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안목 있는 자동차 고르기

숫자나 가격, 모양만 보고 차를 계약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명차는 많은 사람이 타는 자동차가 아니라 내게 필요한 자동차다

20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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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트렌드> 편집장과 이 칼럼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때 두 살이던 이든이가 이제 네 살이 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든이가 가장 먼저 내뱉은 영어 단어는 바로 자동차(Car)였다. 베이비 시트에 파묻혀 지나가는 차들의 엠블럼을 보고 브랜드나 차명을 맞히는 놀이가 그녀의 취미다. 며칠 전엔 빠른 속도로 가속하는 것은 무섭다면서 1G가 넘는 강력한 횡가속도는 너무 좋다고 말했다. 나이를 막론하고 여자의 마음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해가 바뀌는 시점이 되면 자동차업계는 분주해진다. 연간 판매량이 각자의 계획 목표를 달성했는지, 누가 더 많이 팔았는지 셈을 한다. 목표 달성이나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조건의 구매 기회가 열리기도 한다. 1년간 출시한 신차 중 가장 우수한 차량을 선정하기도 한다. 신차 홍수 속에서 정말 빛나는 모델이 무엇이었는지 다방면으로 평가해 구매자들에게 참고할 정보를 주는 시상인 셈이다. 자동차를 고르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고민이다. 이달에는 오랜 기간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했고 운전의 즐거움을 좋아하는 레이서로서 체득한 좋은 자동차 고르기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볼까 한다. 
먼저 숫자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차들이 출시될 때마다 동급 최고 연비, 구형 대비 몇 퍼센트 높아진 출력 등의 미사여구가 흘러나온다. 최고출력은 사실 대부분 구매자들에게 큰 의미 없다. 출력은 각 회전영역의 토크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종속 변수이기 때문이다. 최대토크 역시 그 절댓값보다 어떤 모양으로 분포돼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토크 그래프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든이가 아빠를 닮았다면 고회전 영역대의 토크 형상이, 엄마를 닮았다면 실용 구간인 1500~2500rpm 사이의 토크 특성이 어떤지 봐야 한다. 이에 따라 최대토크는 낮아도 힘은 더 좋게 느껴지는 차가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실망스러운 경우도 생긴다. 표시 연비 역시 가상의 시험값에 불과하다. 체감 연비가 좋은 차를 고르려면 유리창 스티커를 보기보다 차량의 무게가 가볍고 전면 투영 면적이 과도하지 않으면서 공력 특성이 좋은 차체 구조인지 살피는 게 낫다. 변속기도 단순히 기어 단수가 많은 것보다는 전체 기어비의 범위가 넓은 쪽을 선택하는 게 연비에 유리하다. 더 커진 차체도 경계 대상이다. 확률적으로 큰 차체가 사고 후 더 안전할 수 있지만 차지하는 공간이 크다는 건 누군가와 부딪힐 확률도 커진다는 뜻이다. 우리네 교통 여건을 감안하면 미래에 주차 공간이 더 넓어지거나 차로 폭이 늘어날 리도 없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크기에 욕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을수록 재미있고 운전이 쉽다. 준대형 세단이 가장 많이 팔리는 한국 시장은 뭔가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합리적 소비를 생각한다면 자동차 가격보다 실질적인 월 지출금액이 더 중요하다. 보험과 세금을 포함한 차량 유지비용을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차량 가격 자체는 되팔 때 감가분을 빼고 돌아오는 자산적 성격에 가깝다. 따라서 할인을 많이 받아 구매했다고 마냥 좋아할 필요도 없다. 시장에 형성된 할인율은 중고차 가격도 끌어내린다. 디자인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가령 고성능을 강조한 쿠페라면 가급적 낮게 웅크려 운전자의 엉덩이를 노면에 밀착시켜주고 코너링에 대비해 바퀴 사이 간격을 넓게 확보해야 이유 있는 디자인이다. 반대로 지형을 가리지 않는 용도의 SUV라면 접근각이나 최저지상고를 비롯해 바퀴의 상하 스트로크를 고려한 휠의 배치, 차량 주변을 잘 확인할 수 있는 캐빈 위치가 중요하다. 차체 실루엣을 대했을 때 눈길이 머무는 차를 고르되 그 형태가 단순히 형태적 심미성을 넘어 차량의 성격을 강조하거나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면 금상첨화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더 중요하다. 사용자 시야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많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금 더 이성적 감각을 동원해 형태가 기능적이고 인체공학적 배려가 잘돼 있는지 따져야 한다. 어둠 속에서 조명을 통해 구현되는 실내 느낌도 주간과 다르므로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운전하면서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외장 부품인 사이드미러의 형상 역시 내겐 아주 민감한 부분이다. 조각품처럼 공들인 모양의 사이드미러는 운전 내내 볼 때마다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든이가 차를 살 때도 차 밖에 거울이 달릴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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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강병휘PHOTO : 최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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