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현대차가 드디어 메신저를 찾았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내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열린 자세다. 이상엽 상무는 그 역할을 할 메신저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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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모터쇼는 이례적이었다. 시작은 암울했다.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는 브랜드가 늘어나는 분위기는 로컬 모터쇼인 부산에 치명적이었다. 국내 브랜드인 쌍용자동차도 불참했고, 수입차 브랜드들의 불참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경남 지역에 거점을 둔 한국지엠의 존폐 여부는 특히 부산모터쇼에 치명적일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부산모터쇼는 특별했다. 지난 설 연휴 직전에 시작된 한국지엠 사태가 일단락된 뒤 처음 열린 자동차 관련 대형 행사이기도 했고, 아우디에게도 시장 복귀 후의 첫 모터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특별한 것을 발견한 곳은 현대차였다. 특히 이상엽 스타일링 담당 상무는 내가 부산모터쇼에서 발견한 보석이었다. 그는 최고의 메신저였다. 현대차는 그동안 소통에 문제를 보여왔다. 고객들과의 소통에 서툴렀던 것이 현대차를 이른바 ‘국민정서법’ 대상 1호 기업으로 고착시켰다. 현대차 이야기만 나오면 온라인에선 댓글이 풍년이다. 물론 호의적인 댓글은 없다.


소통이 부족한 원인에는 몇 가지가 있다. 하고 싶은 말, 즉 메시지가 없거나 하고 싶은 말을 짜임새 있게 만드는 스토리가 없거나,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이나 사람, 즉 메신저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현대차는 충실한 기본기를 바탕으로(‘본질로부터’ 캠페인) 세련된 스타일링을 내세우다가(플루이딕 스컬프처 1.0) 이제는 감성과 역동성을 담은 디자인 DNA를 브랜드에 심겠다(센슈어스 스포티니스)는 등의 메시지를 꾸준하게 만들어왔다. 이런 메시지를 담기 위한 스토리로서 제네시스나 N 같은 서브 브랜드들을 갖춰온 것이다. 


하지만 메신저에는 유독 서툰 모습을 보였다. 우리 주변에도 대화가 서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특징은 첫째, 잘 듣지 않는다. 듣더라도 자기가 말할 내용을 생각하느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둘째, 대화의 타이밍을 놓친다. 대화는 상호작용이라는 사실을 잊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제압할 기회만을 노리기 때문이다. 셋째, 그 결과 강하고 짧으면서 생경한 표현을 사용하기 일쑤다. 결국 이들은 대화의 분위기를 깨뜨리기 십상이다. 현대차도 정확하게 이 경우에 해당한다. 전달하고 싶은 내용만 생각하고 곤란한 의견에는 결정적인 반박을 기획하거나 아예 무시한다. 따라서 부드럽고 꾸준한 대화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상엽 상무는 현대차의 프레젠테이션을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대형 무대에서 브랜드의 디자인 전략을 말하는데 몸에 힘을 전혀 주지 않은 온화한 목소리와 차분한 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더욱이 딸들이 직접 무대에 등장하면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정적으로 회사 내부의 금기를 간단히(!) 부숴버리는 열린 이미지가 압권이었다. 올해 제네바 모터쇼의 공식 보도자료에서 르 필 루즈와 현대의 스포츠 디자인 헤리티지를 이야기하면서 ‘포니 쿠페’라는 이름조차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못했던 현대차다. 그런데 이상엽 상무가 사내의 금기를 단숨에 깨버렸다. 잔잔하고 온화한 음성으로 포니라는 이름과 포니 쿠페를 공식 언급한 것이다.


물론 이상엽 상무가 포니의 언급을 결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의 역할은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가족적이고 따뜻한 그가 회사의 금기를 깨뜨릴 수 있을 정도로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내 말을 들어줄 자세가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벤틀리에 근무하던 시절 만났던 그에게서 느낀 열린 온화함은 현대차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누구보다도 개성과 전문성이 필수인 디자이너가 열린 온화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절대 평범한 경우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내가 현대차를 좌지우지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내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열린 자세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소통을 시작하는 역할은 메신저의 책임이다. 현대차는 드디어 메신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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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나윤석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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