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0일 렉서스가 국내 시장에 LS 500h를 공식 출시했다. 그리고 다음 날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승 행사를 열었다. 11년 만에 세상에 나온 5세대 LS를 실제로 본 기자들은 모두 같은 말을 내뱉었다. “오우, 저 그릴 좀 봐.” 얼굴 전체를 집어삼킨 것 같은 커다란 프런트 그릴이 존재감을 강하게 내뿜었다. “신형 LS의 대담한 그릴은 5000개 이상의 단면으로 구성됩니다. 장인이 매일 8시간씩 6개월에 걸쳐 완성한 것입니다.” 렉서스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생각했다. ‘혹시 저 그릴 때문에 11년이나 걸린 건 아니겠지?’
신형 LS는 안팎으로 모든 게 새로워졌다. LC에도 적용한 뒷바퀴굴림 기반 GA-L 플랫폼을 둘러 차체 높이가 5밀리미터 낮아지고 길이와 폭은 25밀리미터, 휠베이스는 35밀리미터가 늘었다. LS는 LC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3.5리터 V6 휘발유 엔진에 두 개의 전기모터와 CVT, 4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다. 계기반 역시 둥근 원 주변에 엔진 회전수와 변속기 위치, 엔진 온도, 주행 모드 등을 알려주는 정보가 뜨는 게 비슷하다. LC 500h와 LS 500h의 시스템 최고 출력은 모두 359마력이다. 
실내는 고급스러움이 물씬 느껴진다. 안쪽에 반들반들한 우드그레인을 댄 스티어링휠이 매끈하다. 가죽을 넉넉히 두른 실내는 겉모습과 달리 우아하고 차분하다.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아니라는 것만 빼면 만족스러운 실내다. 플래티넘 모델은 뒷자리에서 발받침이 스르륵 올라오는 오토만 시트를 달았다.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발받침까지 올리면 회장님 자세가 만들어진다. 23개의 스피커를 갖춘 마크레빈슨 오디오와 시원하게 주무르는 마사지 프로그램이 귀와 몸을 즐겁게 한다. 
시승 코스가 짧아 LS의 주행성능을 꼼꼼히 파악할 순 없었다. 코너에서 좀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고속에서 훨씬 시원하게 내달린단 느낌은 받지 못했다. 게다가 차선 유지 어시스트는 차선을 잘 유지하지 못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으면 스티어링휠을 돌려 차선 안으로 넣어준다는데 내가 탄 시승차는 하염없이 차선을 넘어갔다. 안팎으로 세련되고 미래적인 모습이 물씬한데 정작 속에 담긴 첨단 장비는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BMW 5시리즈도 준자율주행 기술을 뽐내는 세상인데….  
렉서스는 LS 500h만 먼저 출시했다. 5.0리터 V8 엔진을 얹는 LS 500은 올 상반기에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지난해 렉서스 전체 판매대수는 1만2603대였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대수는 1만1755대로 전체의 93퍼센트를 차지한다. 렉서스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라는 무기 하나만으로 경쟁 모델을 이길 수 있을까? 광선 검 못지않은 최신 무기를 대거 챙긴 신형 A8도 곧 출시할 텐데?   글_서인수

LEXUS LS 500H AWD PLATINUM

기본 가격 1억73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3.5ℓ DOHC+전기모터, 359마력(시스템), 35.7kg·m 변속기 CVT+4단 자동 공차중량 2370kg 휠베이스 3125mm 길이×너비 ×높이 5235×1900×146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11.9, 9.8, 10.6km/ℓ CO₂ 배출량 161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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