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새로운 뮤지엄 풍속도

최첨단의 웅장하고 세련된 뮤지엄에 손가락을 세워 보이던 때가 불과 얼마전 일이다. 그런데 변화는 빠르게 찾아왔다. ‘최첨단’ ‘웅장함’이 건네는 피로감에 현대인의 발길 역시 무거워졌다. 얼마 전 오픈한 뮤지엄에서 달라진 풍속도 하나를 발견했다. 뉴 뮤지엄, 그들의 특별한 ‘자연’ 활용법.

20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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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백색으로 내부를 단장해 초록의 자연이 전시장 깊숙이 들어왔다. Photo by Ronald Tilleman 

피라미드 구조의 독특한 외관과 초록의 자연을 지붕에 인 비스보스 뮤지엄. Photo by Ronald Tilleman 

 

 

 BIESBOSCH MUSEUM 

 자연의 능선을 따라 

 

1, 6 일곱 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장에선 1421년 엘리자베스 홍수 때부터 현재에 이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Photo by Ronald Tilleman

2, 4 완만한 산등성이를 주유하듯 산책로를 걷다 보면 다시 생기를 되찾은 비스보스 호수를 만나게 된다. Photo by Ronald Tilleman 전시장 안쪽엔 초록빛 의자를 두어 작은 쉼을 선사한다. Photo by Ronald Tilleman 

5, 7 건물 외관의 피라미드 구조를 창문에도 차용했다. 비스보스 호수를 전시장 인테리어로 끌어들인 명민함 역시 엿보인다. Photo by Ronald Tilleman

 

 

네덜란드에 가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지난여름, 8개월간의 레노베이션을 마친 비스보스 뮤지엄(Biesbosch Museum)이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으니. 새로 들어선 뮤지엄 하나에 웬 호들갑인가 싶겠지만, 이곳은 여느 뮤지엄과는 애초부터 결을 달리한다. 내용물을 까볼 것도 없이, 외관부터 이미 승부는 끝났다. 우리가 알던 그동안의 뮤지엄은 더 이상 이곳에 없다. 작은 언덕처럼 부드럽게 솟은 초록 지붕은 자연의 능선을 뮤지엄에 그대로 끌어온 듯하다. 어떻게 보면 이집트의 신비한 피라미드 구조를 연상시킨다. 작은 능선들 사이로는 오붓한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자연 속 숲길을 걷는 듯하다. 

 

이 특별한 뮤지엄이 가능했던 건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이었다. 비스보스 호수로 둘러싸인 이곳. 그 옛날 호수의 터줏대감 격인 철갑상어와 연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이미 오래. 오염된 호수와 공원을 살리려는 비스보스 뮤지엄 아일랜드 프로젝트와 함께 이곳은 다시금 생기를 되찾고 있다. 이 위대한 프로젝트는 건축, 인테리어, 워터 모델 & 담수 조류 공원은 마르코 베르묄렌 스튜디오(Studio Marco Vermeulen)가, 전시장은 조이스 랑제잘(Joyce Langezaal)이 설계를 맡았다. 초록 능선의 외부도 물론이지만 모던하고 미니멀한 백색의 내부 인테리어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그들은 전략적으로 미니멀한 백색 공간을 활용해 야외의 초록빛 자연을 전시장 내부로 끌어들였다. 마치 호수의 물이 유입되듯 전시장 안으로 물을 끌어들인 인테리어는 또 어떤가. 

 

빼어난 디자인에 앞서, 아일랜드 개발을 위한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는 ‘수상 안전(Water Safety)’이었다. 더욱이 4450ha(약 45km²)에 달하는 노르워드(Noordwaard) 해안 간척지는 물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에너지 효율적인 설계가 기본이 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북쪽과 서쪽의 녹색 지붕에는 절연 및 열 저장소를, 전면 유리는 첨단의 내열 유리를 사용했다, 날씨가 따뜻한 날에는 강으로부터 온 물이 배관을 통해 건물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하나의 핵심 기술은 버드나무 필터다. 이곳에서 발생한 폐수는 버드나무 필터를 통해 정화되며, 정화된 물은 인접한 습지로 배출돼 강으로 흘러간다. 필터로 쓰인 버드나무 목재는 건조한 뒤 스토브의 연료로, 또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올봄에는 이곳에 민물 갯벌 공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며 스스로 정화되는 갯벌의 구조. 이를 위해 물의 수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만들었고, 방문객은 이제 이곳에 올 때마다 놀라운 갯벌의 힘이 가져다준 새로운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풍부한 식물과 동물의 이야기까지도. 뮤지엄과 사무실, 방문자센터, 도서관, 영화관, 레스토랑, 정원, 물운동장(Waterplayground) 등으로 이루어진 비스보스 뮤지엄. 이 전시장에서는 비스보스의 역사, 문화, 그리고 뮤지엄 컬렉션을 만나게 될 것이다. 현재 전시 공간 7곳에서는 1421년 엘리자베스 홍수 때부터 국립휴양지로 변모한 현재까지의 역사를 아우르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강 건너편 야외 박물관에서는 모형 오리, 버드나무와 같은 갈대로 만든 비버 오두막 등도 만날 수 있다. 비스보스 국립공원을 탐험하는 출발점이 될 비스보스 뮤지엄에는 벌써부터 이곳을 떠났던 희귀종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어느 날엔, 레스토랑 옆 연못에서 철갑상어를 만나는 특별한 일이 곧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 가슴 뛰는 초록의 뮤지엄이 봄을 재촉한다.

www.biesboschmuseumeiland.nl

 

 

CHINA ACADEMY OF ARTS’ FOLK ART MUSEUM

차밭의 풍경을 끌어안다 

 

 

1 기와지붕으로 이루어진 아카데미 오브 아츠 포크 아트 뮤지엄. Photo by Eiichi Kano 적절한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포크 아트 뮤지엄 내부. Photo by Eiichi Kano 

3 기하학적인 평행사변형의 유닛이 연결된 구조로, 각각의 유닛은 작은 지붕을 이고 있다. 이 때문에 멀리서 보면 기와지붕으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 같다. Photo by Eiichi Kano 

 

건물 내부엔 스테인리스 와이어에 매달린 외벽의 기와 덕에 운치 있는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Photo by Eiichi Kano 적절한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포크 아트 뮤지엄 내부. Photo by Eiichi Kano 

 

이곳에 들어선 순간 걸음도, 바쁜 눈의 깜빡임도 그 속도를 늦추게 된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풍경. 중국 항저우 외곽에 그림 같은 운치와 서정이 펼쳐진다. 얼마 전 오픈한 아카데미 오브 아츠 포크 아트 뮤지엄(China Academy of Arts’ Folk Art Museum, 이하 포크 아트 뮤지엄)이다. 3년여에 걸쳐 완공된 뮤지엄은 그 규모만 4970㎡로, 뮤지엄과 최첨단 콘퍼런스 홀로 이루어졌다. 특히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가 디자인을 맡아 오픈과 동시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포크 아트 뮤지엄은 ‘역시 구마 겐고야!’라는 찬사가 절로 나올 만큼 압도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물론 이것은 규모에 국한된 말은 아니다. 평화로운 호수와 중국 특유의 매혹적인 녹색 풍경을 끌어안은 이곳은 원래 약간 경사진 차밭이었다. 구마 겐고가 이 점을 놓쳤을 리 만무하다. 그는 경사진 이곳의 지형을 따라 뮤지엄을 디자인하기로 결정했다. 대지를 느낄 수 있는 뮤지엄을 디자인하고 싶었던 건축가는 높이가 두 개 층을 초과하지 않도록 건물의 형태를 낮게 설계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지형학에 기초해 뮤지엄 구조를 기하학적인 평행사변형 유닛으로 나눴다. 각각의 유닛은 작은 지붕을 이고 있는데, 그 때문에 멀리에서 보면 기와지붕으로 이루어진 마을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아기자기한 마을의 운치가 얼마나 신비하고 평온한지, 신령의 마을에 초대된 듯 말없이 눈을 감게 된다. 

 

그러나 아직 놀라긴 이르다. 포크 아트 뮤지엄 속에 감춰진 또 다른 핵심 요소가 하나 더 있으니까. 바로 ‘기와’다. 앞서 언급했듯 뮤지엄의 지붕은 기와로 되어 있다. 한데 외벽에도 기와가 등장한다. 뮤지엄의 외벽을 스테인리스 와이어에 매달린 기와로 감쌌고, 그것은 뮤지엄 내부로 들어오는 빛을 조절한다. 쉽게 말해 거미줄 같은 스테인리스 와이어에 기와가 정렬한 듯 걸쳐진 구조로, 밋밋할 것 같은 외벽을 다이내믹하고 운치 있게 탈바꿈해준다. 여기에 쓰인 기와와 지붕의 스크린은 모두 주변 민가에서 쓰던 것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기와의 크기가 모두 다르다는 것. 건물이 외부의 자연 지형과 어우러지도록 톡톡한 역할을 한다. 동양화 한 폭 같은 아름다운 뮤지엄에서는 어린 내 조카의 그림도 피카소의 작품처럼 보일 것만 같다. 

 

 

NEW ADAM ARONSON FINE ARTS CENTER 

시골 헛간에 초대되다 

 

 

1 애덤 애런슨 파인아트센터의 로비. Photo by Sam Fentress 2 로메이어 조각 공원의 자연을 끌어안은 애덤 애런슨 파인아트센터. Photo by Sam Fentress 3 조각 공원 안에 오픈한 애덤 애런슨 파인아트센터는 헛간 모양을 차용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Photo by Sam Fentress 

 

전형적인 직사각형 구조를 탈피해, 유연한 작품 설치가 가능해졌다. Photo by Sam Fentress 5 지붕의 금속과 외벽의 우드가 묘하게 어우러진다. Photo by Sam Fentress 6 애덤 애런슨과  이웃한 크란츠버그 에듀케이션 랩. Photo by Wendi Fitzgerald 

 

세인트루이스 교외 지역에 위치한 로메이어 조각 공원(Laumeier Sculpture Park). 이곳은 미국의 권위 있는 야외 미술관 중 하나로, 이 지역 예술의 아이콘이다. 최근 이곳에 새로운 공간 하나가 출현했다. 바로 애덤 애런슨 파인아트센터(New Adam Aronson Fine Arts Center)다. 애덤 애런슨과 함께 입구 플라자가 새로 들어섰고, 기존 이스테이트 하우스(Estate House)를 크란츠버그 에듀케이션 랩(Kranzberg Education Lab)으로 레노베이션했다. 기존 이스테이트 하우스는 공간과 날씨, 환경에 의한 제약으로 작품 전시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할 곳은 바로 애덤 애런슨이다. 갤러리 외관만 보면 시골의 헛간이 떠오른다. 그것도 아니면 소설 <어린 왕자> 속 보아뱀 그림이 떠오르기도 한다. 직사각형의 전형적인 외관 대신 천장에 굴곡을 준 헛간 모양으로, 작품을 유연하게 전시할 수 있도록 했다. 자칫 이질적일 수 있는 금속 지붕을 자연 속으로 유입한 일등 공신은 삼나무 목재 마감이다. 삼나무는 창문 밖에선 갤러리가 들여다보이도록 허용하면서, 내부에선 삼나무 틈새로 비치는 햇살과 그림자를 선물한다. 물고기의 지느러미 모양을 연상시키는 그림자는 자연이 선사하는 따뜻한 그림 같다. 애덤 애런슨의 또 다른 특징은 전시 공간은 물론 예술 공연을 위한 무대로, 자료 창고로, 음식을 만들기 위한 키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시장의 역할을 애덤 애런슨에 물려준 이스테이트 하우스엔 안내센터는 물론 다목적 교육 공간, 그림 그리기 스튜디오, 점토 스튜디오, 미디어 룸 등이 들어섰다. 20세기 초의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인 기둥 형태와 지붕의 이스테이트 하우스는 마치 조각 작품처럼, 이웃한 애덤 애런슨과 이색적인 풍경을 만든다. 

 

로메이어 조각 공원에 들어선 애덤 애런슨 파인아트센터. 사실 로메이어에게 올해는 더 중요한 해다. 오는 7월이면 40주년을 맞기 때문. 세인트루이스 지역 예술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로메이어는 이 새로운 다목적 공공장소의 오픈을 통해 대중 곁으로 한발 더 다가서는 중이다. 그리고 그들은 정확히 상기시켜준다. 예술과 사람은 결코 분리할 수 없음을. 이 드넓은 공원(자연)이 선물하는 것은 단순한 예술 작품의 감상이 아닌 도시로부터의 이탈, 잠깐의 유예일 것이다. 

www.laumeiersculpturepark.org

 

 Cooperation Biesbosch Museum Island, Laumeier Sculpture Park, Kengo Kuma & Associates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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