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셰프들의 인생 술집

온종일 주방에서 전쟁을 치르는 요리사에게 술 한잔은 때론 친구이자 위로다. 애주가 셰프들이 최고로 꼽은 그들만의 인생 술집은 어디일까? 그들의 술자리로 초대받았다.

20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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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조셉, 장진모  _ 백곰막걸리 & 양조장
‘한국술집 21세기 서울’의 셰프 김봉수가 최근 마음을 빼앗긴 술집은 백곰막걸리 & 양조장이다. 전통주의 매력에 눈뜨게 해준 안씨막걸리 시절부터 알고 지낸 이곳의 대표가 한국 술에 관한 오랜 노하우를 고스란히 녹인 공간이기 때문. “술친구의 대부분이 요리사인데, 영업 끝나고 모이기 좋은 압구정이라는 위치가 한몫했지요. 이토록 다양한 전통주 리스트를 갖춘 곳은 근처에 이곳뿐이거든요.” 김봉수 셰프는 평소 좋은 술친구인 장진모 셰프와 호주 출신 셰프 조셉을 이곳에 초대했다. 장진모 셰프와는 식자재를 찾는 여행을 함께 다닐 정도로 막역한 사이이고, 셰프 조셉과는 팝업 레스토랑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이곳의 대표는 전국을 돌며 지역 식자재를 탐구하고 제철 재료로 요리해요. 전통주와의 마리아주도 훌륭하고요. 그런 점에서 제가 추구하는 바와 일맥상통해요.” 김봉수 셰프가 이곳에 매료된 이유를 전하니 장진모와 조셉의 눈이 반짝인다. 평소 메뉴판은 거의 보지 않는다는 셰프들은 언제나 그랬듯 추천을 부탁했다. 돼지고기 보쌈과 향긋한 통영 굴에 백련 생막걸리가 더해지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테이블 위로 술잔이 오간다.  

 

 

김호윤  _ 돌돌말아
“여기 완전 미쳤어요! 가성비 끝판왕이라니까요?” 스와니예의 수셰프 김호윤이 요즘 푹 빠진 곳은 고대 앞의 이탤리언 비스트로 ‘돌돌말아’.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거리가 꽤 먼 곳이지만 그가 굳이 이곳까지 와서 술을 마시는 이유는 간단하다. 훌륭한 와인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실컷 마실 수 있기 때문. “아무리 와인을 좋아해도 사실 가격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맘껏 마시긴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곳에선 가능하더라고요(웃음).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가성비 좋기로 명성 난 스페인산 샤야 베르데호 와인을 여기선 더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어요. 물론 와인에 곁들일 요리 수준 또한 높고요.” 주로 공복으로 찾아와 와인에 음식을 곁들이는 김호윤이 추천한 메뉴는 새우 라디치오크림 레지네티. 생면을 기계로 압착해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만드는 레지네티 면은 오목한 부분에 소스가 들어차 더욱 진한 풍미를 낸다. 입을 모아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면 혀를 치면서 착착 감기는 다소 야한 식감이 특징이다. 진득한 크림소스를 입은 파스타 한 접시를 해치우고 나면, 이젠 본격적으로 와인에 취할 시간이다. 

 

 

황규현 _ 앨리스
가로수길의 신흥 다크호스 일식당 ‘네기’의 황규현 셰프. 그가 강남에 둥지를 튼 이후 가장 사랑하게 된 공간은 청담동의 바 앨리스다. “앨리스는 단골 바인 동시에 영감을 일깨우는 장소예요. 꽃가게를 지나 바 입구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부터 정말 기발하지 않나요? 종종 진행하는 콘셉트 파티나 협업도 신선한 자극이 되곤 하죠. 지난번에는 우연히 왔는데 디스코 파티가 열리고 있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걸 생각했지? 무릎을 탁 치게 될 때가 많아요.” 이미 술이 꽤 오른 2차나 3차에 앨리스를 찾는 황규현 셰프가 자주 마시는 술은 하이볼이다. “취하면 목이 타서 뭐라도 마시고 싶잖아요. 갈증을 단번에 날리기에 가장 좋은 건 하이볼이에요. 캐나다 위스키 크라운 로열에 진저에일을 섞은 하이볼을 특히 좋아해요. 청량감 있는 목넘김이 아주 기분 좋거든요.” 특별히 떠오르는 술이 없을 땐 주저 없이 대표에게 추천을 부탁한다. ‘아시아 베스트 바 50 2016’에서 11위를 차지한 실력자 김용주 대표가 건네는 술은 실패한 적이 없으니까. 시그너처 칵테일인 카카오 풍미의 ‘리플렉션’도 그중 하나. 여기에 간단한 견과류나 초콜릿만 곁들이면 더 바랄 게 없다.

남성렬, 김다운 _ 장화신은 고양이  
망원동의 후미진 골목길에 최근 이름난 셰프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와인에 수준 높은 안목을 지닌 셰프가 연 와인바 ‘장화신은 고양이’ 때문이다. 가티의 총괄 셰프 남성렬, 스시키노이의 오너 셰프 김다운도 요즘 이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셰프들이 이곳에 푹 빠진 이유는 대체로 비슷하다. 오너 셰프가 추천하는 와인과 그에 완벽한 궁합을 이루는 요리, 그리고 편안하고 소박한 분위기. 남성렬 셰프는 이곳에서 집의 푸근함을 떠올리고, 김다운 셰프는 이곳의 조화로운 분위기에 매료됐다. “단골 술집을 삼는 것도 이성을 보는 것과 비슷해요. ‘Feel’이 가장 중요하죠. 단지 하나의 요소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이곳은 공간의 분위기, 요리, 음악, 조명, 접객이 마치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느낌이에요.” 이곳에 오면 호불호가 분명한 셰프들도 고집을 잠시 내려놓고 대표에게 추천을 부탁한다. 그중에서도 달콤한 블루베리 소스를 곁들인 프랑스식 오리가슴살 스테이크는 셰프들이 특히 사랑하는 메뉴. 여기에 실키하고 고급스러운 타닌과 산미를 지닌 레드 와인 살리체 살렌티노 리제르바는 궁극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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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전희란PHOTO : 이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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