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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Lifestyle

새롭게 변신한 도시 라구사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에 있는 도시 라구사. 17세기 화산 폭발 후 새로운 지형에 맞게 지은 집이 300여 년 만에 새롭게 변신했다. 동굴과 미로 같던 집을 살기 편하고 여행객을 맞이할 수 있는 집으로.

2018.02.02

 

집을 새로 짓기보다 어떻게 하면 지금 생활에 맞게 개선하고 고유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탈리아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숙명이다.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듀오 주세페 미날디(Giuseppe Minaldi)와 발렌티나 잠피콜로(Valentina Giampiccolo)는 지난해 이탈리아 토리노에 거주하는 한 부부에게 특별한 요청을 받았다. 남부 시칠리아 도시 라구사의 높은 언덕에 자리한 오래된 집을 편안하고 친근한 집으로 개조해달라는 것이었다. 평지에서 계단 340여 개를 올라야 당도할 수 있는 집. 라구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 집은 구시가를 한눈에 조망하고 라구사의 명소인 몬티 이블레이(Monti Iblei)와 협곡을 볼 수 있는 기막힌 전망 외에 이렇다 할 장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왼쪽)라구사 지방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한 집과 이곳을 개조한 스튜디오 검의 디자인 듀오 발렌티나 잠피콜로 & 주세페 미날디. (오른쪽 위)테라스는 이 집에 놀러 오는 여행객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식처가 되도록 곳곳에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오른쪽 아래)벽만 단정히 정리하고 오래된 석조 바닥과 문틀, 문은 그대로 살린 다이닝룸.

 

“도면을 두고 보면 이 집은 종 모양처럼 생겼어요. 한쪽은 넓고 다른 한쪽은 점점 좁아지는 형태지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주세페의 설명에 따르면 이 집은 자연적인 지형을 살려 만든 반면 그로 인해 형성된 비정형적인 구조는 공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라구사 지방은 1693년 거대한 지진으로 폐허가 되고 주민 50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대참사 이후 변형된 지형을 기반으로 재건한 건물이 오늘에 이르렀는데, 대부분 18세기 전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석회암 언덕 위에 3층 구조로 조성한 이 집은 1층은 지형적 특성을 살려 암벽을 파내서 지하 동굴처럼 만들어 돔 천장을 가진 공간으로 되어 있고, 흥미롭게도 둥근 천장 아래로 메자닌 층이 존재한다. 반면 2층은 방 4개의 평범한 아파트 구조로 옆 건물과 샴쌍둥이처럼 붙어 있다. 3층은 가파른 경사의 계단으로 연결된 다락방이 있었다. “한마디로 마치 환경에 맞춰 생존력을 키운 생명체 같다고 할까요.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가 난감하게 느껴진 반면 남다른 개성을 갖춘 집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주세페와 발렌티나는 이 집이 디자이너로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집이라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기쁨도 잠시. “이 집을 구입한 주인은 이 집에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었죠. 의뢰인은 집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취약점을 해결해주길 바랐습니다.” 발렌티나와 주세페에게 가장 먼저 요구된 사항은 1층부터 3층까지 공간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었다. 특히 3개 층을 오르내리는 불편함을 해결해달라는 주문이 컸다. “이 집은 건물 양쪽에 각각 독립된 현관문을 둔 공동 주택이었어요. 이를 하나로 아우르려면 과감한 시도를 해야 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짜낸 묘안은 실내 계단부를 수직으로 터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계획과 달리 실패로 돌아갔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계단부를 따라 수직으로 뻥 뚫어놓은 공간을 보면서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더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발렌티나와 주세페가 제안한 대안은 이러했다. 3개 층으로 뻥 뚫린 공간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을 때 볼 수 있는 메탈 프레임을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계단의 난간이 되도록 연결한 것. “긍정적인 것은 이 구조물 덕분에 어두컴컴한 동굴 같은 1층이 3층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자연광으로 인해 한층 밝고 생기 있는 공간이 되었다는 거죠.”
 

 

(위)이 집의 구심점이자 주인 부부의 생활 공간인 2층. 3층에서 1층까지 이어지는 메탈 구조물은 2층에서 보면 계단부를 지지하는 난간이자 벽이 된다. (아래)2층 주방 옆으로 이어진 게스트룸 라운지. 하늘을 나는 새를 그린 벽화가 새겨진 벽면의 도어는 수납장, 그 상층부에 다락방이 자리한다. 

 

메탈 구조는 2층과 3층 바닥 측면에 고정함으로써 각 층에서 봤을 때 해당 층의 천장과 맞닿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기둥처럼 느껴지다가도 그냥 독립된 서스펜션처럼 보이기 때문에 장식적 효과가 뛰어나다. “맨 위층과 아래층에서 메탈 구조물을 들여다보면 마치 빛에 따라 조리개를 여닫는 카메라 렌즈가 떠올라요. 층별로 점점 밝다가 어두워지는 자연광 때문에 말이죠. 구조물 안에는 펜던트 조명등을 설치해 밤에도 빛이 전 층에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설치하지 못했지만 그 대신 색다른 묘미가 생긴 집은 디자이너의 제안으로 또 한 번 새로운 운명을 맞았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3층 집에서 생활하길 꿈꾼 집주인에게 1층의 메자닌 층과 3층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 것을 권했습니다.” 주거 공간으로 평이한 2층은 집주인 부부의 일상이 이뤄지는 곳으로 꾸미고, 동굴처럼 생긴 1층 메자닌 층의 방과 3층 다락방은 남부 이탈리아의 독특한 정취를 품은 주거 공간으로서 여행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테라스에서 온전히 조망할 수 있는 라구사의 절경은 어디서도 누릴 수 없는 호사니까.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주인 덕분에 두 디자이너는 날개를 단 듯 나머지 공간을 재치 있게 풀어갔다. 
 

 

(위)아래 마을을 한눈에 조망하고 이블레이 협곡을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 테라스 가장자리를 앉을 수 있는 벤치 형태로 만들었다. (아래)집주인 부부가 사용하는 마스터 베드룸. 이 집의 모든 방은 가벽 하나를 설치함으로써 욕실과 옷장을 갖춘 침실로 거듭났다. 

 

“각 층의 방과 거실, 주방 등은 기존의 낡은 색감과 마감재를 멋스럽게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게스트룸으로 쓸 방은 동굴 같은 고유의 운치를 간직하되 편의성을 갖춘 욕실까지 만들어야 했기에 특별한 디자인 언어가 필요했지요.” 주세페는 가벽을 세워 욕실과 수납장을 만드는 효율적인 공간 구성을 제안했고, 발렌티나는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시칠리아의 자연을 담은 일러스트 벽지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 가벽을 식물 패턴으로 커버링하니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죠.” 한편 주세페는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게스트룸 곳곳에 실제 식물을 들여놓았다. “게스트룸은 식물을 관리하기 쉽게 바닥에 물길을 만들어 이를 욕실로 이어지도록 했어요.” 
엘리베이터 하나로 획기적인 집으로 진화할 것을 꿈꾸던 출발과 달리 그들의 종착점은 고택이 품고 있던 고전미를 발굴해 이를 섬세하게 되살린, 아름다운 후퇴로 결론을 맺었다. “눈에 띄게 달라진 변신은 없어도 생활적인 측면에서 이처럼 확실하게 변화한 집은 없을 거예요.” 주세페와 발렌티나는 이 집을 통해 다시 한번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로서 그들의 숙명을 확인했단다. 일부러 달라지기보다는 내면에 존재하는 개성을 은밀하게 위대하게 끌어내는 것이 최선의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왼쪽 위)침실에 욕실을 만들기 위해 벽면 공사를 하다가 드러난 석회암 구조의 공간. 이를 그대로 살려 더없이 자연스러운 욕실을 만들었다. (왼쪽 아래)다락방에 마련한 게스트룸. 둥근 아치형 천장과 두꺼운 돌벽에 낸 벽감을 보존하고 해당 공간에 식물을 놓아 자연 속에 머무는 듯 편안한 공간이 탄생했다. (오른쪽)게스트룸 운영을 위한 오피스이자 손님을 위한 라운지. 오래되어 반쪽이 떨어진 입구 몰딩을 그대로 살렸다.

 

 

 

 

 

더네이버, 여행, 시칠리아섬

CREDIT

EDITOR / 전희란 / PHOTO / FILIPPO BAMBERGH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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