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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현대차 임금협상과 초라한 실적표

지난해 4월 시작한 현대차그룹의 임금협상이 올해 끝났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판매량과 영업이익 성적이 초라한 이유와 별개로 볼 수 있을까?

2018.03.01

 

2월이면 자동차 회사마다 지난해 실적 발표와 새해 계획이 끝난다. 판매법인만 있는 수입차들은 판매망이나 정비시설 확충 등 고객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이야기를 주로 하고, 생산시설이 있는 국산차는 판매는 물론 수익률까지 정보를 공개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와 해외를 합쳐 721만4244대를 팔았는데, 이는 2016년과 비교할 때 7퍼센트 줄어든 수치다. 현대차가 6.4퍼센트 줄어든 450만6527대이고, 기아차는 10.3퍼센트 줄어든 270만7717대를 팔았다. 700만대가 넘게 판 건 대단한 수치지만, 가장 많이 팔았던 2015년의 801만2995대와 비교하면 거의 11퍼센트 가까이 줄었다. 결국 연초에 발표했던 825만대 목표치에 100만대 넘게 빠진 숫자다. 2016년에 팔린 788만266대와 비교해도 8.5퍼센트가 줄어서 2년 연속으로 판매가 떨어졌다. 


수익률은 어땠을까? 사실 차 판매대수가 줄어도 마케팅 비용을 적게 썼다면 수익률은 높을 수 있다. 또 같은 대수를 팔아도 고가의 중대형 모델이 많이 나갔다면 매출과 수익 모두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판촉 비용이 많이 나갔는데 판매가 떨어지거나, 수익성 높은 모델들이 더 팔렸는데도 수익률이 떨어졌다면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가 그렇다. 


우선 현대차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판매는 6.5퍼센트가 줄었지만 국내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한 그랜저나 G70를 비롯한 제네시스 브랜드 차가 잘 팔리며 전체 매출은 2.9퍼센트가 늘었다. 하지만 영업 비용이 4.1퍼센트가 늘어나 결국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9퍼센트 줄었고 경상이익은 무려 39.3퍼센트나 줄었다. 순이익도 20.5퍼센트 빠진 초라한 실적으로 마무리했다. 기아차는 더 심각하다. SUV 판매가 늘면서 매출은 1.6퍼센트 늘었지만 매출원가가 5.5퍼센트, 판매 관리비가 3.6퍼센트 늘면서 경상이익은 66.9퍼센트 떨어졌고 순이익도 무려 64.9퍼센트나 떨어졌다. 


원인은 단순하다. 현대·기아 모두 유럽이나 국내에서는 판매가 늘었지만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SUV를 포함한 경트럭의 비율이 67퍼센트를 넘는 미국에서 싼타페와 투싼이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어 마땅히 팔 만한 차가 없었다. 중국에선 최근 급성장하는 중소형 SUV는 물론이고 현지 특화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물론 미국을 기준으로 할 때 올해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코나와 신형 싼타페, 투싼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있다. 아직 양산 모델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코나보다 작은 A 세그먼트의 새 SUV도 있다. 인도에서 공개된 칼리노 투입도 고려하고 있고, 제네시스 브랜드 첫 SUV인 GV80도 연말에 판매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강화된 SUV 라인업으로 미국과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면 판매와 수익성 모두 회복할 수 있다. 시장의 변화나 다른 회사의 움직임까지 생각한다면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 판매실적이 개선되고 점유율이 높아진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새 차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작년 기아차의 수익률을 떨어트린 원인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지난해 8월 말에 1심 판결이 난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지급하라고 인정한 총 4223억원 때문이다.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된 조건에 맞기 때문에 상여금과 중식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이 금액만큼을 수익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회계상으로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떨어진 모양새로 나타난 것이다. 사실 2011년부터 시작한 이 소송은 결과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2013년 대법원 전원 합의체의 판결에서 이미 정해졌기에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크지 않았다. 당연히 준비했어야 할 금액인데 이를 실적 하락의 이유로 붙인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노조의 움직임이다. 작년 4월에 시작한 현대차 임금협상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올해 1월에야 임금과 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기아차도 올해 1월 18일에야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며 간신히 합의를 끝냈다. 2017년 임금에 대한 협상이 9개월이 지나서 합의안이 나온 것이다. 물론 임단협이란 회사와 노조가 상호 협의를 하는 과정이므로 꼭 노조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또 노동자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그리고 연봉이 얼마건 직위가 어떻게 되건 노동자의 요구는 의미 없는 투쟁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긴 협상 기간과 최악의 실적이 겹쳐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코나와 G70 등 시장을 바꿀 수 있는 새 차들이 나왔음에도, 초기 물량을 충분히 채워 각 세그먼트의 대세를 만들지 못한 것은 노조의 책임이 크다. 특히 코나는 그간 르노삼성 QM3부터 쌍용 티볼리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기에 더욱이나 중요했다. 이는 노조의 요구사항 여부를 떠나 시장과 판매 일선의 요구 등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 파업 기간에 제품 교육을 포함한 회사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노동자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소식도 들렸다. 교육은 말 그대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인데 이를 협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당할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얼마 전 ‘줄어든 성과급에 현대·기아차 직원 울상’이라는 기사를 봤다. 돈이라는 것이 예상한 만큼 들어와야 계획된 생활이 가능하다는 건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이해할 부분이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확하게 말해 현대·기아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그 생각에 동의할까? 같은 노동자로서 이해는 하겠지만 꽤 높은 연봉과 혜택을 받는 그들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노조는 직원 개인의 복지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법인인 회사와는 다르다. 하지만 외부에선 노조라는 노동자 집단과 현대차라는 회사를 별개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집단 구성체로 여긴다. 소비자들은 현대차그룹의 실적 하락을 사측 때문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현대·기아차 노조가 한 번쯤 고민해볼 일이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현대차

CREDIT

EDITOR / 이진우 / PHOTO / Heyhoney(일러스트레이션)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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