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운전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 가까운 운전면허 시험장에 들렀다. 평일 낮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어딘가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고 면허증을 받으러 온 두 명의 어린 남자들의 대화를 듣게 됐다. 이제 면허증 받으면 드리프트를 막 하고 다닐 거라는, 귀엽고 치기 어린 말에 살짝 웃음을 짓기도 했던 기억이다. 한편으로는 과연 드리프트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저런 말을 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요즘 세대가 동영상에 익숙하다 보니 분명 스포츠 드링크 회사나 자동차 회사에서 보여준 화려한 프로모션 영상을 보고 들었던 생각일 텐데, 이제 막 운전면허를 딴 상황에서 과연 운전의 기초를 알고 하는 말일까 싶었다. 

‘꼰대’의 괜한 걱정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운전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이나 신문 등의 언론에서도 불법 폭주 운전을 ‘레이싱’이라고 일컫고 많은 사람이 “나는 운전을 잘한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모터스포츠가 다른 모든 스포츠처럼 정해진 룰에 따라 진행되고 여기서 우승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건 무시한다. 또 이들의 차에 타보면 과격하고 급하게 운전하며, 심지어 법규를 지키지도 않는다. 그냥 빠르게 달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차의 성능에만 기댄 상태로 무법 운전을 하면서 운전을 잘한다고 떠들고 다닌다. 결국 운전이라는 행위를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말이다. 

작년 초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이 퍼졌던 영상도 그렇다. ‘미끄러운 도로 생존 상식’이라며 “겨울철 빙판길에서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 스티어링휠을 돌려 차를 바로잡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하는 영상을 보며 경악했다. 흔히 카운터 스티어라고 하는 이 기술은 영상 한두 번 보거나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고 쉽게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차가 미끄러지는 상황이 다르고, 구동방식이나 당시 도로 환경 등에 따라 최선의 방법이 다르다. 결국 이것도 운전을 만만하게 보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일이다.

그래서 운전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정식으로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건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모두에 해당하는 진리다. 그냥 오랜 시간이 지나 익숙해진 것과 배워서 익힌 것은 다르다. 운전을 배운다는 것은 학원에서 익힐 수 있는 기술과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평가하는 자격과는 다르다. 어떤 종류라도 운동을 배우는 과정을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단체로 농구를 배웠다고 치자. 기본적인 테크닉과 룰을 배우고 필기와 실기 시험을 보면 끝이다. 관심이 생기고 더 잘하고 싶다면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더 깊은 지식을 공부하고 좀 더 체계적인 연습을 한다. 운전도 마찬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드라이빙 스쿨 혹은 라이딩 스쿨에서 배우는 것은 여러 단계가 있다. 차와 바이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론에 대한 수업을 시작으로 기본적인 조작과 특성을 익히는 시간이 처음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처음 시작할 때 자세와 몸의 움직임 등을 바탕으로 하기에 생각보다 이 시간이 길다. 그리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조금 더 과격한 차의 움직임을 조종하고 다루는 방법들을 배운다. 요약하자면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차 혹은 바이크의 움직임이 어떻게 바뀌는지 경험하고, 어떻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몸이 기억할 때까지 연습을 반복하는 일이다. 

당연히 여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든다. 대체로 이런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에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오고 가는 길의 교통비와 대체로 평일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전체 교육 프로그램을 꼼꼼히 훑어보고 강사진의 면면도 살펴야 한다. 정기적이고 장기적으로 운영된 드라이빙 스쿨이라면 그만큼 신뢰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기초부터 프로그램을 경험해보고 차근차근 단계를 높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정기적이고 알차다. 미니와 BMW 차들로 구성되는데 드라이빙 스쿨 프로그램은 80분(6만원)부터 시작해 최고 클래스로 가면 9시간 동안 BMW M2로 진행되는 인텐시브 플러스(120만원)까지 매우 다양한 차를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할 수 있다. 2월까지는 설원 위에서 두 시간 동안 마음껏 차를 타볼 수 있는 스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현대차도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기초 과정인 세이프티와 펀 과정은 대한자동차경주협회의 공인 레이싱 스쿨 인증 프로그램인 데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영암과 인제 등 공인 서킷에서만 운영해 접근성에서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이후 서킷 주행을 위한 스포츠 클래스와 아마추어 레이스 입문을 위한 레이스 클래스까지 있어 좀 더 본격적이다. 매년 초 일정과 장소를 공지한다. 

모터사이클 쪽에서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대림 모터사이클에서 진행하는 모터 스쿨이다. 잠실 탄천 주차장에 위치한 교육장은 접근성이 좋고 스쿠터와 매뉴얼 바이크의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다. 과정에 따라 3~6.5시간이 걸리며 비용은 15만~40만원이다. 11개의 코스가 만들어져 있고 바이크까지 준비되어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모터사이클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우정사업본부에서 택배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실전적이면서도 수동 바이크로 레이스에 나갈 수 있을 정도까지 교육도 가능하다. BMW 모토라드에서도 정기적으로 새로 바이크를 구입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여기도 단계별 교육을 하루 과정으로 진행한다.  

운전이 스포츠와 다른 점은 하나다. 바로 안전이다. 차를 몰고 혹은 바이크를 타면서 겪을 수 있는 사고를 피할 확률이 높아진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몸에 익힌 기술은 위험할 때 크게는 본인과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작게는 경제적인 손실도 막아준다. 제대로 배운 사람과 배우지 못하면서 자신감만 있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신년 계획으로 드라이빙 스쿨에 등록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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