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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의 독서 일기, 그리고 제주

노래하는 요조가 책을 냈다. 일기를 쓰듯 매일 읽고 매일 써 내려간 요조의 독서 일기다. 책을 쓰며 그녀가 가장 경계한 것은 두 가지였다. “성실하게 읽자. 멋 부리지 말자.” 계동을 지키던 요조의 책방 ‘책방무사’도 얼마 전 제주도로 이사했고, 책방무사의 풋풋한 정착기도 궁금한 차였다.

2018.01.30

2년여 전 계동에 ‘책방무사’를 열 때만 해도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자유로운 감성의 그녀라면. 뮤지션 요조가 이번엔 책을 냈다.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이다. 제목과 심플한 표지만 봐서는 도통 어떤 책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 책은 콘셉트부터 이색적이다. 하루에 한 권씩 일기처럼 책을 소개하는 형식. 요조는 2017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매일같이 독서 일기를 썼다. “현실적으로 매일 하루에 한 권씩 읽지는 못했고,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타입이라 이틀이나 사흘째 되는 날 여러 권을 동시에 다 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책방을 운영할 만큼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요조. 그뿐 아니라 <책, 그게 뭐라고>라는 책 관련 팟캐스트를 1년 반째 진행 중이다. 일기처럼 매일 써 내려가는 리뷰 북을 준비 중이던 출판사가 요조를 낙점한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이 책은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읽어본다’ 시리즈로 요조 외에 의사 남궁인, 시인 장석주 부부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팟캐스트 덕분에 평소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도 접했고, 결과적으로 저에게 책에 대한 편견을 많이 없애주었어요.” 책에는 6개월에 걸쳐 읽은 책 180권이 소개되는데, 너무도 다채로운 스펙트럼에 깜짝 놀라게 된다. 책을 뛰어넘는 독서를 제안하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너무 많은 걸 받아 이 책에 빚이 있다는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플리마켓에서 연필을 깎아 팔고 애스터서비스까지 하고 있다는 요조의 연필 사랑이 함께한 <그래, 나는 연필이다> 등 소설, 시, 법률서, 비정기적인 독립 잡지 등 요조만의 다채로운 취향이 한장 한장 빼곡히 채워져 있다. “아쉽게도 리스트엔 빠졌지만 박준 시인의 에세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도 꼭 추천하고 싶어요.” 사실 이 책은 형식상 책 소개지만, 어떤 책은 단 한 줄의 서평도 등장하지 않는다. 요조의 사적인 혹은 삶이 녹아든 에세이에 가깝다. 요조만의 담백하고 솔직한 필력에 흠칫흠칫 놀라다 보면 어느새 후루룩 끝에 다다르고 만다.    
“저는 일단 적독가입니다.” 책을 많이 읽지만 다독가는 아니며, 느리게 읽는 편이지만 정독가도 아니다. 필요한 부분을 골라 읽는 적독가에 가깝다. 책을 쌓아놓고 읽는 적독가이기도 하고. 한데 읽고 난 수많은 책은 컬렉션이라도 하는 걸까? “제가 읽은 책들의 완벽한 용도가 얼마 전부터 생겼어요. 책방에서 책을 구입하는 분에게 책을 담아드리는 비닐백을 좀 덜 쓰고 싶어 사람들에게 안 쓰는 천가방을 받기 시작했어요. 천가방을 보내주신 분에게는 답례로 제가 읽은 책을 보내드리고 있어요.” 21세기 버전의 신 물물교환이자, 환경운동이자, 책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의미 있는 실천가를 코앞에서 목도하고 만다.

 

제주로 간 책방무사
“책 속에 등장하는 김영갑 작가님의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가 저와 제주를 이어준 첫 인연이에요.” 제주 정착을 꿈꾸었고, 어느덧 둥지를 튼 지 2년째다. 12월에는 계동에 있던 책방도 제주로 가져왔다. 다 쓰러져가는 구멍가게를 임대해 일일이 보수했다. 요조의 책에는 ‘종수’라는 인물이 자주 등장하는데, 남자친구이자 사진가이자 파티시에로, 책방무사의 공사를 책임진 공신이다.  
“제 취향이 반영된 서재예요. 다만 책방이 제주도 한적한 곳에 자리해서, 우연히 지나가다 들르기보다는 일부러 찾아오는 분이 더 많아요. 그렇다 보니 쉽게 살 수 있는 책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충분히 좋은 책을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컸어요.” 숨겨진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하게 해주고 싶다는 주인장의 의지가 책방무사의 책장을 가득 채웠다. 물론 개중엔 대중적인 책도 있다. 이번 책에 소개된 책도 가끔 발견될 테고. 
“낮 12시면 책방무사로 출근해요. 손님이 없을 것 같은 날에는 고양이들도 데려가요. ‘또’와 ‘라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동네 주민분의 고양이가 새끼 네 마리를 낳았는데 제가 첫째, 셋째를 데려왔어요.” ‘또’+‘라이’라는 이름만 봐도 자유분방한 요조네 고양이이지 싶다. 고양이를 키운 지는 햇수로 2년. 요조의 고양이 사랑은 책 곳곳에도 충분히 숨어 있다. 운이 좋으면 ‘또’와 ‘라이’와 함께 요조가 내려준 커피 한 잔을 벗 삼아 게으른 오후를 즐길 수도 있다. “커피도 파는데 저는 마시진 않아요. 왜냐하면 화장실이 없어서(웃음). 공사를 못했어요. 최대한 화장실에 가는 일이 없게 하려고 수분 섭취는 귤을 까먹는 걸로 대신해요(웃음).” 평화롭지만 인적 드문 제주에 책방을 낸다는 것.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 중 하나는 ‘돈이 되지 않는데 왜 책방을 하느냐’는 것이다. “돈이 목적이라면 책방을 하지 말아야 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 질문이 좀 이상하게 들립니다. 좀 이상한 질문 아닌가요?” 이 이상한 질문에 대해,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뉴욕 서점 ‘북컬처’의 대표인 도블린이 그 답을 대신해줄 듯하다. ‘우리는 여러분이 찾아오는 한,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을 겁니다.’ 
“읽고 쓰는 것, 노래를 만드는 것, 모두가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는 일입니다. 저는 특히 힘들 때 더 절박하게 쓰는 데 집중해요. 예전에 몸이 무척 아팠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내가 얼마나 어떻게 아픈지 열심히 적으며 고통을 견딜 수 있었어요.” 물론 모두에게 적용되는 위안법은 아닐지 모르지만 요조는 늘 주변 사람에게 적극 권유한다. 무조건 써보기를, 읽어보기를, 노래도 만들어보고, 아니면 노랫말이라도. “우리가 무엇을 읽었는지, 뭐라고 썼는지보다는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쓰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이 결국 우리를 더 고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를 더 고유하게 만들어주는 일. 요조가 읽고 쓰는 이유일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문득 요조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늙음’이란 노래가 흘렀다. ‘장난치고 싶어’, ‘동경소녀’가 따라 흘렀다. 책도, 노래도, 시처럼 다가왔다. 요조만의 낯선 시가 왜 이토록 가슴을 쳤는지, 얼핏 답을 본 듯도 하다. 책방무사에는 더없이 자유롭고 ‘고유한’ 요조가 산다.   

 

책방무사는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픈한다. 월, 화는 쉰다. 주소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로 10길 3. 수산초등학교를 찾아오다 보면 (한)아름상회라고 하는 어쩐지 측은한 건물이 보인다. 그곳이 책방무사다. 간판도 없다. 이종수의 빵 브랜드 ‘뛰뛰빵빵’도 책방 한쪽에 자리한다.

 

 

 

 

 

 

더네이버, 요조, 책방무사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이종수 /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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