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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 위의 스캔들

미국 최초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며 대중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한순간 처참히 버려진 그. 토냐 하딩의 자전적 영화 <아이, 토냐>다.

2018.01.31

 

“미국은 사랑할 사람을 필요로 하고, 미워할 누군가를 원한다. 미워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말한다. ‘토냐, 진실을 말해.’ 진실은 어디에도 없어. 다 개소리야.” 이 강력한 대사는 토냐 하딩의 것이다. 토냐 하딩은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 선발전 당시, 라이벌이었던 낸시 케리건의 부상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결국 영구 제명을 당한 피겨 스케이터다.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미국 최고 유망주 스케이터는 이 스캔들로 인해 미국 전체의 미움을 받았고, ‘피겨 악녀’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토냐 하딩의 전기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우려는 당연히 따라왔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그는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 중 하나에 연루된 인물이기 때문에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하지만 <아이, 토냐>는 토냐 하딩과 관련된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을 빌려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의 무게를 가뿐히 짊어지고 얼음을 지치듯 가볍게 미끄러지며 전기 영화의 함정을 무사히 피해 간다. 미국인이 미워한 악녀 토냐 하딩 역은 DC의 안티히어로 영화인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 빌런 중 하나일 할리퀸을 연기한 마고 로비가 맡았다. 실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한 주범으로 알려진 토냐 하딩의 전남편 제프 역을 마블의 히어로 중 하나인 버키 반스로 알려진 세바스찬 스탠이 연기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캐스팅은 한층 흥미로워진다.
마고 로비는 젊은 시절의 토냐 하딩을 바로 연상할 만큼 외모가 비슷하기도 했지만, 캐스팅 당시 스케이팅 경험이 거의 없었음에도 피나는 연습을 통해 토냐 그 자체가 되었다. 그럼에도 연기로 구현할 수 없었던 세계선수권 최초의 트리플 악셀 기술은 CG의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그 누구보다 주의 깊게 보아야 할 인물은 토냐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피겨의 길로 이끈 엄마 라보다 골든이다. 그는 딸의 재능을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았고 빙판 위에서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왔지만, 동시에 거의 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가혹하게 딸을 채찍질한 코치이기도 했다. 커다란 안경을 쓰고 빙판 위에서 담배를 피우며 친구와 함께 있는 딸에게 “그 애는 네 적이야. 너는 여기서 친구를 만들 필요가 없어”라고 냉정하게 내뱉는 엄마의 감시는 토냐를 내내 따라다니는 그늘이었다. 단순한 엄마와 딸 이상의 극단적 애증과 폭력적인 학대를 동반한 관계는 이후 벌어질 사건의 예고나 마찬가지다. 이 가혹한 관계는 이후 남편과의 관계로도 이어지고,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계기가 된다. 한국에서는 <웨스트 윙>으로 알려진 장신의 배우 앨리슨 제니는 아무 데서나 딸을 때리고 무섭게 다그치는 방식으로 성장시키려는 가혹한 엄마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 연기를 통해 앨리슨 제니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조연상을 수상했다. 그가 소감에서 시상식 현장에 함께 자리한 토냐 하딩의 이름을 부르자 울먹이는 토냐의 얼굴이 화면 가득 잡혔다. 미국판 권선징악에서 벌을 받는 악녀의 위치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그의 삶에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스포트라이트였을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토냐 하딩이라는 개인 삶의 기록이라기보다는 화려하고 사랑받는 삶의 이면, 대중과 언론이 유명인을 우상의 자리에 올려놓고 또 바로 내팽개치는 대중의 태도를 다시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에 맞춰 찾아올 <아이, 토냐>를 통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한 인간의 삶과 만들어지고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따라 사랑받고 또 버려지는 어떤 인생을 만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 이 글을 쓴 윤이나는 영화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영화, 아이 토냐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영화사진진 /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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