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새로운 도시 건축

‘도시=아파트’라는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틀에 박힌 아파트를 대신할 전원 속 주택을 꿈꾸지만, 그렇다고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할 순 없는 사람들. 그들이 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새로운 도심 건축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이색 하우스.

20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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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재료인 벽돌을 외벽 마감 재료로 선호한다는 건축가 김창균. 도시채 역시 벽돌을 사용했다. 무채색인 주변 집들과의 어울림을 고려해 연회색의 중고 벽돌을 사용했다. 안으로 움푹 들어간 현관은 외부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준다.
 

 

가족의 귀환

 

김창균의 도시채
단독 세대를 넘어 1인 가구가 트렌드로 떠올랐을 만큼 현대인은 누군가와(하물며 가족일지라도) 부대끼며 사는 행태에 정확한 선을 긋고 있다. 한데, 최근 새로운 변화가 감지됐다. 흩어졌던 가족 구성원이 하나둘 모여 새로운 세대를 이루기 시작한 것.  
“최근 1~2년 사이에 3대 세 가족, 혹은 두 가족이 모여 사는 가구가 많아졌어요. 같이 거주하지만 따로 사는,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면서도 때로는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요. 육아와 경제적인 이유가 한몫했을 거예요.” 물론 단독주택이 유행하기 전에도 아파트 단지의 앞뒤 동에 사는, 특별한 동거 형태는 있었다. 최근 단독주택의 붐과 함께 두 세대 이상이 모여 사는 듀플렉스 형태의 집이 주목받고 있다. 육아와 경제성, 그리고 여가 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구속과 잔소리라는 단점을 기꺼이 중화시킨 결과다. 물론 이들의 귀환은 ‘따로 또 같이’라는 암묵적인 규칙을 수락해야 가능하다. 유타건축사사무소의 김창균 건축가. 그는 얼마 전 판교 도심에 자신의 집을 지었다. 그것도 세 가구가 동거할 수 있는 집을. “뱃속에 있는 처제 아이까지 포함해, 10명이 살아갈 집이에요.” 장인, 장모와 처제 가족, 그리고 김창균 소장의 네 가족이 함께하는 집.   


“제가 직접 아내에게 제안했어요. 턱없이 오르는 전세금 때문에 고민하던 차였고요.” 어차피 언젠가는 내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세 가족의 전세금을 합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안 될 게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두 세대의 집을 지어 일반 전세를 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땅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세 가족이 합치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렇게 세 가족의 전세금이 모여 ‘도시채’가 탄생했다. ‘도시 속의 집’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김창균 소장네의 두 아이와 처제 아이의 이름인 도윤, 시윤, 채윤을 합쳐 ‘도시채’라 이름 지었다.

 

 

 

 

1 다락방과 이어지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2 삼각형의 박공지붕으로, 가장 꼭대기 층엔 아이들을 위한 다락방이 있다 3 사선으로 잘린 건물 단면 덕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투리 공간이 생겼다


“이곳은 도시와 자연이 겹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어요. 자연이 어우러진 도심 속 주택 단지. 그중에서도 거의 끝집으로, 저희가 마지막 입주자예요. 원래 이 부지는 바로 옆에 고속도로가 지난다는 이유로 선호되지 않는 땅이었어요.” 지금의 이 집을 보면 땅을 판 사람이 후회할 정도로, 집 안에서 보면 고속도로가 지나는 땅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다. 고속도로를 등지고 앉힌 구조로, 자연이 내다보이는 위치에 적절히 창을 내었다. 그 덕분에 안에서 보면 창문 너머의 자연만이 이웃사촌이 된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이루어진 도시채 한쪽에는 처제네와 장인, 장모의 공간이, 다른 한쪽은 김 소장네가 자리 잡았다. 사실 세 가족이 살지만, 평수가 그리 큰 건 아니다. 지하까지를 포함하면 90평. 다락을 제외하면 80평 정도에, 세 가족의 공간이 분할된 형태다.    

 

“제일 먼저 가족 각자가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들었죠. 제 요구 사항 한 가지는 ‘1층에 사랑방 같은 서재가 있으면 좋겠다’였어요. 제 직업의 특성상 손님이 언제든 들어오기 편하고, 일하면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는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장독대를 놓을 수 있는 장모를 위한 마당, TV 채널권을 독점할 수 있는 장인을 위한 TV실 등 각 구성원의 요구 사항이 하나하나 반영됐다. 세 가족이 공간을 나누어 쓰지만 땅콩집처럼 똑같은 구조의 집은 싫었다는 김창균 소장. 그 때문일까. 각 공간은 똑같은 구조가 없다. 마치 미로처럼 몇 개의 계단을 오르면 부엌이, 또다시 몇 개의 계단을 오르면 침실이, 이어지는 구조다. 거실 개념을 없앤 것 역시 파격적이다. “거실을 없애니 더 편해졌어요. 보통 아파트는 거실이 메인인데, 그 큰 공간을 없애고 다른 공간으로 활용하니 작지만 더욱 다양한 공간이 나왔죠.” 침실과 화장실 등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외하면, 모든 장소가 거실이 될 수 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각기 다른 여러 개의 거실이 서로 연결된 듯한 구조랄까? “몸을 자주 움직일 수 있도록 계단의 단차를 두었어요. 뇌가 참으로 간사한 게, 단차를 나게 하니 공간이 더 넓어 보이는 거예요. 7.5평에 불과한 좁은 공간도 말이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두 집을 적당히 떨어뜨리면서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연결하는 것이었다. 도시채는 각각 현관문이 독립되어 있지만 1층 다용도실을 통해 연결되는 구조를 채용했다.

 

 


도심 속 주택. 도시채는 도시의 상징인 아파트와의 보기 좋은 공존을 제시하는 듯하다.

 

도시지만 도시가 아닌 풍경       
“외부와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사선으로 된 자투리 공간을 만들었어요.” 삼각형의 자투리 공간에는 티 테이블이 놓이거나 화분이 놓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장난감이 숨어들기도 한다. “창밖으로는 자연이 보이는 구조인데, 양옆에 다른 집이 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죠. 이건 순전히 끝집이라 가능했어요. 그 덕에 도시인데 도시가 아닌 풍경이 완성된 셈이에요.” 사실 제한된 공간의 구조상, 듀플렉스형 주택에서는 작은 쌈지 마당을 두기란 쉽지 않다. 하나 도시채는 가능했다. 현관 쪽이 밖에서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뜻에 따라 현관을 움푹 들어가게 배치했고, 그 자투리 공간에 자연스레 작은 마당이 생겼다.


“심플하고 단단한 모습. 그게 제가 추구하는 집이에요. 하지만 내부는 다채롭게.” 건축가가 직접 자신의 집을 지었다고 하니 기대감을 갖는 이도 많았을 터. 그는 전시장처럼 모시고 사는 집을 지양한다. 살아가면서 계속 가꿔가는, 손이 닿는 집이 좋다. 그런 그가 이 집에서 신경 쓴 부분은 사실 의외의 장소다. “현관문을 열고 중문을 지나, 처음 보이는 내부가 벽인 게 저는 싫어요. 특히 단독주택은요.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밖이 보이거나 밝으면 여유가 느껴져요.”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거실이 보이면 넓어 보이는 효과는 있지만 그는 집의 첫 대면이 벽인 게 싫었다. 도심채의 중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시원하게 뚫린 공간 너머로 태권V가 손님을 맞는다. “결혼 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거예요. 상량식 때 아들 도윤이가 상량판에 태권V를 그려 넣고는 이렇게 말했죠. 우리 집은 태권V가 지켜주는 집이라고(웃음).” 구석구석 이야기가 묻어나는 도시채에는 처음 들어섰지만 위압적인 느낌이 없다. 낙엽송으로 만든 우드 장식장이 집을 더욱 안락하고 따뜻하게 해준다.   

 

 

 

1 사랑방 같은 서재를 원한 김창균 소장의 뜻대로 안락한 서재가 집의 1층에 들어섰다 2 현관문을 지나 중문을 열면 시원한 풍경 속 태권 V가 먼저 손님을 맞는다 3 아이들을 위한 다락방. 푸른 동심과 산뜻하게 어울리는 벽이 생기를 더한다 4 계단을 통해 오를 때마다 각기 다른 공간이 미로처럼 이어지는 구조다

 

“저를 찾아오는 분은 홈 하우스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죠. 사람 냄새 나는.” 그는 튀지 않고 사람 냄새 나는 집을 좋아한다. 튀지 않는다는 건, 반대로 오래간다는 의미기도 하다.  “집을 짓고자 찾아오는 분에게 저는 한 가지를 꼭 물어봐요. 5년 후, 10년 후의 플랜 C가 있느냐고. 만약 없다면 그걸 생각해 오시라고 말씀드리죠.” 공간은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상태만 고려해 공간을 나누면, 가족 구성원이 변할 때마다 다시 큰 공사를 해야 한다. 세대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집이야말로, 그 어떤 튀는 집보다 오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금 서울이라는 도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어요. ‘뉴타운’이라는 복병 때문이죠. 심지어 사람들은 자신의 동네가 뉴타운이 되기를 기다리며, 새로 집을 짓고 싶어도 짓지 않아요.” 도시는 주택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서로 섞어야 하는데 서울은 오직 아파트만을 좇는 희귀병에 걸려 있다. “최근 들어 구도심, 대학로, 홍대, 해방촌 등을 중심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기는 해요. 자신의 집을 고치고 짓는 사람도 늘었고요.” 이는 반대로 서울이라는 도시가, 건축이, 생명력을 얻고 있다는 기분 좋은 징조라 할 수 있다. “지금이 딱 과도기인 것 같아요.” 그의 말마따나 지금의 도시 건축은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치솟는 땅값이라는 현실적인 구조가 듀플렉스형 주택을 낳았다면, 그 넥스트는 어쩌면 일본처럼 작은 집이 아니겠느냐고 그는 말한다. 현대 사회가 낳은, 일시적인 가족의 귀환. 김창균의 도시채는 변화하는 도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1 침실 옆으로도 자그마한 힐링 공간이 마련됐다 2 1층 현관에서 계단 3개를 오르면 주방으로 연결된다. 동일한 층 안에 단차를 두어, 공간이 훨씬 넓고 풍성해 보인다 3 열린 구조 덕에 실제보다 공간이 넓어 보인다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전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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