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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EV MARATHON_ELECTRIC CAR vs. WINTER

BMW i3와 쉐보레 볼트 EV가 EV 마라톤 경기를 펼쳤다. 전기차끼리 대결인 줄 알았는데 추운 날씨와 대결이었다

2018.01.31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77킬로미터 떨어진 양평휴게소(원주 방향)까지 전기차로 EV 마라톤을 펼치기로 했다. 경기 방식은 간단하다. 정해진 목적지까지 배터리를 최소로 사용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대결이다. 주행가능거리에서 줄어든 거리와 실제 주행거리의 차이를 측정한다. 실제 1킬로미터를 주행했을 때 소모된 주행가능거리를 계산해 승자를 가린다. 히터를 켜거나 열선 시트를 사용하는 등 전기차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는 운전자의 재량에 맡기며 필요한 경우 방한용품 역시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든 배터리 소모량만 줄이면 된다는 얘기다. BMW i3는 류민 기자가, 쉐보레 볼트 EV는 내가 탔다.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BMW i3
김선관 기자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덕분에 얻은 감기는 아직도 떨어지지 않았고 전기차 주행가능거리에 대한 나의 두려움은 이번 일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시작은 이랬다. “i3 타고 양평휴게소(원주 방향) 한번 다녀오시죠.” “신형 i3?” “아뇨, 구형이요.” “거기까지 거리는?” “77킬로미터요. BMW가 말하는 i3의 주행가능거리는 130킬로미터고요. 거기 급속충전소도 있어요.” “그래, 그러자.” 겨울에 전기차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무리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 차를 받았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115킬로미터. 급속충전기로 충전한 후 바로 회사 주차장으로 옮겨 밤새도록 휴대용 충전기를 연결해둔 거라던데 그런 것 치고는 조금 적은 편이었다. ‘괜찮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습관적으로 히터를 켰더니 주행가능거리가 87킬로미터로 떨어졌다. 차 안에서도 입김이 담배 연기처럼 폴폴 나오는 날씨였지만 난 어쩔 수 없이 히터를 끄고 시트 열선만 틀었다. 회사 근처에서 간단히 촬영을 마친 후 주행가능거리는 99킬로미터. 고작 5킬로미터를 달렸는데 주행가능거리가 무려 16킬로미터나 줄었다. 양평휴게소까지 77킬로미터니 여유는 22킬로미터. 이런 상황이라면 계산상으로는 갈 수 없다. 난 일단 주행모드를 에코로 바꾸고 최대한 얌전하게 달려보기로 했다. 작전은 그럭저럭 성공이었다. 올림픽대로를 이런 식으로 달리니 늘어나는 주행거리와 줄어드는 주행가능거리가 거의 반비례했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조금 높였더니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보다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전체 거리의 절반쯤 왔을 때는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와 주행가능거리의 차이가 12킬로미터로 줄어 있었다. ‘아, 이거 아슬아슬하겠는데?’ 하면서 난 머릿속으로 잘 하지도 못하는 산수를 하기 시작했고 그러는 도중 타야 할 경기광주 분기점을 놓쳤다. 내연기관을 단 차라면 시간 걱정을 했겠지만 전기차, 그것도 이런 상황에서 이 실수는 엄청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순식간에 남은 거리가 9킬로미터가 늘어났고 주행가능거리와 차이가 3킬로미터로 줄어든 걸 보고 난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하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고 시트 열선을 끄고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을 뽑은 뒤(이내 내 아이폰 6+는 배터리 95퍼센트를 남기고 꺼졌다. 아이폰은 1년 내내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만 팔아야 한다), 주행모드를 에코프로로 바꿔 주행가능거리를 5킬로미터 정도 늘렸다. 
i3의 에코프로 모드는 가속 성능을 크게 낮추고 속도를 시속 90킬로미터에서 제한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속도를 더 낼 수는 있지만 차의 전체적인 반응이 그 정도가 한계속도인 것처럼 더뎌져서 자연스레 가속 페달에서 힘을 빼게 된다. 이런저런 조치와 주행모드 변경으로 주행가능거리를 늘리긴 했지만 지금까지의 계산대로라면 도저히 갈 수 없다. 약 40킬로미터를 오는 데 주행가능거리 52킬로미터를 소요했는데 앞으로 가야 할 거리가 약 46킬로미터고 주행가능거리가 54킬로미터이니 말이다. 
그래도 난 에코프로 모드를 끝까지 믿어보기로 했다. 도로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천천히 달렸다. 확실히 아까보단 전력 소모가 덜한 느낌이다. 전기차가 시속 90킬로미터를 넘기면 효율이 확연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실히 배웠다. 그리고 전기차를 타면 끊임없는 산수 훈련으로 머리가 똑똑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휴게소를 3킬로미터 앞둔 상황에서의 주행가능거리는 6킬로미터. 이 정도 되니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 차가 멈추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니 갑자기 온몸이 쑤셔오기 시작했다. 손발은 처음부터 시렸고(장갑은 떠날 때부터 꼈다), 시트마저 차가워진 이후로는 온몸에 힘을 주고 이를 덜덜 떨면서 운전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어쨌든 난 양평휴게소에 주행가능거리 2킬로미터를 남기고 여유 있게 도착해 임무를 완수했다. 올림픽 모토는 인간의 한계 극복이다. 난 이번 <모터 트렌드> 동계올림픽이 자동차의 한계 극복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인간의 한계 극복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류민

 

 

CHEVROLET BOLT EV
지난해 5월 쉐보레 볼트 EV를 타고 ‘한 번 충전으로 다녀올 수 있는 맛집’을 가기 위해 강원도 속초를 다녀왔다. 주행가능거리가 383킬로미터인 볼트 EV를 타고 서울에서 속초까지 왕복 420킬로미터를 다녀오겠다고 호기롭게 다짐했건만 아쉽게 완주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시스템상 주행가능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달렸다는 결과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8개월 뒤, 이번엔 추운 날씨와 전기차 배터리 소모의 상관관계를 파헤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역시 이번에도 함께할 차는 볼트 EV다. 배터리 소모를 아끼기 위해 류민 기자는 두툼한 패딩과 두꺼운 비니를 준비했다. 히터를 켜지 않고 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에게 패딩과 비니가 있다면 나에겐 보조배터리가 있었다. USB 단자에 습관처럼 꽂던 스마트폰 케이블도 보조배터리에 연결했다. 아주 조금의 배터리 소모도 줄이겠다는 뜻에서였다. 출발하기 전 계기반에 뜬 주행가능거리는 283킬로미터,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목적지인 양평휴게소(원주 방향)까지는 77킬로미터가 떨어져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주행가능거리는 얼마나 줄었을까? 종합운동장을 떠나 시내로 들어서 올림픽도로에 진입했다. 평소보다 차가 많아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대결에는 자신 있었다. 이미 지난여름 부드러운 발목 스냅으로 회생제동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기어 레버를 L 모드에 맞추고 열심히 가속페달을 밟았다 뗐다. L 주행모드는 가속페달만으로도 가속과 감속 모두 할 수 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계속 줄다 차가 멈춘다. 이렇게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전기모터의 저항을 이용해 사용한 에너지를 도로 회수한다. 10킬로미터를 달렸는데 줄어든 주행가능거리는 9킬로미터, 배터리 효율이 여름만큼 좋진 않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전초전일 뿐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고속도로 주행이 시내보다 연료효율이 낮기 때문에 쉽게 안심할 수 없었다.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나서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속도를 올려야 했다. 브레이크 대신 운전대 왼쪽 뒤에 있는 리젠 온 디맨드 버튼을 적극 활용해 제동했다. 리젠 온 디맨드 버튼을 누르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것처럼 차에 덜컥 제동을 건다. L 주행모드와 마찬가지로 차가 멈추는 힘으로 에너지를 모은다. 시내에서 보여준 만큼 효율이 나오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줄어드는 주행가능거리와 실제 주행거리 차이가 거의 없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히터를 사용하지 않아서였다. 히터를 켜면 주행가능거리가 20킬로미터 이상 줄어들었다. 날씨는 추웠지만 히터는 켤 필요가 없었다. 볼트 EV의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은 오목하게 아래로 들어가 있어 실내로 들어오는 햇볕만으로도 따뜻했다(i3를 이기려고 켜지 않은 게 절대 아니다). 히터는 오직 성에를 없애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아주 최소한으로.
양평휴게소에 도착해 두 차의 계기반을 확인했다. 계산상으로 볼트 EV는 주행가능거리가 206킬로미터가 남아 있어야 했다. 하지만 계기반엔 208킬로미터가 남았다.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든 것보다 더 긴 거리를 달렸다. 시스템상으로 줄어든 주행거리는 75킬로미터밖에 안 됐다. 1킬로미터당 주행가능거리 0.974킬로미터를 소비한 것이다. i3는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11킬로미터를 더 달렸다. i3는 86킬로미터를 달리는 데 시스템상 100킬로미터를 사용했으니 실제 1킬로미터를 달릴 때 시스템상 1.162킬로미터를 소비했다. 효율 면에서 볼트 EV가 EV 마라톤에서 승리했지만 운전자의 주행 습관과 추위에 대한 참을성이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떤 차가 더 효율이 높다고는 결론 내릴 수 없었다. 김선관

 

 

번외 편

볼트 EV의 결과가 무척 흥미로웠다. 사실 아무리 효율적으로 주행을 해도 추운 날씨 탓에 실제 주행거리가 주행가능거리보다 짧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주행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했다. 주행가능거리가 넉넉한 볼트 EV를 가지고 2018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L 모드에 있던 기어 레버를 D 모드로 바꾸고 리젠 온 디맨드 버튼도 사용하지 않았다. 히터를 켜 실내 온도를 22℃로 맞추고 열선 시트도 켰다. 양평휴게소에서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까지는 121킬로미터, 도로의 95퍼센트 이상이 고속도로다. 추운 날씨와 고속도로 주행, 히터까지 사용해 여러모로 전기차에 불리했다. 하지만 특별한 조건을 추가한 것은 아니다. 겨울에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일반적인 주행 상황이었다. 이전 주행 때와 언뜻 비교해봐도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졌다. 브레이크를 사용할 일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늘어나는 에너지도 없었다. 속도를 올리면 그만큼 효율은 더 떨어졌다. 40킬로미터를 달리면 주행가능거리는 50킬로미터씩 줄어들었다.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 도착해 계기반을 확인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실제 주행거리 121킬로미터, 시스템상 소비한 거리 152킬로미터로 1킬로미터를 달릴 때 시스템상 주행거리를 1.256킬로미터 소비했다. 
겨울은 전기차에 혹독한 계절이 맞나 보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동계올림픽

CREDIT

EDITOR / 김선관 / PHOTO / 김형영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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