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한우로 판 한 우물

오로지 최고급 ‘한우’에 집중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파인 다이닝이 서울 미식 신의 화두로 떠올랐다. EDITOR CHUN HEE RAN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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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이제부터다

‘한우도 스시처럼 근사하게 서빙할 수는 없을까?’ 한우 파인 다이닝의 서막은 이러했다. 한 번도 고귀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식재료거늘, 한우가 본격적으로 ‘파인 다이닝’의 재료로 대접받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한우는 지금 서울의 도마 위에서 가장 뜨거운 식재료다. 한우 오마카세, 프리미엄 한우 다이닝, 프라이빗 한우 레스토랑….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즐기는 방법도 다채롭고,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특수 부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다. 소고기 좀 먹는 이들 사이에서 새우살, 업진살 같은 부위는 모르면 간첩 취급당하기 십상이고, ‘마블링’을 절대 진리로 알고 꽃등심만을 부르짖는 이들은 한물간 구르메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한우 오마카세(셰프에게 맡긴다는 의미다)의 관건은 다양한 부위를, 가장 맛있고 임팩트 있게 즐길 수 있는 순서대로 먹는 것이다. 여기에서 기존에 알던 소고기를 평가하는 잣대-이를테면 마블링이나 빛깔-는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한우의 여러 부위를 릴레이로 맛볼 때 탁월한 순서는 부드럽고 담백한 부위부터 기름지고 고소한 부위 순으로 즐기는 것이다. 먹는 순서에 따라 같은 고기라도 맛이 더 살아날 수도, 반대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먹는 사람과 셰프 간의 호흡과 리듬도 중요하다. 고기가 가장 맛있는 찰나의 타이밍을 잡아내는 데 있어 셰프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메뉴에 오르지 않은 아주 희귀한 특수 부위도 운이 좋은 날엔 셰프의 오마카세로 깜짝 등장할 수 있으니 셰프의 비밀스러운 ‘부처스컷’을 기대하는 일도 한우 파인 다이닝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물론 높은 가치에 맞먹는 상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하지만. 한우와 술의 마리아주 역시 미식 신의 흥미로운 풍경이다. 소고기에는 레드 와인이라는 공식, 이제 좀 식상하지 않은가? 다행히 한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주류 리스트는 손으로 받아들어 어림잡아도 꽤 두껍다. 기본인 레드 와인은 물론이고, 위스키와 샴페인의 활약이 돋보인다. 특히 소고기 특유의 핏기가 서린 감칠맛과 풍미에 오크 향이 풍기는 위스키와 고급스러운 합을 내어 레드 와인의 아성에 도전한다. 메뉴와 메뉴 사이의 깔끔한 마무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샴페인도 좋은 선택이다. 자, 이제 즐길 일만 남은 듯하다. 

 

업진안살
육즙이 풍부하며 꼬들꼬들한 저작감이 좋고, 씹을수록 고소하고 달콤한 육즙이 흘러나온다. 


치마양지
근막을 잘 제거하면 마블링과 육즙이 좋아 구이용으로 알맞다. 배받이살이라고도 부른다. 


상박살
지방 함량이 적고 육단백질의 함량이 높아 담백하고 쫄깃하다. 씹을수록 소고기 특유의 맛이 우러난다. 


삼각살
양질의 육단백질에서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나 구이나 육회로 제격. 


업진살
근육 사이 근간 지방이 많아 풍미와 저작감이 좋다. 우삼겹으로 유명하다.

 

 

지금, 눈여겨볼 한우 파인 다이닝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한우 파인 다이닝 네 곳을 찾았다.

건조 숙성으로 피운 참맛, 꿰뚫 
‘꿰다’와 ‘뚫다’의 합성어인 꿰뚫. 고기를 숙성할 때 꼬챙이로 꿰거나 뚫는 데 착안해 만든 이름인데, 손님의 마음을 꿰뚫어보겠다는 포부까지 담았다고 한다. 1~2등급 한우 암소를 이용한 드라이에이징을 전문으로 서빙하고, 숙성으로 맛의 차별화를 두는 만큼 숙성 전후의 맛 차이가 큰 암소를 고집한다. “암소의 유분이 숙성을 거치면서 고소한 치즈 향과 견과류 향을 짙게 풍기거든요. 단순히 말리는 것이 아니라, 건조 숙성을 하면서 단백질이 분해되고, 감칠맛이 나는 아미노산이 올라오면서 마치 소금을 뿌리고 구운 듯한 맛이 나죠. 수분이 있던 자리에 기존의 지방이 채워지면서 마블링이 형성되고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내는 원리예요.” 숙성고를 관리하는 지방의 공장장이 직접 경매에 참여하여 공수한 한우를 평균 100~110일간 3단계에 걸쳐 건조 숙성을 진행한다. 양쪽에 안심과 채끝이 붙어 있는 티본, 꽃살, 갈빗살, 알등심이 같이 붙어 있는 본 인 립아이, 꽃등심, 윗등심, 살치살, 채끝, 안심 중 당일 고기의 컨디션에 따라 선별해 오마카세로 제공한다. 지방이 적은 안심부터 지방이 많은 등심 순으로 굽고, 마지막에는 내장에 가까운 기름진 부위를 굽는다. 일반 한우와 다른 독특한 풍미의 고기를 다루는 까닭에 술 리스트에도 차별을 두었다. 진한 감칠맛이 나는 고기에 걸맞게 산미가 있는 내추럴 와인과 미국산 컬트 와인을 다량 보유했다는 점. 내추럴 와인에서 나는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건조 숙성된 한우와 훌륭한 마리아주를 낸다.
ADD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46길 25 TEL 02-548-1996 

 

 

오로지 고기, 소꿉
소꿉은 한우 파인 다이닝 가운데서는 다소 소박한 편이다. 차림새나 서비스에 치중하기보다는, 오로지 고기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일념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요즘 한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유행하는 오마카세 대신 부위별로 주문하는 원칙을 오픈 초기부터 줄곧 지켜왔고, 부위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 장점이다. 소꿉에서 판매할 한우는 23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한우를 매입해온 전문가가 전담해 공수한다. 20~34개월 사이의 한우 암소를 주로 다루는데, 여러 지역에 소 전문가가 가서 직접 보고 소의 나이, 지방, 마블링의 정도를 조합해 구매한다. 소 한 마리에서 아주 소량만 채취할 수 있는 꽃갈비가 늘 메뉴판에 적혀 있는 비결도 바로 그것. 숯 향이 강해서 자칫 고기 맛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가격대가 높은 도토리나무 숯을 고온에서 구워 유해 물질을 제거한 뒤 사용한다. 모든 부위는 100g 기준으로 판매한다.
ADD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81길 18, 3층 TEL 010-5102-8587

 

 

여유롭게 한우, 수린
도산공원을 마주 보고 있는 수린에 들어서면, 그 멋진 풍경에 찬탄하게 된다. 탁 트인 통창 너머로 보이는 숲은 절로 고기 맛을 돋운다. 수린은 하루에 한 룸(혹은 테이블)당 한 팀 예약만 받고, 하나의 코스에만 집중한다. 육회로 산뜻하게 시작하는 코스는 담백한 수육으로 입맛을 돋우고, 그 뒤로 본격적으로 안심, 채끝, 등심구이로 몸을 푼 다음, 치마살, 부챗살, 살치살로 좀 더 화려한 맛을 더한다. 코스가 끝난 뒤에는 단품으로 추가 주문도 할 수 있는데, 특히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새우살을 비롯해 제비추리, 토시 등 오마카세에 포함되지 않은 부위도 맛볼 수 있다. 일반 거세 소에 비해 암소 특유의 감칠맛과 부드러움을 지닌 30개월 전후의 암소만을 사용한다는 철칙은 오픈 초부터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육질과 감칠맛이 가장 최상으로 살아나는 4주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 테이블에 낸다. 레드 와인 외에 샴페인, 위스키 등 주류 선택의 폭도 넓다. 
ADD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64길 24 아크로스빌딩 3층 TEL 02-515-9220

 

 

제철 재료와 만난 한우, 온도
프리미엄 비프 다이닝을 표방하는 온도(ONDO). 삼성동 일대에서 고깃집과 곱창집을 운영하던 대표가 정성을 들여 준비한 공간이다. 1, 2층은 프라이빗한 분위기의 한우 파인 다이닝으로, 지하 1층은 디저트 카페로 운영한다. 좋은 식사의 기본은 좋은 식재료에서 나온다는 신념 아래 질 좋은 한우와 유기농 재료를 고집하는데, 한우에만 집중하는 다른 곳들과 달리 곁들임 요리에도 특히 공을 들인다. 한식에 양식 스타일을 적절히 가미한 점도 차별점이다. 오마카세 코스는 ‘Today’s 온도’와 ‘Today’s 스페셜 온도’ 2가지가 대표적인데, 코스의 문을 여는 수프를 비롯해 신선한 해산물 플레터, 유기농 견과 오일을 곁들인 향긋한 생송고버섯이 고귀한 한우를 대할 채비를 단단히 한다. 숯불 화로의 그윽한 향을 입힌 안심, 생등심, 한우설은 두 코스 공통으로 제공하고, 스페셜 온도 코스를 선택하면 그날그날의 신선한 특수 부위를 2가지로 나누어 추가로 서브한다. 온도는 오는 3월부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르꼬르동 블루를 졸업한 뒤 호주 하얏트 호텔, 리츠칼튼 호텔과 콩부인의 총괄 셰프, 미쉐린 2 스타를 보유한 아세릉노보텔 비스트로의 주방을 거친 황의석 셰프가 주방을 진두지휘하게 된 것. 단지 한우의 질뿐만이 아닌 요리로도 제대로 승부를 보겠다는 포부다.   
ADD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68길 35-1 TEL 02-555-4525 

 

 

 

 

더네이버, 고메, 한우

 

CREDIT

EDITOR : 전희란PHOTO : 전세훈, 김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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