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한없이 가벼운 깃털 속 결코 하찮지 않은 사명감

보잘것없는 깃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의 사명감과 욕망, 그리고 집착에 대하여.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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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도둑이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버렸는지 보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욕망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된다. 부딪치는 욕망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기이한 도난 사건으로 시작해 하찮아 보이지만 중요한 도난품의 역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세계는 끝도 없이 깊고 넓어진다. 책 <깃털 도둑>이 그렇다. 깃털 하나로 시작한 이야기가 어디까지 가는지 따라가보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그렇다. 깃털이다. 우리에게 깃털은 하찮음의 상징이다. 가볍고 보잘것없는 것을 깃털 같다고 하지 않나. 마지막 깃털에 당나귀 허리가 부러진다고 했을 때 염두에 둔 것은 가볍다 못해 훅 불면 날아가버리는 그런 하찮음이다. 그러나 2009년 6월 24일 밤, 영국 트링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도둑맞은 16종 299마리의 새 표본은 그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물건이었다.


도대체 그 깃털이 왜 필요했을까? 범인은 영국 왕립음악원의 천재 플루트 연주자인 에드윈 리스트다. 열세 살에 컬럼비아 그린 커뮤니티 대학에 입학하고 열여섯 살에 세계 최고 명문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런던 왕립음악원에 입학한 신동. 그는 런던 사운드 스케이프 공연장에서 하이든과 헨델, 멘델스존을 연주하고 난 직후 플루트를 들었던 섬세한 손에 철사 절단기, 다이아몬드 날이 달린 유리 커터를 들고 밤의 박물관에 기어 들어간다. 깃털을 훔치기 위해서. 그때 그의 나이는 겨우 열아홉 살이었다.  


그의 불행이라면, 그의 천재성이 발현된 분야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연어 낚시에 사용하는 가짜 미끼인 ‘플라이’를 만드는 데에도 천재였다. 플라이를 만드는 작업을 ‘플라이 타잉’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의 세계는 좁고도 깊다. 플라이 타이어들은 낚시에 관심이 없다. 없어도 상관없다. 플라이 자체가 예술품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우연히 플라이 타잉 비디오를 본 에드윈은 이 낯선 취미에 매료된다. 동생과 함께 개인 교습까지 받아가며 몰두하던 그는 플라이 타잉 전국 대회에 나가 송어 플라이 68개를 1시간 만에 만들어서 우승 타이틀을 받으며 플라이 타잉에서도 천재임을 입증한다. 그러나 그 대회에서 에드윈의 운명이 바뀐다. 아름다움이 그를 낚아챈다. 


“대회장 복도를 거닐던 에드윈은 아름답게 반짝이는 어떤 물체를 발견했다.” 취미 수준의 플라이 타잉을 집착과 강박증으로 변화시킨 바로 그것. 에드윈은 빅토리아 시대풍의 커다란 연어 플라이가 60개나 전시된 진열대를 보고 못 박힌 듯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조지 켈슨의 <연어 플라이>에 나온 방법 그대로 아주 공들여 만든 것들이었다. 에드윈은 이렇게 다양한 색이 조화롭게 섞여 있는 물건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다. 푸른색, 초록색, 연두색, 붉은색, 금색이 한데 어울려서 무지개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검은색과 갈색밖에 없는 못생긴 ‘데빌 스크래처’에 비하면, 그 플라이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의 물건 같았다.”


그 아름다움을 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과 재료다. 에드윈은 혹독한 연습을 통해 빅토리아식 플라이 타잉 기술은 확실하게 익힐 수 있었지만, 적당한 재료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칠면조와 비둘기 깃털로 만든 플라이는 ‘진짜’ 깃털로 만든 것에 비하면 어설픈 모조품에 지나지 않았다.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있는 새의 깃털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둘 중 하나밖에 없었다. 아주 비싼 돈을 주고 사거나, 훔치거나. 


그러나 이 책은 한 소년의 일대기에 그치지 않는다.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인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귀족이고 부호이며 간통 범죄자, 협박 피해자, 조류 수집가였던 월터 로스차일드, 그리고 그들이 목숨을 걸고 수집한 새 가죽을 또한 목숨 걸고 지켰던 큐레이터들이 불려나오고, 19세기의 깃털 열병과 같은 사회 현상이 검토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깃털이 결코 하찮음의 대명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은 깃털을 빌린 ‘몸통’의 이야기다. 숭고한 사명감과 욕망, 집착이 충돌하는 현장의 이야기다. 누가 이길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어린 새의 깃이 자라나는 동안은. 그러니까 영원히.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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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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