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벚꽃은 진리다

벚꽃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작업 장소다

2017.04.27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여자들이 멜로드라마 남자 주인공에게 반하는 이유는 잘생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듣고 싶은 말,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을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여자가 우울한 날 어떻게 알았는지 꽃을 선물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한다. 출장 갔다 공항에 도착했는데 어떻게 알고 마중을 나온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는데 또 어떻게 알고 우산을 들고 기다린다.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남편은 멜로드라마 남자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콕 짚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아서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연애할 때 어디 갈지, 뭘 할지 정하는 것도 늘 내 쪽이었다. 그에게서 로맨틱한 데이트나 감동적인 이벤트는 ‘1’도 기대할 수 없었다. 아아, 생각할수록 억울하다. 나도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고 싶단 말이다. 그래서 가상 데이트를 떠났다. 내가 즐기고 싶은 데이트이자 대한민국의 많은 여성이 원하는 데이트, 바로 벚꽃 드라이브다.


처음엔 컨버터블을 빌리려고 했다.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길을 지붕 열고 달리는 건 상상만 해도 낭만적이니까. 하지만 지난해 이맘때 벚꽃을 찍겠다고 컨버터블을 타고 갔다가 차 안에 잔뜩 쌓인 꽃잎을 치우느라 고생한 기억이 떠올랐다. ‘컨버터블보다는 커다란 글라스 루프가 있는 차가 좋겠어. 뒷시트를 접은 다음 뒷자리에 나란히 누워 벚꽃을 보는 것도 낭만적이겠지?’ 시트로엥 C4 칵투스가 내가 세운 벚꽃 드라이브 조건에 잘 맞아떨어졌다. 가운데 팔걸이를 올리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는 것도 합격이다. 은근슬쩍 손을 잡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나의 벚꽃 드라이브에 칵투스가 동행했다.

 

하늘을 보여줘 C4 칵투스의 가장 큰 매력은 뒷자리까지 통 크게 하늘을 보여주는 글라스 루프다. 커버가 없어 가릴 순 없지만 틴팅이 돼 있어 햇볕이 따갑게 차 안으로 쏟아지진 않는다.

 

 

 

4월 12일, 서울은 이미 벚꽃이 지고 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충주로 내려갔다. 2시간 남짓 달렸을까? 칙칙한 무채색 풍경 너머로 팝콘처럼 팡팡 터진 연분홍색 꽃잎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가지를 길게 뻗은 커다란 벚꽃나무가 나와 포토그래퍼를 맞았다. 축제가 끝난 뒤라 길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한쪽으로 차를 세우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온통 벚꽃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눈처럼 흩날린다. 바로 이거야! 2차선 도로 한쪽으로 차들이 군데군데 주차를 해 길은 조금 복잡했지만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좋았다. 차에서 내려 아래쪽으로 난 벚꽃길을 걸었다. 머릿속에서 이와이 순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가 오버랩됐다. 


뒷자리에 누워서 들으려고 분홍색 담요와 블루투스 스피커도 준비했지만 차를 세울 만큼 한적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냥 기분이라도 내려고 담요를 깔았다. 뒷시트가 편평하게 접히진 않았지만 살짝 기울어진 게 오히려 앉기엔 편했다. 칵투스의 커다란 글라스 루프는 새파란 하늘과 분홍색 벚꽃을 통째로 보여줬다. ‘아, 예쁘다.’ 반짝이는 봄 햇살이 글라스 루프로 쏟아졌다. 햇살도, 벚꽃도, 바람도 반짝거렸다. 커다란 벚꽃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뒷자리에 누워 벚꽃을 보는 게 이렇게 황홀할 줄이야. 한적한 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누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트렁크를 열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맞으며 누워 있는 것도 좋겠지? 만약 여자친구와 이런 데이트를 기획한다면 따뜻한 커피와 예쁘게 포장한 샌드위치를 준비하도록. 말랑말랑한 음악을 스마트폰에 넣는 건 기본이다. 철저히 계산된 행동과 동선이 작업 성공률을 높여준다. 솔직히 충주댐 벚꽃길은 좀 복잡하다. 차들이 계속 지나가는 통에 차 안에서 분위기 잡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 여러분은 한적한 벚꽃 데이트 코스를 찾아보시길. 파이팅!

글_서인수

 

 

모터트렌드, 자동차, 여행

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PENN STUDIO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