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개 궁에는 모르고 지나치면 아쉬울 주옥같은 공간이 많다. 궁을 수시로 드나들며 살피고 또 살핀 궁 애호가들의 히든 플레이스 10곳.
2016.01.15
서울 5개 궁에는 모르고 지나치면 아쉬울 주옥같은 공간이 많다. 궁을 수시로 드나들며 살피고 또 살핀 궁 애호가들의 히든 플레이스 10곳.
2016.01.15
1 정면 5칸, 측면 5칸의 팔작지붕 중층 건물로 경복궁의 중심이 되는 근정전
2 근정전 앞마당에 놓인 박석들
경복궁 근정전, 조정 관람 포인트
최연(홍익대학교 교수, 서울해설가)
동쪽에 일화문을, 서쪽에 월화문을 거느리며 회랑으로 둘러쳐진 근정문을 들어서면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의 정전 근정전이 이중월대 위에 우뚝 서 있다. 근정전 앞 넓은 뜰에는 삼도의 양옆으로 품계석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그 주위로 다듬지 않은 박석이 깔려 있는데, 근정전과 박석이 깔린 조정을 함께 조망하는 관람 포인트가 있다. 바로 오른쪽 회랑 모퉁이. 이곳에 서면 근정전이 백악과 인왕산 사이로 위용을 드러내고 있으며 넓은 조정도 한눈에 들어온다.
About 국가의 중대 의식을 행했던 근정전 앞 조정에 가공하지 않은 박석을 사용한 것은 햇빛 반사를 막고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조정은 북쪽보다 남쪽이 1m 정도 낮은 북고남저 형태로 경사져 있는데, 이는 배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 박석 사이의 틈으로 물길이 나서 조정 양쪽 모퉁이에 있는 하수구로 흘러든다.
3 광화문 좌우에서 경복궁을 지켜주는 해태상
경복궁 광화문 앞 두 마리의 해태상
최열(미술평론가, <옛 그림 따라 걷는 서울길> 저자)
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당시 이세욱이라는 당대의 조각수가 새긴 작품으로 19세기 최고의 조각 예술품이다. 풍윤하며 윤기가 흐르고 힘에 넘치는 기운은 관악산의 불과 한강의 물 기운을 충분히 제압할 만한 위용을 갖추고 있으나 경복궁 앞에 높이 서 있기 때문에 그 자태를 간과하기 쉽다.
About 해태는 사자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뿔이 있는 상상 속 동물로 ‘해치’라고도 부른다. 물 기운을 발하는 해태는 화재나 재앙을 물리친다고 알려져 있으며, 관악산의 불 기운을 막기 위해 경복궁 복원 당시 대원군이 세웠다.
1 왕만 사용했던 영렬천은 특별한 날에만 공개할 정도로 은밀한 공간이었다.
경희궁 영렬천
이장희 (일러스트 작가,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저자)
그리 넓지 않은 경희궁에서 대부분 영렬천을 놓치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바위에 흐릿하게 새겨진 ‘영렬천(靈冽泉)’이라는 각자를 발견할 수 있다. 조선 시대 궁궐의 기록을 담은 ‘궁궐지’에는 사계절 물이 마르지 않고 매우 맑았으며 여름에도 찼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제 그런 물맛을 볼 수 없는 것 또한 아쉽다. 경희궁의 처절한 운명처럼 잊혀진 듯 영렬천의 현재가 애잔하기만 하다.
About 영렬천은 경희궁 담장 밖 숭정전 좌측 언덕에 자리하고 있으며, 궁궐 깊숙한 곳에 있어 특별한 우물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서궐도안’에도 나와 있는 이 우물은 경희궁 복원 시 숭정전의 위치를 잡을 때 큰 단서를 제공했다고 한다.
2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보면 과거 운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덕수궁 운교(구름다리)
안창모(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덕수궁> 저자)
덕수궁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돌담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럼에도 무심하게 지나치기 쉬운 곳이 바로 운교 자리다. 운교는 덕수궁 담장 밖으로 구름다리가 있던 흔적만 남아 있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이 많아 늘 아쉽다.
About 한때 경희궁과 연결해주던 운교는 경운궁 확장공사로 철거되어 덕수궁 돌담의 중간쯤에 그 흔적만이 남아 있다. 정확한 주소는 서울 중구 서소문동 38번지로 현재까지 유일하게 발견된 경운궁 운교의 사진은 한 장뿐이다.
1 임오화변이 일어났던 문정전은 ‘휘령전’이라 불렸다.
창경궁 문정전
송용진 (문화해설사,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 기행> 저자)
영화 <사도>가 인기를 끌면서 사도세자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졌다. 문정전은 영화 속 유아인이 주인공을 맡았던 바로 그 비극의 인물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장소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자 장소일 수도 있지만, 다시 한 번 방문해 과거의 사건을 떠올려보는 것도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한다.
About 문정전은 왕이 일상 업무를 보던 곳으로 1762년 문정전 앞마당에서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당하는 임오화변이 일어난 장소이기도 하다. 사도세자는 조선 21대 왕인 영조의 두 번째 왕자다.
2 창경궁 내의 연못 춘당지 끝자락에서 정면으로 대온실이 보인다.
3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의 이국적인 외관
창경궁 대온실
전희란 (<동방유행> 피처 에디터)
창경궁에서 빛을 발하는 이 아름다운 서양식 식물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제에 의한 훼손의 역사다. 궁궐로서의 존엄성을 잃어간 동시에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꽃을 볼 수 있는 힐링 공간이 되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창경궁 대온실은 따뜻한 온기를 품고 꽃을 피운다. 궁극의 산책 코스다.
About 1909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양식 온실로 철골 구조와 목재, 유리가 혼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1907년 일본 황실의 식물원 책임자가 설계하고, 프랑스 회사에서 시공할 당시만 해도 동양 최대 규모의 식물원이었다.
4,5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인정전 뒷길은 진짜 ‘히든 플레이스’다.
창덕궁 인정전 뒷길
조재모(경북대 건축학부 교수, <궁궐, 조선을 말하다> 저자)
인정전 뒷길은 왕비가 거처하는 대조전과 경훈각 등 내전 전각이 모여 있는 인정전 동북편 영역에서 서북편 경복전지 일대로 연결되는 동선을 말한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동궐도’, ‘동궐도형’ 등에 명확히 드러나 있다. 인정전 뒤편의 언덕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뉜 내전과 전각 간 연결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About 인정전은 왕실의 주요 행사가 치러진 곳으로, 인정은 ‘어진 정치’라는 뜻이다. 숲, 나무, 연못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창덕궁은 1917년 대조전을 중심으로 내전 일곽이 소실되기도 했다.
1 옥류천이 있는 창덕궁 후원은 가끔 호랑이가 나타났을 정도로 깊었다고 한다.
창덕궁 옥류천
담담프로젝트(디자인 그룹, <서울 궁 이야기 색칠 놀이> 등 독립출판물 제작)
왕들이 술잔을 띄우고 신하들과 함께 시를 짓던 장소로 옥류천의 소요암엔 숙종의 오언절구 시가 새겨져 있고, 주변엔 소요정, 태극전, 청의정 등의 정자가 있다. 창덕궁 후원에서 한참 걸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운동 삼아 오르면 매우 아름답고 아늑한 장소가 나타나므로 꼭 방문하길 추천한다. 후원의 무료 해설 서비스도 진행되니 참고하면 좋다.
About 1636년 인조 때 조성된 장소로 창덕궁 후원 북쪽의 제일 깊숙한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으며, 소요암을 깎아 그 위에 홈을 파고 물길을 끌어들여 작은 폭포를 만든 곳이다. 창덕궁 후원은 별도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3 창덕궁의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 대조전
4 희정당 뒤편에는 대조전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사이에 두 곳을 잇는 행각이 있다.
창덕궁 희정당에서 대조전으로 이어지는 행각 내부
배병우(사진가)
희정당은 대조전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왕의 은밀한 공간인 만큼 내부에서 서로 통할 수 있도록 행각과 복도로 연결하고 있다. 희정당은 실제로 왕이 가장 많이 머물렀던 장소이며, 내부가 유리 창문, 샹들리에 등 서양식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조전 역시 서양식으로 꾸며진 내부를 볼 수 있으므로 창덕궁 방문 시 놓치지 말아야 할 장소다.
About 희정당의 원래 이름은 숭문당으로 원래 침전으로 만들어졌으나 일부는 편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내부 관람이 불가하기 때문에 밖에서 안쪽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동궐도’에는 여러 개의 돌기둥 위에 세운 아담한 집으로 그려져 있으며 마당과 연못이 나타나 있다. 대조전은 보물 제816호로 지정되어 있다.
2 ‘상량’은 ‘시원한 곳에 오른다’는 뜻이며 본래 이름은 평원루다.
창덕궁 상량정
배병우(사진가)
낙선재 후원에 자리하고 있는 육각형 누각으로 높은 언덕 위에 우뚝 서 있어 옛 시절 이곳에서 서울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현재는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반대로 아래에서 상량정을 올려다봐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경복궁의 향원정과 함께 아름다운 정자로 거론된다.
About 상량정이 있는 낙선재는 창덕궁과 창경궁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어서 <궁궐지>에 창경궁에 속한 건물로 기록되어 있으나 현재는 창덕궁 영역에 속해 있다. 상량정에는 부귀, 장수, 다산을 의미하는 박쥐와 복숭아, 청룡 등의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EDITOR : 유성미, 전희란PHOTO : 최창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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