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도시의 이름 없는 죽음들

‘유기동물’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이라는 홈페이지가 나온다.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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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이라는 홈페이지가 나 온다. 이곳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운영하는, 말그대로‘ 동물 보호’에 관한 모든 것을 담당하 는 기관으로, 전국의 수많은 유기동물이 등록되 어 주인을 기다리는 곳이다. 이 사이트에는 유기 동물 주인을 찾는 공고와 본인이 잃어버린 반려 동물을 찾는 공고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뒤섞여 올라온다. 실제로 이 사이트를 통해 주인을 찾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공고에 올라온 각 유기동물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언가 좀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이 수많은 유기동물에게 붙 여진 ‘임시 이름’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유기동물을 발견했을 때, 주변 을 살피고 목줄을 확인한 후 주인을 찾을 길이 없다면 가까운 동물병원이나 보호소, 구청 혹은 동물 보호 단체에 조언을 구한다. 동물 보호 단 체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 려오는 유기동물 구조 문의에 항상 이렇게 묻곤 한다.“ 어디에서 발견하고 구조하셨나요? 정확 한 지역이 어디죠?”라고 말이다. 발견 장소를 확 인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이는 자신의 반려동물 을 애타게 찾고 있을 주인이나 그의 지인이 SNS 나 홈페이지 등에 올라온 반려동물의 정보를 쉽 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발견 지역이 확인된 유기동물에게는 연남이, 성 동이, 강남이, 덕평이 등등 해당 지역의 이름을 붙인다. 편의를 위해 붙인 임시 이름들이지만 애 초에 주인과 함께 살던 동네의 이름 따위는 모 른 채 그저 주인의 목소리와 집의 체취에 평생 을 기대며 살아왔을 동물들에게 무수한 지역의 이름이 붙여진다. 혹은 믹스견, 몰티즈, 요크셔 등 품종으로 구분해 호명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작위로 붙여진 연고 없는 이름들을 마주할 때 마다 묘한 슬픔과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주인을 잃어 보호소로, 센터로, 정부 기관으로 흘러 들 어온 유기동물들이 결국 공고 지정일이 지나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건 국가적 관리 차원에 선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해도 결코 익숙해지 기 힘든 일이다. 

 

이‘ 연고 없는 이름’ 중에서 여전히 잊히지 않는 이름이 하나 있다. 작년 가을 무렵에 유기된‘ 상암이’라는 작은 강아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 대를 떠돌던 상암이는 인근의 직장인에게 발견 되어 결국 우리 사무실까지 오게 되었다. 상암 이는 아주 작고 예쁜 요크셔테리어였다. 다른 강아지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한눈에 봐도 아 프고 연약해 보이는 몸집과 초점 없는 눈동자 정도였을 것이다. 상암이는 아주 오랜 시간 동 안 상암동의 어느 한 자리를 지키며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렸다고 한다. 

 

기껏해야 3kg을 조금 넘을까 말까 하는 상암이 의 몸에는 크고 작은 암 덩어리가 산발적으로 퍼져 있었다. 상암이를 살짝 들어 안아도 온몸 에 퍼진 종양 덩어리가 잡힐 정도로 심각했다. 이후 상암이는 치료를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입 원실에서 보냈다. 나이도 많았고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병이 깊었기에 상암이가 버틸 수 있는 정도 내에서 이따금씩 산책을 시켜주었 고, 최대한 정성으로 돌봐주려 노력했다. 상암 이는 붙임성이 제법 좋은 편이고 사람 손을 가 리지 않는 강아지였지만, 그런 상암이에게서 이 따금씩 어떤 괴리감이 느껴졌다. 지속적으로 사 람의 손길을 갈구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들 어온 문 밖을 거듭 응시하는 상암이를 위해 무 거운 마음으로 여기저기 주인을 찾는 공고를 내 야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상암이의 주인을 찾을 순 없었다. 상암이의 목에 걸려 있던 목줄 은 어떠한 단서도 되지 못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상암이의 병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많은 사람이 상암이의 쾌차를 위해 매달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상암이 의 뇌가 종양으로 뒤덮여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질 것이며, 이에 대한 고통 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자신의 수명 을 간신히 견디고 있었던 상암이는 여전히 문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상암이의 마지막을 돌봐줄 호스피스 역할을 해주고 싶다는 고마운 분과 연락을 주고받을 무렵, 상암이는 결국 세 상을 떠났다. 

 

나는 끝내 상암이의 원래 이름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분명 아주 예뻤을지 모를 원래 이름으로 불러주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예쁜 이름’들이 거리에서, 병원에서 혹은 아무도 모르 는 어떤 곳에서 유기되고 있다. 갖가지 이유와 핑계로 버림받은 수많은 동물과 수많은 이름은 길거리를 배회하며 세상에서 가장 낮은 어둠을 먹고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바로‘ 유기’라는 이름의 지옥에서 말이다. 

 

about 강민영은 동물 보호 시민 단체 ‘카라’의 모금홍보팀에서 유기동물 지원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인도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독립 영화 매거진 <CAST> 편집장이기도 하다. 

CREDIT

EDITOR : 강민영PHOTO : 이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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