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4 렉스턴이 보디 온 프레임으로 나온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 이를 가장 반긴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코란도 스포츠 후속 모델을 기다리던 픽업 마니아들이었다. 사실 코란도 스포츠는 2006년에 나온 액티언 스포츠의 성형 모델이었다. 12년 동안이나 기초 설계를 바꾸지 않고 판매한 차였던 셈이다. 

물론 12년간 완전히 같은 스펙을 유지한 건 아니다. 나날이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와 품질 문제로 엔진과 변속기를 몇 번 바꾸었고, 쌍용차가 애지중지하는 ‘코란도’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안팎을 대폭적으로 개선하긴 했다. 하지만 모든 엔지니어링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아무리 경쟁자가 없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이젠 모든 걸 바꿔야 할 때다. 

후속 모델이 나온다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낡을 대로 낡았지만 코란도 스포츠의 판매량은 줄지 않았다. 2017년 판매량도 전년과 거의 비슷한 2만3000여 대였다. 황혼기에 접어들었던 2015년에도 3만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들이 코란도 스포츠 또는 쌍용차의 충성 고객이라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단순히 픽업이 필요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은 경쟁력 높은 새 픽업이 등장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제품이 좋든 나쁘든 구입하는’ 맹렬한 충성 고객들은 절대 시장분석의 표본이 될 수 없다. 그들은 폐쇄성과 특이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렉스턴 스포츠가 짊어진 임무는 막대했다. 무쏘 스포츠가 국내 중형 픽업 시장을 열었고 액티언 스포츠(또는 코란도 스포츠)가 이 시장을 지키며 마니아를 형성했다면 그 후속 모델은 보다 보편적인 시장을 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대교체 없이 10년이 넘도록 근근이 목숨만 유지하는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껏 쌍용차가 취한 자세는 적절해 보인다. 우선 픽업을 강조하는 대신 ‘오픈형 렉스턴’이라는 말로 렉스턴 스포츠가 SUV의 형태 중 하나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기존의 픽업 시장을 넘어 SUV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겠다는 뜻이다. 또한 기함인 G4 렉스턴을 기반으로 제작한 렉스턴 스포츠를 코란도 스포츠와 같은 중형차로 간주했다. 신차 발표회에서 최종석 사장이 렉스턴 스포츠를 두고 ‘중형 SUV 시장에 활력을 줄 모델’이라고 표현한 것이 그 단서다. 이는 기존의 코란도 스포츠 고객들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코란도 C와 G4 렉스턴 사이의 공백(중형 SUV 세그먼트)을 렉스턴 스포츠로 메우겠다는 뜻이다. 

이 목적들을 이루려면 기존의 코란도 스포츠를 크로스오버 SUV 고객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아쉬웠던 점들을 얼마나 해결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디자인일 것이다. 기존 코란도 스포츠는 터프함과 단정함이 테마였다. 기능적이라는 느낌은 주지만 도심에는 어울리기 어렵고 오프로드나 캠핑장에나 녹아드는 분위기였던 것. 그러나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의 디자인 요소를 대부분 유지한 덕분에 고급 대형 SUV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듯한 만족감까지 제공한다. 

그다음은 실내 거주성이다. 코란도 스포츠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불편한 뒷좌석이었다. 렉스턴 스포츠는 이 부분을 확실하게 개선했다. 등받이의 각도를 2도 더 눕혀 자세가 편해진 면도 있지만 두꺼운 패딩을 사용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G4 렉스턴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꼼꼼한 품질도 픽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승차감도 중요한 요소다. 코란도 스포츠는 엔진 진동과 소음이 적잖이 실내로 유입돼 ‘픽업은 화물차’라는 인식을 주었다. 하지만 파워트레인 진동과 소음에 관한 한 렉스턴 스포츠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 어지간한 승용 디젤차도 이만큼 조용하기란 쉽지 않다. 앞뒤 서스펜션의 감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픽업은 화물을 실었을 때도 주행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스펜션을 설정한다. 따라서 뒤쪽이 더 단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철을 통과할 때 뒤쪽에 큰 충격이 전달되는 것이 보통인데 렉스턴 스포츠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보디 온 프레임의 특성과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뒤)의 느낌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달리기 시작하면 바퀴에서 프레임으로 전달된 진동이 차체와 운전대를 통해 일정 부분 전해진다. 이런 증상은 같은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의 G4 렉스턴이나 기아 모하비 등에서도 발견된다. 렉스턴 스포츠만의 특별한 문제점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렉스턴 스포츠가 개척하려 하는 ‘크로스오버 SUV 고객’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궁금할 뿐이다.

마지막은 크기다. 일반적인 고객에게 렉스턴 스포츠는 매우 큰 차다. BMW X5보다는 훨씬 크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보다는 조금 작은 정도다. 따라서 시내 운전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픽업 애호가들에게는 살짝 아쉬운 크기다. 차체는 커졌는데 적재함 크기는 이전과 비슷하다. 코란도 스포츠보다 2.5센티미터 길어졌지만 폭은 3센티미터 줄었다. 제대로 된 픽업이라기엔 여전히 작다. 오프로드용 엔듀로 모터사이클을 실으려면 적재함 도어를 연 후 대각선으로 넣어야 하고 차박용 텐트를 설치하면 뒤로 한참 삐져나온다. 앞으로 30센티미터 더 긴 롱 버전이 나올 예정이지만 그 차는 일상 용도에서 더 벗어나는, 꽤 거대한 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종합적으로 렉스턴 스포츠는 기존 픽업 애호가들에게 굉장히 환영받을 차다. 하지만 보편적인 SUV의 대안을 찾고 있던 사람이라면 우선 시승부터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만약 마음에 든다면 ‘가성비’까지 만족하는 아주 매력적인 선택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중에 후회할 선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보디 온 프레임 구조가 G4 렉스턴보다 렉스턴 스포츠의 성격에 더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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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가격 3058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4도어 픽업 엔진 직렬 4기통 2.2ℓ DOHC 터보 디젤, 181마력, 40.8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2100kg 휠베이스 3100mm 길이×너비×높이 5095×1950×1870mm 복합연비 9.8km/ℓ CO₂ 배출량 199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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