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폭스바겐 그룹은 사상 최초로 글로벌 1000만대 판매를 달성한다. 그리고 2015년 3분기에 마침내 토요타를 제쳤다. 2015년 역시 세계 판매 1위의 목표를 또다시 달성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2015년 9월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폭스바겐 그룹의 잔치였고, 전야제 격인 폭스바겐 나이트는 축제였다. 하지만 바로 그날 디젤게이트가 시작됐다. 주가가 보름 만에 40퍼센트 급락하면서 300억 유로, 약 40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으로도 전 세계에서 1100만대의 디젤 승용차를 리콜해야 했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의도적으로 정부와 공인 기관, 소비자를 속인 범죄였기 때문에 민·형사상 책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1000만대와 세계 판매 1위를 이루고 샴페인을 터뜨릴 줄 알았던 2015년은 오히려 폭스바겐 80년 역사에서 가장 큰 16억 유로의 순손실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보다 더 폭스바겐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했던 건 회사가 뿌리부터 흔들렸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는 경영진의 대폭 교체였다. 피에히 박사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하며 실권을 굳혔던 마틴 빈터콘 회장도 디젤게이트를 이겨내지 못하고 물러날 정도였다. 전통적으로 그룹 회장이 엔지니어 출신인, 엔지니어의 천국이던 폭스바겐이었기에 하켄베르크 부회장 이하 연구 개발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퇴사하거나 형사책임을 지게 된 건 폭스바겐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커다란 위기였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이 충격을 의외로 잘 이겨내고 있다.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그렇다. 한 해 후인 2016년에 바로 흑자로 돌아섰고 1000만대를 계속 넘기는 판매를 기록했으며 토요타를 제치고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등 전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특히 이런 흑자가 수십억 유로의 디젤게이트 대비용 충당금을 감당하고도 가능했다는 점, 그리고 자신이 일으킨 디젤게이트의 여파로 디젤 승용차의 최대 시장인 서유럽에서도 디젤 승용차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룬 실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폭스바겐이 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간단하지만 두드러진 첫 번째 이유는 포르쉐 합병이다. 일단 경영 실적에서 포르쉐의 중요성이 바로 확인된다. 2016년 기준으로 폭스바겐 그룹은 2173억 유로의 매출과 53억 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포르쉐의 매출이 223억 유로, 순이익은 무려 26억 유로였다. 매출은 그룹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순이익은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포르쉐 AG 회장이던 마티아스 뮐러가 폭스바겐 그룹의 회장으로 재건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포르쉐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폭스바겐 그룹의 지주회사인 포르쉐 홀딩스를 통해 결국은 포르쉐가 폭스바겐 그룹을 접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두 번째 이유는 모듈형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폭스바겐의 기술적 준비 상태였다. 폭스바겐 그룹은 이전의 ‘전략 2018’을 추진하면서 세계 최초로 모듈형 플랫폼 전략을 진행했다. 아우디가 주도한 MLB 플랫폼과 MQB, MIB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니까 상황 변화에 따라 제품 라인업을 신속히 변경할 수 있도록 유연한 플랫폼이 이미 준비돼 있던 것이다. 여기서도 포르쉐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뒷바퀴굴림용 모듈형 플랫폼인 MSB를 주도하고 MLB의 주요 모듈도 책임지면서 폭스바겐 그룹의 엔지니어링 핵심 역량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이 빠른 시일 안에 공격적으로 전기차와 미래차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도 전기차 전용 모듈형 플랫폼인 MEB 등 전기차에 대한 사전 투자가 많이 이뤄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폭스바겐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물량의 힘을 잘 활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연간 1000만대의 물량을 MQB, MLB, MSB, 그리고 MEB 단 네 개의 플랫폼으로 생산하며 하위 모듈의 공유율도 상당히 높다. 그러나 브랜드의 개성을 확실하게 지키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유지한다. 이를 위해 브랜드 간의 개성과 포지셔닝을 더욱 또렷하게 구분한다는 목표가 새로운 전략인 ‘트랜스폼 2025+’에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3.0리터 디젤 엔진으로까지 조사의 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는 원숭이 상대 임상실험과 폭스바겐이 속한 협회의 인간 상대 임상 실험이 있었다는 등 악재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걱정되는 건 폭스바겐의 수익성 극대화 전략과 지나칠 만큼 급격한 전동화로의 투자 집중이다. 이것은 결국 기존 라인업의 원가절감으로 이어지고, 비틀과 유럽용 제타의 퇴출처럼 개성이 강하지만 시장이 작은 모델의 퇴출로 이어진다. 즉, 자동차에서 스토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탈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아우디는 2017~2018 시즌부터 포뮬러 E 대회에 출전한다.

MQB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한 B 세그먼트 SUV 티록(T-ROC)은 폭스바겐의 또 다른 기대주다. 시장에선 푸조 2008, 르노 캡처 등과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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