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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작가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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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호기롭게 헬스장 티켓을 결제했다가 서서히 발길을 끊는 것이 현대 한국인의 루틴 아닐까. 하지만 이 굴레를 벗게 한 웹툰이 있었으니, 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유기 작가의 운동 만화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이하 진달래짐)>이다. 주인공 계나리는 진달래 관장을 만나 운동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맛보고 건강과 활력을 되찾는다. 이는 보통의 직장인이 일상에서 거둘 수 있는 눈부신 성장이다.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운동 지침서가 되는 <진달래짐>의 단행본 5, 6권이 지난 1월 말 문학동네에서 동시 출간됐다.


웹툰 연재는 2022년에 끝났지만, 최근 단행본 마지막 권이 출간됐다. 모든 작업을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연재하는 동안 항상 마감에 쫓기다 보니 웹툰 완결 후 해방감이 컸다. 단행본은 손에 잡히는 완성본이라 해방감보다는 뿌듯함이 앞선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인터뷰 등의 일이 남아 있으니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당시 여성 트레이너에게 배우고자 오늘 촬영 장소이기도 한 ‘근력학교 이화점’을 찾았다고. 운동을 시작했을 때 일반 헬스장에 1년 반 정도 다니며 남자 코치에게 배웠다. 그러다 <진달래짐>을 기획하고 조사차 여성 전용 체육관을 찾았다.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서 갔는데 차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었다. 남자만 하는 운동이 있다거나 여자는 핑크 덤벨만 쓴다거나 하는 편견이 깨졌다. 모두 같은 운동이고, 초보자라 서툴렀을 뿐 여자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그곳에서 배웠다. 


웹툰 후기에서 건강 악화 때문에 처음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피트니스는 반복 운동이라 끈기가 중요할 텐데, 운동의 재미에 눈뜬 순간은 언제인가? 단체 운동을 잘 못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나 때문에 질까 걱정돼서다. 그래서 헬스장을 선택했다. 처음 재미를 느낀 건 맨몸 운동할 때였다. 코치님이 “이 동작에서는 이 근육을 사용할 거예요”라고 설명하면 정말 그 부위에 통증이 오더라. ‘제대로 운동했구나’ 싶었다. 스쿼트만 해도 혼자 할 때는 다리가 아프기만 하고 벌 받는 기분이었는데, 제대로 지도를 받으니 무릎은 전혀 안 아프고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에 통증이 왔다. 효과를 체감하니 점차 재미있어졌다. 


버티기에 재능이 있나 보다. 플랭크와 같은 버티는 동작을 잘하는 편이다. 워낙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일하는 직업이라 그런 게 아닐까(웃음).


요즘은 어떤 운동을 하고 있나? 사실 헬스는 중단했고, 다른 운동에 조금씩 도전해보고 있다. 복싱, 클라이밍, 테니스를 맛보기로 경험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동적인 운동 위주로 찾은 결과다. 꾸준히 하는 운동은 달리기다. 4년째 5km 단거리 마라톤에 출전했다. 제일 잘한 기록은 5등이다. 뛰기 시작하면 너무 힘들어서 후회할 정도인데, 끝나고 기록을 확인할 때 굉장한 쾌감이 밀려온다. 다른 운동과 달리 오직 나의 이전 기록을 깨는 것이 목표다.


‘어른을 위한 학습만화’라는 목적에 걸맞게 정확한 자세와 실수하기 쉬운 지점, 운동 당사자의 시점 컷을 보여주는 등 디테일한 구성이 돋보인다.
그림의 정확성을 위해 사진과 동영상을 최대한 많이 참고했다. 구성 면에서는 근력학교에서 운동할 때마다 꼼꼼하게 적어둔 운동 일지가 도움이 됐다. 그날 한 운동을 세트별로 기록하고,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는지, 발목을 어느 방향으로 펴야 하는지, 허벅지는 어떻게 벌려야 하는지 아주 상세하게 적었다. 그 기록과 실제로 느낀 부분을 만화에 적용했다. 그림을 그린 뒤에는 트레이너에게 자문을 구해 이론적인 부분과 동작을 확인했다.

 

 

 

 


50대인 이미화 실장, 당뇨를 관리하며 살아가는 백설 등 연령대와 신체 조건이 저마다 다른 여성상을 보여준 점이 좋았다. 독자들이 공감할 캐릭터를 새롭게 추가할 수 있다면, 어떤 인물이 좋을까? 중학생 캐릭터가 나왔다면 좋았을 것 같다. 만일 내가 청소년 때 맞는 운동을 찾았다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 나이대 여자아이들이 외모에 가장 신경 쓰면서도 운동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지 않나. 내가 그랬다. 체육 시간에 누워 있고 시키는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때 어떤 운동이든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건강하고 더 도전 정신이 강하지 않을까 상상한다. 


회원 지도에 소홀하던 트레이너 심청의 변화 역시 인상적이다. 이 인물은 어떻게 구상했나? 심청과 백설은 각각 ‘트레이너의 안 좋은 예’와 ‘회원의 안 좋은 예’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캐릭터다. 지나치게 홍보에만 집중하거나 자기 기준으로 ‘이렇게 하면 되는데 왜 못해요’라며 회원을 다그치기만 하는 사례에서 정보를 얻었다. 이런 코치는 피해야 한다고 알리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다. 그런데 내가 PT를 받을 때 트레이너에게 동작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그러니 선생님도 이전에는 감으로 지도하다 나에게 알려주기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하더라. 그러한 변화에서 착안해 심청에게 반영했다. 


보디프로필이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운동 인구가 늘며 마른 몸을 넘어 아이돌처럼 잔근육 있는 몸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여성의 몸에 또 다른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데, 그러한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여성의 몸에 대한 트렌드가 바뀌는 것은 여전한 현상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전보다 다양한 체형이 존중된다는 점에서 발전이 있지만, 여전히 미에 대한 기준은 존재할 테니 거기에 초점을 두면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누군가 그런 압박감을 느낀다면 그냥 시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겪어봤다. 운동을 시작하고 보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체지방을 12kg까지 감량했는데, 원하던 몸을 얻었지만 내가 원하는 인생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다시 돌아왔다. 시도하는 과정에서 깨달을 수도, 도달한 뒤 깨달을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 굴복한다고 여기지 말고 에베레스트를 목표로 등산하듯 도전해보면 달리 와닿는 점이 있을 것이다. 


진달래와 계나리가 트레이너-수강생을 넘어 동반자적 관계로 나아가는 결말이 감동적이다. 초반부터 구상한 결말인가? 그렇다. 계나리의 독립이 결말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신체가 건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운동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다. 자기 몸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하나의 독립이라고 생각한다. 계나리가 진달래에게 더 이상 PT를 받지 않게 되면서 새로운 관계를 쌓을 수 있는 것이다. 


계나리가 운동을 독립했기에 두 사람이 함께 살 수 있었겠다. 독립적인 여성들이 함께 산다면 서로 의존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적인 동반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결말에 반영했다.


<진달래짐>의 댓글 창에는 운동을 시작했다는 독자의 감사 인사가 가득하다. 이 작품이 당신을 바꾼 지점이 있다면? 연재 초기 뜻하지 않게 논란에 휘말렸을 때 사실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갈수록 웹툰 덕에 운동을 하고 있다는 반응을 접하고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깨달았다. 특히 감동적인 부분은 이번 기회에 여성 연대를 실감한 것이다. 많은 여성 독자가 악성 댓글에 반박 글을 쓰고 응원 댓글을 남겨주었다. 그걸 읽으며 여성 연대에 굳건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후로는 여성과 관련된 인터뷰에도 참여하고 ‘여성의 날’ 기념 그림을 그리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려 노력했다. 그 사건이 나를 크게 변화시켰다. <진달래짐>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내준 모든 여성에게 감사하다.  

 

 location 근력학교 이화점(유기)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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