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메탈 듣는 봄 처녀

이은혜는 데이미언 라이스의 포크 음악과 연남동의 정감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이젠 영원히 한 남자에게만 쏟고 싶어 한다. 무려 5년째 간직만 하고 있는 묵은 소원이긴 하다.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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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셔츠는 포에버21, 화이트 쇼츠는 H&M, 스트랩 슈즈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메탈리카 좋아하세요?” 내가 그녀에게 물은 게 아니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이은혜는 메탈리카를 좋아한다며 신나서 공연 다니던 얘기를 쏟아냈다. 제임스 헷필드의 안부를 그녀에게서 듣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그녀는 판테라도 들었단다. 왠지 동지 만난 기분이다. 그녀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순간 멈칫했다. 방금 그건 혹시 그라울링(Growling)? 촬영 의상으로 징 박힌 가죽 재킷을 준비할걸 후회가 막심했다. 그녀가 메탈리카를 좋아한다고 마음까지 메탈릭(Metallic)한 건 아니다. 늘 사랑을 꿈꾼다. “매년 결혼하고 싶었어요.” 원래 목표는 스물다섯에 드레스를 입는 거였다. 그녀는 자신을 한없이 아껴주는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아빠는 제가 하면 무조건 다 오케이였어요. 제가 뚱뚱할 때 엄마는 먹는 걸로 늘 잔소리셨는데 아빠는 시무룩한 절 불러 엄마 몰래 맛있는 걸 건네주실 정도였어요.” 응? 뚱뚱했다고? 그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한다. “저 80킬로(kg) 나갔던 여자예요!”

이은혜는 ‘떡순이’였다. 떡볶이와 튀김이 무척 좋아 매일같이 먹고 또 먹었다. 그것도 모자라 떡볶이집에서 아르바이트까지 감행했다. 시급은 2000원에 불과했지만 끝나면 양껏 떡볶이를 먹을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런 그녀가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 대학에 진학하고부터였다. “여중, 여고를 나와 별생각 없었는데 대학에 가니 예뻐 보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녀의 다이어트 비법은 간단했다. 떡볶이를 끊는 거였다. 그녀는 이 과정이 애연가가 담배를 끊는 것만큼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고통만큼 확실히 살이 빠졌다. 그러다 결국 그때의 반쪽이 됐다. 몸이 반쪽이 되자 나의 반쪽이 돼달라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단다. 그런데 결혼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그녀는 요즘 가끔 외롭다. “외로울 땐 음악을 들어요.” 그녀는 메탈도 좋아하지만 브릿팝도 좋아하고 포크 음악도 즐긴다. 외로울 땐 특히 데이미언 라이스를 듣는다. 그래서 작년엔 서울재즈페스티벌에도 다녀왔다. 데이미언 라이스는 그때 기타 튜닝이나 사운드 체크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르자마자 노래를 시작했다. 그녀는 그때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And so it is. Just like you said it would be…." 그녀가 또 흥얼거린다.

대구 출신인 그녀는 어려서부터 독립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래서 스물한 살에 독립을 단행했다. 자리 잡은 곳은 서울 연남동. 그녀는 연남동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사랑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많이 거닐었단다. 그녀에겐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하지만 2년쯤 전에 그곳을 떠났다.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변해가는 연남동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도 있었다. “할머니가 돼서도 연남동에 살아야지 했어요. 그런데 여기도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고 유흥가가 생기더라고요. 슬펐어요.”

그녀는 요즘 집에서 ‘플스’라는 게임기로 스트레스를 푼다. 어쩌면 지금도 메탈리카를 들으며 조이스틱을 잡고 있을지 모르겠다. 신나게 ‘아뵤!’를 외치며 말이다.

 

 

 

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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