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맛있는 독서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의 그 집이 궁금해진다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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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집 밖으로 나가기 좋은 계절이다. 기온은 적당하고 햇볕은 따사롭다. 선선한 바람까지 함께하는데 어떻게 방바닥에 배를 깔고 책만 읽을 수 있겠는가. 설령 억지로 책 한 권을 꺼내 읽는다 해도 내용은 들어오지 않고 책에 언급된 장소나 음식에만 눈이 간다. 소설가 성석제의 산문집 <소풍>에 수록된 수필 ‘가을낮 마법의 길에서’를 보면 그가 등단하기도 전에 방문한 강화도의 한 ‘비빔국수집’이 등장한다. 터미널 근처에 있어 그가 강화도에 도착해서 곱빼기 한 그릇, 떠날 때 곱빼기 한 그릇을 먹은 곳이다. 비록 지금은 강화 버스터미널이 철거돼 작가가 먹었던 그 장소에서 비빔국수를 맛볼 수는 없지만 원래 있던 곳에서 조금만 걸으면 깨끗하게 변한 ‘비빔국수집’을 만날 수 있다. 이름도 이젠 ‘강화국수’로 바뀌었다.
강화국수에 가면 꼭 비빔국수를 시켜야 한다. 물론 곱빼기다. 곱빼기라고 해봤자 보통보다 500원밖에 비싸지 않은데 양은 정말 곱절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이기도 하지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비빔국수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양은 좀 있는 게 좋다. 멸치로 우려낸 육수와 함께 내놓는 비빔국수는 김치와 고춧가루, 약간의 양념을 넣고 그 위에 설탕과 파, 깨, 김을 듬뿍 올렸다. 재료 조합이 맛의 균형을 깨지 않고 적당함을 유지한다. 비빔국수라고 해서 달고 자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담백하고 수더분한 맛인데, 한번 들었던 젓가락을 놓기 어려운 정도다. 비빔국수가 반 정도 남았을 때 옆에 있는 멸치 육수를 그대로 비빔국수에 투하해 흥건한 비빔잔치국수로 만들어 먹는 게 이 집만의 특징이다. 비빔국수와 잔치국수의 중간 맛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보단 새롭다.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비빔국수도 잔치국수도, 그렇다고 그 중간 맛도 아니다. 
허기진 배를 채웠으면 제주도 해안도로를 돌 듯 강화도 해안도로를 달려보자. 넉넉히 두 시간이면 돌 수 있는 코스다. 강화의 가을은 성석제 작가가 ‘유난히 의젓하고 황홀한 것’이라 비유할 정도로 경치와 날씨가 눈부시다. 길 한쪽에는 아직 녹색 옷을 벗지 못한 들판이, 다른 한쪽에는 바람에 휘날리는 코스모스가 자신들을 뽐낸다. 컨버터블과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창문만 열어도 강화의 가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안도로 중간중간에 고인돌과 돈대, 갯벌, 절도 나오니 볼거리도 다양하다. 딱 한 곳을 추천한다면 일몰 때의 동막해변이다. 갯벌 위로 떨어지는 해의 모습이 바다 위에 떨어지는 것만큼 숨 막힌다. 아름다운 퇴장이다. 해안도로를 타고 계속 달리다 보면 원래 그 자리에 돌아온다. 그리고 또 비빔국수. 비빔국수 한 그릇에 성석제의 소설을 역으로 기억해냈다. 돌아가 그의 책을 다시금 읽어야겠다. 맞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강화국수는 수정국수라는 상호로 문을 연 지 60년이나 된 집이다. 비빔국수의 반은 비벼 먹고 나머지는 멸치 육수를 부어 먹는 게 이 집만의 특징이다. 맛? 그뤠잇!

위치 인천 강화군 강화읍 동문안길 7
문의 032-933-7337
영업시간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일요일은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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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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