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식 [ 5개 궁 담당 대목수 ]

[ 하는 일 ] 대목수, 와공, 석공, 미장공, 드잡이공이 소속되어 있는 ‘직영사업단’에서 대목수 일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 5대 궁궐 건축물의 보수 일을 한다.
[ 좋아하는 장소 ] 직업 특성상 건축물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5대 궁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창덕궁과 창경궁에 있다. 그중에 부용지 영역권에 있는 어수문, 그리고 그 위의 주암루를 좋아한다. 다른 문에 비해서 매우 화려한 어수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축적인 기법이 많이 담겨 있다. 구조적인 흐름이 매끄럽고 아름다워서 배울 점이 많다.
[ 대목수의 철칙 ] 선조들이 만드신 원형을 보존하는 것. 고택은 현대 시설물이나 생활에 맞게 변형이 가능한데, 문화재 보수의 관건은 하나부터 열까지 ‘원형 보존’이다. 실측을 조금만 잘못해도 변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수리라도 고증과 자문을 받는다.
[ 잊지 못할 에피소드 ] 경복궁에 ‘향원정’이라는 연못 안 정자가 있다. 목재 다리를 통해서 지나가는 장소인데, 궁에 오는 거의 모든 사진작가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다. 한번은 비바람에 노출된 목재 다리가 결국 상해서 수리를 하러 갔는데 공사 내내 사진 촬영에 방해가 된다며 사진가들에게 엄청난 항의를 들었다. 그들에게는 지켜야 할 문화재라기보다는 ‘관광지’였던 거다.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비난받으면서 일한 적은 처음이라 씁쓸한 마음이 남았다.
[ 관람객에게 당부하는 말 ] 신발 신고 올라가지 말라는 안내판을 세워둔 마루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이들이 꼭 있다. 신발에 박힌 모래가 마루에 들어가 발로 눌리면 절대 지울 수가 없다. 묻히는 게 아니라 파이는 거다. ‘사진 한 장만’이라는 생각이 우리 문화재를 훼손시킬 수 있다.

좌 | 민경갑 [ 5개 궁 조경 관리자 ]

[ 하는 일 ] 궁에 있는 모든 나무와 식물에 물과 영양분을 공급해 생육을 좋게 하거나 보호하는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창경궁은 회화나무나 향나무, 뽕나무, 다래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어 더 신경 쓰는 편이다.
[ 근무 시간 ] 직업 특성상 다른 직원보다 조금 이른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까지 일한다. 개방 시간보다 먼저 작업을 하고 자재와 연장을 옮겨놔야 하기 때문이다.
[ 좋아하는 장소 ] 창덕궁 후원의 주함루. 지형도를 최대한 활용해서 건물들이 적절한 곳에 배치되어 있다. 건물과 자연이 너무나 잘 어우러져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일의 보람 ]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재를 다루는 권한을 가진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지붕 위나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 경관을 내려다보면 뿌듯하고 벅찬 기분이 든다.
[ 월동 준비 ] 한겨울이 오기 전에 동해 방지를 위해 각 나무마다 미리 영양분 보충을 해준다. 식물은 주로 땅의 힘을 먹고 살기 때문에 화학비료보다는 퇴비를 사용해서 겨울을 날 수 있는 힘을 축적해둔다.

우 | 민상식 [ 덕수궁 주무관 ]

[ 궁에서의 하루 ] 관람객들의 질서 유지부터 훼손, 화재를 방지하는 일까지 덕수궁의 전체적인 관리 감독을 한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지난밤에 별일이 없었는지 구석구석 살펴보고 문 앞이나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는 곳을 청소하고 문을 연다.
[ 좋아하는 장소 ] 덕수궁에서 유일한 2층 건물인 석어당을 좋아한다. 화려한 단청을 입은 궁의 다른 건물에 비해 석어당은 담백하고 정갈하다. 바로 앞에 살구나무가 있는데 꽃이 피면 근사하다.
[ 덕수궁의 매력 ] 교통편이 좋은 데다 다른 궁들과 달리 오후 9시까지 야간 개방한다. 해가 지면 오솔길에 조명이 켜지는데, 그걸 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 관람객에게 당부하는 말 ] 관람객들이 종종 사적지보다는 공원이라고 생각하고 공이나 돗자리, 도시락 등을 싸 가지고 오는 경우가 있다. 부디 후손을 위해 문화재를 보존하자는 생각으로 기본 에티켓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좌 | 이계문 [ 창경궁 시설 반장 ]

[ 하는 일 ] 궁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관리한다. 지금 같은 철에는 낙엽을 수거하는 일이 주 업무다. 미화 측면도 있지만 화재 방지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눈이 오면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제설 작업에 만전을 기한다.
[ 좋아하는 장소 ] 대온실을 가장 좋아한다. 여러 가지 꽃들을 보는 재미가 있고, 따뜻한 공기와 향기가 좋다.
[ 일의 재미 ] 공기가 맑으며 경치 좋은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낙이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많지만,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공간이 궁이다.
[ 창경궁의 매력 ] 다른 궁에 비해 나무가 많다. 덕분에 여름에는 저절로 생기는 그늘이 쉴 공간을 마련해준다. 가을이 오면 10월 즈음부터 단풍이 드는데, 어떤 때는 설악산보다도 더 아름답다. 단풍 구경하러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우 | 김지완 [ 창덕궁 문화재해설사 ]

[ 하는 일 ]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담당하는 문화재 해설팀에서 영어 파트를 맡고 있다.
[ 좋아하는 장소 ] 화려한 궁궐 건물에 비해 단청 없이 소박한 낙선 재를 좋아한다. 덕혜옹주가 살았고,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비였던 이방자 여사께서도 1989년까지 계시다가 돌아가신 곳이다. 왠지 마음이 쓰이는 공간이다
[ 문화재해설사의 보람 ]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관람객들을 만나 한국의 문화를 전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한다는 것. 종종 외국인들이 나의 설명을 듣고 ‘한국은 정말 멋진 나라’라고 감탄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묘한 긍지가 샘솟는다.
[ 외국인들의 최대 관심사 ] 재미있게도 ‘화장실’이다. 조선 시대 왕과 왕실 가족은 ‘매화틀’이라는 이동식 변기를 사용했는데, 그걸 설명하기 전까지는 왜 궁에 화장실이 없는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나무를 태우지 않고 뜨거운 공기로 공간을 데우는 온돌 시스템의 원리에도 놀라워한다.

김재하 [ 창경궁 식당 담당 ]

[ 하는 일 ] 매일 아침 8시부터 궁 안의 직원들을 위한 50인분의 점심 식사를 준비한다. 혼자 하려면 버겁기도 하지만 직원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
[ 인기 메뉴 ] 전에 근무하던 창덕궁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특식으로 코다리찜과 돈가스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종종 앙코르 요청을 해오지만 창덕궁에는 인덕션이 없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가끔은 집에서 돈가스를 튀겨오기도 한다. 튀긴 요리는 항상 인기가 많다.
[ 맛의 비법 ] 어떻게 하면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지 늘 연구하고 공부한다. 가능한 한 자연에서 나는 재료로만 간을 하고, 된장, 간장 같은 장류는 시중 제품이 아닌 시골에서 담근 것만 쓴다. 돼지고기를 삶을 때는 대파 뿌리를 사용하고, 진간장으로 맛간장을 만드는 게 나만의 비법이다.
[ 창경궁의 매력 ] 쉬는 시간에 창경궁의 연못 ‘춘당지’와 대온실에 자주 간다. 특히 춘당지에는 ‘백송’이라는 하얀색 소나무가 있는데,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 매일 궁 안에 있다 보니 다른 어떤 관광지를 가도 눈에 차지 않는다. 내 눈에는 궁이 제일 예쁘다.

유기일 [ 창덕궁 소방직 ]

[ 궁에서의 하루 ] 궁에 있는 소방차를 끌고 산 위로 올라가 400톤의 물이 저장되어 있는 펌프실 기동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스프링클러가 있는 미분무실을 점검한 뒤, 오후에는 궁 안 5개의 소화전과 369개의 소화기를 점검하러 다닌다.
[ 일의 재미 ] 서울 시내에서 이토록 공기 좋은 환경에서 일한다는 건 축복이다. 공간이 넓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운동 덕분에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 화재가 났을 경우 ] 이곳에서 근무한 지 5년이 조금 넘었는데, 아직까지는 작은 화재도 발생한 적이 없다. 만약 화재가 나면 제일 중요한 초동 진압을 한다. 5분 이내에 도착할 종로구의 소방차가 오기 전까지 더 큰불로 번지지 않게 하는 역할이다.
[ 좋아하는 장소 ] 후원을 가장 좋아한다. 낙엽 지는 가을에 후원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그 멋진 풍광을 잊을 수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