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파인더의 둥글게 다듬은 앞부분은 닛산의 V-모션 그릴 때문인지 얼핏 보면 도심형 SUV에 가깝다. 험로를 달린다는 인상을 주기엔 어딘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차를 산 이후에도 험로를 달릴 일이 많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차를 사기 전 전시장에서 봤던 카탈로그 속 험로를 내달리는 패스파인더의 역동적인 이미지는 머릿속에서 잊은 지 오래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영종도 비포장도로를 달릴 일이 생겼다. 나에게 차를 판매했던 영업사원이 몇몇 고객과 함께 하는 오프로드 프로그램을 계획한 것이다. 갈지 말지 고민하다 친구와의 선약을 깨고 참여하기로 했다. 이때가 아니면 혼자서 비포장도로를 찾아갈 일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추운 날씨에 아침 일찍 영종도까지 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도착한 영종도의 거친 비포장도로와 흙과 돌로 쌓인 언덕들은 아침의 게으름을 잊게 할 만큼 흥미로워 보였다. 처음 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드디어 드라이빙 준비를 끝마쳤다. 기어 레버 뒤에 위치한 주행모드 다이얼은 패스파인더를 산 이후 줄곧 자동 모드에 맞춰져 있었다. 오늘 2WD, 4WD 록을 사용할 생각에 출발하기도 전에 들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비포장도로와 가파른 언덕은 잘 달릴 수 있을까? 

오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었지만 큰 덩치의 패스파인더는 별거 아니라는 듯 무난하게 거친 도로를 내달렸다. 패스파인더의 네바퀴굴림은 상황에 맞게 앞바퀴와 뒷바퀴 축 사이에서 동력을 적절하게 분배한다. 그래서 주행 조건이 좋지 않더라도 최적의 주행을 할 수 있다. 4WD 록 모드에선 눈길이나 진흙 등의 악조건에서도 아주 효과적이라고 한다. 모노코크 프레임 보디를 사용해 승차감이 편안했다. 프로그램 중 가장 재미있고 도움이 되었던 프로그램은 업힐과 다운힐 코스였다. 패스파인더가 갖춘 HDC(내리막 주행장치)와 록 모드를 사용해 코스를 완주했다. 사실 나는 이전까지만 해도 어떤 기능을 어느 상황에서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던 SUV 초보였다. 가속페달로 속도를 올리고 낮추는 게 주행의 전부라고 믿었던 나에게 이번 오프로드 프로그램은 상당히 유익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함께 모인 5대의 패스파인더를 구경해보니 패스파인더 뒷부분에 견인 고리를 장착한 사람이 몇 있었다. 나의 경우 캠핑은 하지만 짐이 많지 않아 트레일러를 끌 필요가 없어 견인 고리를 달지 않았다. 견인 고리를 단 오너들은 패스파인더의 견인력을 자랑하며 트레일러를 매달거나 모터보트를 옮길 때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고 이야기했다. 견인할 수 있는 무게가 무려 2200킬로그램이다. 너무도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오프로드 주행으로 차체 하부에 흠집이 조금 생겼다. 마음은 쓰렸지만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번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싶다. 서동욱(프리랜서)

NISSAN PATHFINDER 

가격 53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7인승, 5도어 왜건 엔진 V6 3.5ℓ DOHC, 263마력, 33.2kg·m 변속기 CVT 무게 2105kg 휠베이스 2900mm 길이×너비×높이 5045×1965×1795mm 연비(복합) 8.3km/ℓ CO₂ 배출량 208g/km

구입 시기 2017년 10월 총 주행거리 7420km 평균연비 8.2km/ℓ 월 주행거리 31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52만원(유류비)

모터트렌드, 자동차, 닛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