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우연 아닌 운명 같은

송수빈의 머릿속은 온통 차와 모델과 관련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천생 레이싱 모델이다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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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는 포에버21, 슈즈는 본인 소장품

 

벚꽃잎이 초속 5센티미터로 떨어지는 어느 봄날, 송수빈은 따사로운 햇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인터뷰할 때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허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나름대로 정리를 하고 있었어요.” 그녀가 준비한 예상 인터뷰가 궁금해졌다. “자동차 잡지 인터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운전하는 걸 좋아해요.” 이 말을 한 그녀도, 대답을 들은 나도 서로의 얼굴을 보고 한참 웃었다. 자동차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닌가? “정말이에요. 데이트할 때도 남자친구 차 안 탄다니까요. 제가 직접 차로 데리러 가고 바래다주고 그랬어요. 남자친구가 엄청 좋아하던데요? 사실 그 친구는 운전을 잘 못했거든요.” 여자친구가 운전해주는 차를 마다할 남자는 없다. “예전에 소속 레이싱팀 감독님이 제가 운전하는 걸 보고 아마추어 레이싱 선수 해볼 생각 없느냐고 진지하게 물으시던데요?(웃음)” 레이싱팀 감독이 그런 말을 할 정도면 실력이 대단한 것 같다. “레이싱 선수들이 운전하는 걸 보고 따라 해보니까 저도 모르게 운전 실력이 조금씩 늘었나 봐요. 선수들 운전하는 걸 보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더라고요. 시트 포지션이나 운전대 위치 같은 거요. 그 두 가지만 제 몸과 잘 맞춰도 운전 실력이 쑥쑥 늘죠.” 


그녀는 사전 인터뷰 때부터 촬영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보통 레이싱 대회나 자동차 관련 행사들이 4월 중순부터 시작해요. 그래서 3월과 4월에 바짝 운동을 하죠. 그런데 지금은 몸을 만드는 단계라 100퍼센트 컨디션이 아니에요. 못생기게 나오면 어쩌죠?” 이런 걱정 할 필요 없는 사람들이 꼭 괜한 걱정을 한다. “이번 겨울만큼 재미있게 놀고먹은 비시즌도 없었던 거 같아요.(웃음)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친구들이랑 노는 걸 좋아하거든요. 대여섯 명이 모이면 밤의 끝을 잡을 때까지 놀아요.” 음주가무를 좋아하나 보다. “가무는 좋아하지만 음주와는 거리가 멀어요. 가끔 술 안 마시면 무슨 재미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굳이 술을 마시지 않아도 흥은 느낄 수가 있는데….” 진짜 잘 노는 사람들은 술 없이도 즐긴다고 들었는데 그녀의 이야기였다. “촬영 스케줄 잡고 며칠 동안 피트니스 센터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절대적인 운동량은 부족하지만 며칠간의 성과치곤 괜찮은 수치예요.”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다. “몸 관리를 해야 하는 직업이라 피트니스는 꾸준히 하고 있고 요즘은 골프도 함께 해요.” 골프 실력이 무척 좋을 거 같다. 몇 타 정도 칠까? “아직 필드에도 나가보지 못했어요.(웃음) 다른 사람이 치는 걸 보면 정말 쉬워 보였는데 제대로 공 맞히기도 어렵더라고요.” 


그녀는 인터뷰 중에도 틈만 나면 창밖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아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떨어지는 벚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들어요. 그 절정의 아름다움을 고작 며칠밖에 꽃피우지 못하잖아요.” 단 며칠 동안만 피기 때문에 특별한 건 아닐까? “흔히 레이싱 모델을 모터쇼나 레이스의 꽃이라고 하잖아요?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자리를 빛내주지만 모델이라는 직업이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벚꽃처럼 인생의 봄날에만 할 수 있는 직업이죠.” 입지도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2018 F1에선 그리드 걸을 볼 수 없다. “그 소식 들었어요. 의외로 국내 레이싱 업계 사람들은 우리나라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이야기해요.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영향을 끼치겠죠. 조금 답답한 마음도 커요. 레이싱 모델이 서킷 위에서 우산과 피켓을 드는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거든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은 물론 스폰서를 위한 홍보까지도 돕고 있어요.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이런 내용까지 알기 어렵죠.” 나 역시도 그녀가 말해주기 전까진 깊게 알지 못했다. “레이싱 모델의 여성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온전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어요.” 그녀의 얼굴에선 결연한 의지마저 엿보인다. 레이싱 모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자부심이 있어야죠. 이 직업이 사라지더라도 자부심은 끝까지 지켜나가고 싶어요.” 
스타일링_박선용

 

 

블랙 셔츠는 H&M, 보디 슈트는 에탐, 블랙 쇼츠는 포에버21

 

 

 

모터트렌드, 자동차, 레이싱모델

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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