는 물론 현관, 벽난로 위 장식 등에도 유용하다. “식물은 물론 모과, 라임 등 야채를 건조기에 말려서 같이 걸어도 좋아요.” 식물, 과일, 그리고 내추럴한 컬러가 어우러진 연말 데커레이션. 차분함 속에 트렌디한 감성을 녹여낸 그의 데커레이션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난다.

1 까사스쿨의 클래스 공간. 2 까사스쿨의 터줏대감인 플로리스트 김태영. 3 비단향나무, 열매유카리, 그라빌리아, 낙엽송 등을 소재로 한 크리스마스 스웨그. 말린 과일, 잣방울, 솔방울, 전구, 오너먼트 등을 믹스해도 좋다. 4 작두콩 덩굴, 탈색한 솔방울 등 식물 덩굴의 자연스러움을 살린 리스. 5 팜파스 그라스, 극락조 잎, 그라빌리아 골드, 낙엽송 등 아이보리 골드 톤의 따뜻한 느낌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벽에 걸거나 현관 혹은 벽난로 위에 장식해도 좋다.

화분처럼 테이블 위에 장식 가능한 미니 크리스마스트리. 전형적인 레드 대신 빈티지 컬러와 아이보리가 어우러져 포근하고 따뜻하다. _ GRAND HYATT SEOUL, Piori

빈티지 레드 + 아이보리의 조화

GRAND HYATT SEOUL ‘Fiori’ - 방동민

꽃을 든 남자. 오래된 광고 카피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플라워 숍 ‘피오리(Fiori)’에 가면 그 남자를 만날 수 있다. 피오리의 수장 방동민 팀장. 자그마치 15년을 이곳 하얏트의 플라워 숍과 함께해온 그다. “호텔 플라워 숍 하면 거리감을 느끼기 쉬운데 피오리는 지나는 길에 들러 꽃 한 송이를 살 수 있는 편안하고 소박한 공간이에요.” 얼마 전 ‘피어나다’를 의미하는 ‘피오리’로 이름을 바꾸고 ‘322 소월로’에 새 단장을 마친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플라워 숍. ‘322 소월로’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 지하 1층에 자리한 골목길 콘셉트의 공간으로 레스토랑 4곳과 플라워 숍이 골목길을 따라 자리한다. 꽃들이 반기는 미식 골목. 젊고 편안한 골목길을 콘셉트로 리뉴얼되면서 피오리 역시 젊은 감각의 플라워 숍으로 거듭났다. 가장 큰 변화는 가격의 벽을 대폭 낮췄다는 것. 여느 골목길의 꽃집처럼 3000~5000원이면 꽃 한 송이를 살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안한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전형적인 레드보다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아이보리를 콘셉트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는 은은한 빈티지 컬러의 꽃과 목화솜 등 따뜻한 오브제를 활용한 미니 크리스마스트리를 추천한다. “크리스마스트리라고 해서 트리 전체를 오너먼트로 장식할 필요는 없어요. 한두 개 정도만 포인트로 장식하면 세련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죠.” 우선 시중에서 판매되는 구상나무 틀을 구입한다. 그런 다음 라벤더, 유카리, 왁스플라워, 드라이 잎 소재, 목화 등을 나무 틀에 꽂기만 하면된다. 화분처럼 작아 옮겨가며 공간 연출을 할 수 있고, 테이블 데커레이션으로도 잘 어울린다. 꽃다발 역시 이번 시즌엔 작위적인 느낌을 탈피하길 권한다. “마치 시골의 들꽃을 꺾어 만든 듯 편안한 꽃다발이 이번 시즌엔 더 잘 어울릴 듯싶어요.” 내추럴한 자연스러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는 플라워 트렌드. 그는 마른 후에도 형태가 잘 유지되는 남아공 장미, 수국, 갈대 등을 섞어 겨울이지만 풍성하고 따뜻한 꽃다발을 연출했다. “꽃꽂이 역시 동양적인 자연스러움이 트렌드예요. 잎을 많이 섞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선이 살아 있는.” 꽃병에 많은 꽃을 꽂는 대신 꽃 한 송이나 식물 하나를 꽂아 선을 살리는 꽃꽂이 연출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저희가 사용하는 오브제는 다 수입한 것들로, 국내에는 없는 오너먼트가 연말을 맞아 곧 들어올 예정이에요.” 좀 더 특별한 화기와 오너먼트에 욕심이 생긴다면 피오리를 노크해도 좋다. 꽃집을 돌아나오는 길, 문득 궁금해졌다. 플로리스트의 집엔 어떤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할까? “집에 아이가 두 명 있는데, 트리에 레고를 달 생각이에요(웃음).”

1 빈티지 장미, 수국, 갈대 등 마치 시골의 들꽃을 꺾어 만든 듯 수수한 꽃다발. 2 꽃을 사서 편안하게 들고 갈 수 있도록 특별 제작한 플라워 캐리어. 3 15년을 하얏트와 함께한 피오리 플로리스트 방동민. 4 그랜드 하얏트 서울 지하 1층에 자리한 피오리. 5 빈티지 컬러의 꽃과 식물, 목화솜, 낙엽 등 따뜻한 오브제를 활용한 미니 크리스마스트리.

크리스마스트리의 화려함을 상쇄해줄, 내추럴 무드의 꽃다발. 모네 장미, 에델바이스, 호접란(아마델리스), 은엽아카시아, 클레마티스 잎, 디디스커스를 사용했다.
 

눈 내린 듯 하 얀 크리스마스

LAB 520 - 노현정

한남동에 가면 재미있는 플라워 숍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랩 520. “이름처럼 꽃 실험실이죠.” 한 가지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스타일의 꽃을 실험해보고 싶다는 이는 바로 플로리스트 노현정. 플로리스트계의 양대 산맥 중 하나라 할 헬레나플라워 출신의 그는 이곳 한남동에 향기로운 에너지를 전파 중이다. “실내 디자인을 전공해 공간에 대한 이해가 있는 편이죠.” 그 때문일까. 그의 데커레이션은 공간 속에서 더욱 은은한 빛을 발한다. 그가 준비한 솔방울 트리와 심플한 연말 꽃다발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올 연말엔 솔방울 트리를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작년에 솔방울이 인기를 끌면서 솔방울을 소재로 한 트리가 시장에 많이 나왔어요. 물론 직접 만든 것보다 퀄리티가 떨어지긴 하죠.” 먼저 글루틴을 이용해 솔방울로 콘 모양의 트리를 만든 후 말린 과일, 오리목, 정향 등 자연 소재를 붙여 콘 형태를 디테일하게 잡아준다(솔방울만으론 콘 모양을 디테일하게 만들기 어렵다). 여기에 레드·실버 오너먼트를 달고 빛을 더해주면 끝. 직접 솔방울로 트리를 만들 자신이 없다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솔방울 트리를 이용해도 좋다. 그 대신 여기에 과일, 솜 등 생오브제를 달아 생동감을 더해줄 것. 그런 뒤 오너먼트와 건전지 라이트를 달아주면 마치 숲속에 있는 듯 포근한 솔방울 트리가 완성된다.

“올 연말에는 커다란 꽃다발 대신 작은 꽃다발을 준비해보세요. 꽃은 당연히 내추럴이 대세고, 화기 역시 파스텔 톤이나 매트한 소재가 인기예요.” 그는 모네 장미, 에델바이스, 호접란, 은엽아카시아, 디디스커스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꽃과 식물로 연말 꽃다발을 연출했다. “겨울의 붉고 따뜻한 컬러 대신 화이트 톤을 선택해 뽀얀 눈이 내린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어요. 이미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있고, 붉은 장식도 집 안에 많을 테니 생화 장식만큼은 눈 내린 듯 은은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빈티지 핑크의 모네 장미를 메인 꽃으로 사용한 이유다. 과거의 꽃다발이 한껏 모양을 낸 자태를 뽐냈다면 최근엔 신경을 안 쓴 듯 툭 꽂는 내추럴이 대세. 끈의 소재 역시 리본이나 가죽 끈 대신 라피아 끈 같은 자연 소재가 인기다. “당분간 이러한 프렌치 스타일이 유행할 것 같아요.” 최근 그가 관심을 갖는 플로리스트는 파리 출신의 야니크 스즈네브. “와이프가 한국 사람인데, 내년 1월에 직접 내한해 40명 규모의 클래스를 연다고 해요. 저도 참석해야죠.” 카트린 뮐러와 함께 프렌치 스타일을 이끌고 있는 야니크스즈네브는 다음 시즌 더욱 주목받을 아티스트일 것이라고. 같은 장미지만 기후나 토양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내듯 손님에 따라 각기 다른 스타일의 꽃을 선물하는 것. 그만의 꽃 실험실 ‘랩 520’은 올 연말도 뜨겁게 실험 중이다.

1 다양한 꽃 실험이 이루어지는 공간, 랩 520의 노현정 플로리스트. 2 솔방울을 메인으로 말린 과일, 솜, 오너먼트 등을 믹스한 솔방울 트리. 조화 트리에 자연 소재의 오브제를 믹스하면 생나무 같은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3 랩 520은 가운데 문을 사이에 두고, 꽃집과 맥줏집이 공존하는 재미난 공간이다.

더네이버, 크리스마스트리, 연말, 크리스마스장식, 플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