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속 풀러 갈 고양

술 마신 사람들의 다음 날 행선지는 정해져 있다. 해장국집이다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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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술이다. 마지막 달, 12월은 하루가 멀다 하고 송년회 약속이다. 그 자리엔 술이 빠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은 술술 넘어간다. 처음에는 천천히 마시기 시작하지만 테이블에 초록색 병, 갈색 병들이 채워질수록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취기가 오른 사람들은 술잔이 깨질 듯이 건배하고,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듯이 입안으로 술잔을 털어낸다. 이 술, 저 술 마시다 보면 분명 술집에서 눈을 감았는데 눈뜨니 다음 날 내 방 침대 위다. 3시간짜리 장편영화는 10분짜리 단편영화가 된다.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친구들에게 지난밤 잘 들어갔냐고 안부 전화를 하며 기억의 파편을 모아 그날의 장면을 맞춘다. 얼추 기억은 되살린 것 같은데 술로 시달린 속은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초록색만 봐도 속이 울렁거린다. 해장해야 한다. 콩나물국, 북엇국, 선짓국, 때로는 냉면으로 해장할 때도 있지만 오늘은 ‘원당헌’ 뼈다귀해장국이다. 원당헌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다. 최근 고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해장국을 맛보기 위해서는 아니다. 고양 스타필드 때문이다. 서울에서 고양으로 가는 통일로는 주말이면 차로 꽉 막힌다. 사람들이 몰리니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양의 다른 볼거리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중남미문화원이다. 중남미문화원은 아시아에선 유일한 중남미 문화 박물관이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 등 약 3000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실외에 설치된 마야 벽화는 묘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이곳 말고도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음식이 한데 어우러진 플랜테이션은 가족 모임이나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다. 물론 당신은 해장국을 먹으러 왔지만. 원당헌에 들어서면 구수한 된장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이 집은 특이하게 여러 명이 와도 감자탕을 시키기보단 뼈다귀해장국을 인원수대로 주문하는 사람이 많다. 감자탕보다 개별로 시키는 게 양이 더 많다는 후문이다. 커다란 뚝배기에 뼈다귀가 수북이 담겨 나온다. 뼈 위엔 우거지, 우거지 위엔 채 썬 파, 그 위에는 다대기(다진 양념) 소스가 올려진다. 다대기 소스는 원당헌 뼈다귀해장국의 화룡점정이다. 된장 베이스로 끓인 국물은 담백하며 구수한데 다대기를 국물에 풀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국물 떠먹기를 멈출 수가 없다. ‘마약 해장국’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우거지는 프랜차이즈 뼈다귀해장국에서 볼 수 없는 우거지다. 살짝 질기지만 맛은 고소하다. 주인장이 직접 삶은 뒤 물기를 짜내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킨다니 정성이 보통 아니다. 잘 삶아져 고기 잡내가 거의 나지 않고 젓가락으로 뼈를 못살게 굴면 고기가 금세 빠진다. 고기와 함께 국물 한 숟갈. 해장국 먹으면서 속이 풀리니 옆 테이블의 영롱한 초록색 병이 눈에 들어온다. 대리비는 얼마나 나오려나? 문제는 또 술이다.  

 

 

 

 

일명 따귀집이라고도 하는 원당헌을 가려거든, 꼭 술을 마시지 못해 대신 운전해줄 수 있는 친구를 데려가길 바란다. 절대 당신은 초록색 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원당헌
위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로 390
문의 031-965-0721
영업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목요일은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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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김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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