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한강, 괴물은 없다

여울이나 소, 모래톱 등 다양한 한강의 환경은 그만큼 다양한 생물의 생활 터전이 되므로 획일화된 한강의 환경을 자연에 가깝게 복원하고, 생물들의 공간으로 제공해야 한다.

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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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 갈라진 큰 입에 굽은 등을 가진 이 생물은 물고기도 양서류도 아닌 흉측한 모습으로 한강 다리에 매달려 있다. 그 리고 그렇게 한동안 사람들의 눈길을 끌더니 갑자기 한강 둔치로 내려와 사람들을 공격하고 물어뜯다가 한 여자아이를 낚아채 사라진다. 

2006년 개봉해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본 영화 <괴물>은 미군 부대에서 버린 독성 물질로 생겨난 돌 연변이 생물에 관한 내용이다. 이 영화의 탄생은 한 강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 먼저 2000년에 주한 미군 군무원인 앨버트 맥팔랜드가 포름알데히드 20박스를 한강에 무단으로 방류한 사 건이다. 소독, 방부 및 조직 고정제로 이용되는 포름 알데히드는 자극적인 냄새를 방출하는 독극물로, 강 에 유입되었을 때 강에 사는 생물은 물론이고 사람 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이다. 이 사건은 영화 <괴물>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 리고 그 이듬해인 2001년에는 미군 부대에서 유출된 유류가 녹사평역 일대의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 는 일이 발생해 서울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처럼 그 시절 우리의 강은 누군가에 의해 병들어가고 있었 고, 그것은 바로 우리의 생존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 었다. 

 

그러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영화 <괴물> 이후 한 강에서 비슷한 괴물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아직까지 듣지 못했다. 그 대신 어린 뱀을 잡아먹을 정도로 커 다란 황소개구리가 급증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거나, 큰입배스가 물속 생태계의 폭군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등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괴물 같 은 생물의 이야기는 보도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애완용으로 키워지다 하천이나 호수에 버려 진 이후, 그 수가 토착종인 남생이나 자라보다 훨씬 많아진 붉은귀거북이나 묵밭(오래 방치된 거친 땅) 등에 무리 지어 자라며 꽃가루가 건초열이라는 알레 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단풍잎돼지풀이 사람들을 걱 정하게 했다. 

이처럼 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며 생태계를 교란 하는 유해 생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이로 인한 사회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이 교란 유해 생물만의 잘 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실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등이 나타난 것은 사람들이 경제적 가치 하락이나 부주의한 관리로 자연에 방출시키면서 생겨난 문제 이기 때문이다. 즉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해 종을 국 내에 들여오고, 자연 생태계로 퍼져 나가도록 한 주 체는 바로 ‘우리’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 

 

 

그러나 한강은 아직 죽지 않았다. 인간의 개발에 의 해 한강의 생태 환경이 파괴되고 외래 생물에 의해 교란되긴 했지만 여전히 한강은 생물의 보금자리이 며, 강한 생명 에너지를 품고 있다. 매년 겨울이면 한 강 하구를 찾아오는 재두루미, 큰기러기, 개리, 큰고 니 같은 희귀한 철새는 한강이 다양한 먹이를 품고 있는 풍부한 생태 공간임을 말해준다. 상괭이나 독 수리, 두드럭조개, 층층둥굴레 같은 멸종 위기 종도 한강의 가치를 반영하는 생물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강을 더 파괴한다면 앞으로 이 생물들을 한강에서 다시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한강에서 발 견되는 멸종 위기 종이나 희귀종이 사라지게 된다면 이는 곧 우리의 미래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생물이 사라진 다음 순서는 바로 우리 ‘인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강의 환경을 보전하고 복원해야 할 때다. 얕 은 물웅덩이 주변의 맹꽁이나 강변의 모래사장에 사 는 표범장지뱀은 한강이 단순히 물이 흐르는 하도 와 둔치만으로 이루어진 강이 아님을 말해주는 지 표 종이다. 여울이나 소, 모래톱 등 다양한 한강의 환 경은 그만큼 다양한 생물의 생활 터전이 되므로 획 일화된 한강의 환경을 자연에 가깝게 복원하고, 생 물들의 공간으로 제공해야 한다. 

한강은 괴물을 잉태하지 않는다. 한강의 생명력을 과도하게 이용해 한강을 지치게 하고 깊이 병들게 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괴물을 만들어낼 뿐이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바로 ‘괴물’이다. 한강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강이지, 결코 인간만을 위한 소유 지가 아니다. 생물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 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나지(맨땅)로 방 치되거나 경작지로 이용하던 한강 둔치를 습지로 복원하고,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이 공간들을 생태 학습장으로 이용하는 일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 다. 이제 조금씩 자신의 몫을 자연으로 되돌리려는 여러 가지 시도는 우리뿐 아니라 우리의 후대까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오늘도 멈추지 않 고 흐르는 푸른 한강을 바라보며 다양한 생물과 사 람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 생태계의 낙원이 될 미래 의 한강을 고대해본다. 

about 신정섭은 식물생태학자로 한국생태문화연구소 소장이다. 여러 해에 걸쳐 한강을 따라 걸으며 생태 답사기 <한강을 가다>를 썼다. 

CREDIT

EDITOR : 신정섭PHOTO : 이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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