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먹으러 가자

예나 지금이나 먹는 걸로 꼬시는 게 제일이다. 입맛 도는 봄엔 맛있는 게 너무 많다

201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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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보면 스무 살 때 만난 플라토닉 사랑을 꿈꾸던 그녀도, 서른 살에 만난 격한 애정 표현을 좋아하던 그녀도 모두 ‘먹는 것’을 사랑했다. 음, 양심상 나를 더 사랑했다는 말을 꺼내진 못하겠다. 그녀들이 나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오늘 뭐 먹어요?”였으니까. 그래서 그만큼 그녀들과 먹을 음식에 공을 들였다. 식도락 데이트는 그때나 지금이나 옳다.


식도락 데이트는 봄과 천생연분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지만 날씨가 따뜻해져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쉽게 피로가 쌓인다. 졸음이 쏟아지거나 식욕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증상을 춘곤증이라고 한다. 몸에 부족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하기 위한 먹을거리가 그래서 중요하다. 봄 제철 음식은 비타민과 무기질을 듬뿍 품고 있다. 그러니 맛있는 제철 음식을 파는 곳만 찾으면 데이트의 반이 완성된다. 물론 데이트니까 볼거리나 풍광까지 좋으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내가 고른 코스는 군산이다. 


음식이라는 게 입으로 먹는 것이지만 눈과 코, 그리고 귀로도 먹을 수 있다. ‘짠내’ 나는 바다 앞에서 파도 소리 들으며 회를 한 접시 먹어본 적 있다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다. 군산은 바다와 갯벌을 동시에 품고 있어 먹을거리가 다양하다. 소문난 식당도 많다. 군산에서 봄을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주꾸미 샤부샤부와 바지락 회무침이 대표적이다. 일단 밥을 먹기 전 볼거리부터 섭렵하자. 군산엔 볼거리가 참 많다. 특히 신흥동에 가면 일본식 건축물 히로스 가옥과 동국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배경인 초원사진관을 볼 수 있는데 근현대사 교과서에 나올 법한 모습들이다. 주변 골목길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여유롭게 신흥동 골목길만 다녀도 재미가 쏠쏠하다. 신흥동에서 조금 벗어나 경암동 철길마을에 가도 괜찮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마을을 관통하는 기차의 운행이 2008년 중단되면서 지금은 철길만 남았다는 거다. 하지만 옛날 교복을 빌려주거나 불량 식품을 파는 가게들이 철길 옆에 자리해 추억 돋는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은밀하게 조용하게 A3 e-트론은 배터리로만 25킬로미터나 주행이 가능하다. 골목길을 조용히 달리며 그녀의 혼잣말까지 들을 수 있게 해준다. 골목을 걷는 사람들에게도 덜 미안하다. 

 

군산까지 와서 바다를 안 볼 수 없다. 군산 비응항에서 부안으로 가는 새만금방조제 길은 양옆에 바다를 두고 달릴 수 있다. 길이가 무려 33길로미터나 된다. 다니는 차도 많지 않아 때로는 빨리 달리면서 속도를 즐길 수 있고, 때로는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로 사이사이엔 전망대가 있는데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보면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하다. 이쯤 돌았으면 슬슬 허기가 지기 시작할 거다. 먹으러 갈 때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옛 속담은 하나 틀린 것 없다. 배가 고플수록 맛은 극대화된다. 주꾸미는 이 데이트를 완성하는 음식이다. 여름철 산란을 위해 4월이 되면 살이 오르는데 이때가 가장 맛있다. 바지락도 좋지만 씹는 식감이 주꾸미보다 덜하다. 게다가 주꾸미는 칼로리가 적으면서도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다이어트에도 좋다. 이런 이유를 늘어놓으면 그녀가 귀를 쫑긋 세울 거다.


주꾸미 샤부샤부를 주문하면 맑은 육수가 들어 있는 커다란 냄비가 나온다. 육수에 넣을 주꾸미와 소고기, 봄철 냉이와 미나리가 곁들여진다. 주꾸미를 볶음으로만 먹었던 그녀의 눈이 커진다면 작전 성공이다. 커지지 않았다고 해도 낙담하지 마시라. 아직 맛보지 않았으니까. 먼저 육수 국물이 어느 정도 기포를 낼 때 주꾸미만 살짝 데쳐 먹는다. 야들야들한 주꾸미는 씹는 맛이 보들보들 연하면서 쫄깃하다. 그다음엔 냉이와 미나리를 함께 데쳐 주꾸미와 먹는다. 봄나물과 주꾸미가 적절히 섞여 맛의 풍미를 더한다. 여자의 밥 먹는 속도는 마음의 문을 여는 속도라 생각했다. 어색한 소개팅 자리에서 식사 시간이 늦어지는 건 아직 남자를 탐색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지 말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은 그 문을 빨리 여는 촉진제다. 식도락 데이트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이번 식도락 데이트는 아우디 A3 e-트론과 함께했다. e-트론을 고른 건 훌륭한 연비와 정숙한 실내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데이트에서 서울에서 군산까지 단 한 번의 주유로 왕복 약 450킬로미터를 달렸다. 그러고도 150킬로미터 남짓 더 달릴 수 있었다. 군산 골목길을 돌아다닐 땐 전기 배터리를 사용해 달렸다. 배터리로만 25킬로미터나 주행이 가능하다. 얼마나 조용한지 골목길을 걷는 사람들은 뒤에 차가 오는지도 모르고 걸어간다. 더 좋은 건 옆자리에 앉은 그녀의 조용한 혼잣말도 모두 들을 수 있다는 거다. 그녀의 말 한마디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e-트론 덕분에 그녀와의 대화는 더 많아졌다. 서울에 올라가서 저녁은 뭘 먹어야 하나? 올라가는 차 안에서 뭘 좋아하는지 이야기해야겠다. 아직 그녀와 함께할 두 시간이 있다.   글_김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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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PEN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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