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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TREND_Fashion

차가 주차장에 끼인 날

주차는 세우고 빼는 것부터 타고 내리는 일까지 하나같이 고역이다. 공간은 좁고 큰 차는 많은 탓이다. 묘수가 없을까?

2018.01.24

첫 차로 일곱 살 된 국산차를 구입한 지 어느덧 17년이 흘렀다.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았던 만큼 어릴 적 타보고 싶은 자동차의 기준과 현실에서 구입 가능한 자동차의 목록은 괴리가 컸다. 돌이켜보건대 차가 주는 만족은 가격표에 비례하진 않았다. 지금은 비록 비싼 자동차들은 아니지만 각기 다른 보디 형태의 미국, 일본, 독일 브랜드 차를 두고 매일 목적에 맞게 타고 나갈 차를 선택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우리 집에서 연간 이동거리가 가장 많은 차는 다름 아닌 이든이의 유모차다. 각 차는 연간 주행거리가 기껏 1만 킬로미터 내외인데 딸아이의 유모차는 작년에 적어도 5만 킬로미터 이상을 움직였다. 독일 내구레이스에 출전할 때나 북미 국제 오토쇼를 보러 갈 때도 항상 함께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 트렁크에는 늘 아이의 유모차가 실려 있다. 아내에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탓에 유모차를 꺼내어 펼치거나 접어서 적재하는 일은 보통 내 몫이다. 우리의 주차장 환경에서는 직각주차가 일반적인데 공간이 좁아 통상 트렁크 쪽부터 후진으로 집어넣어 세운다. 트렁크에서 꺼낸 유모차를 통로 쪽으로 빼내는 것부터가 난제다. 차와 차 사이의 공간이 좁아 넓은 공간을 찾아 한참을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비단 유모차의 문제는 아니다. 옆 차가 바투 붙은 좁은 공간에서 뒷문을 반쯤 열고 베이비시트에 앉은 아이를 꺼내거나 태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 뚱뚱한 장바구니를 들고 다른 차에 부딪히지 않게 차량 틈 사이를 게걸음으로 비집고 드나드는 모습 또한 익숙하다. 손에 든 짐 하나 없을 때도 좁은 틈에서 문 열고 혼자 타고 내리기 힘들 때가 많다. 왜 우리의 주차장은 항상 비좁게 느껴질까? 잠깐 다른 나라 모습을 생각해봤다. 미국은 일단 주차 구획이 넓다. 차와 차 사이 공간도 여유롭고 문 열 때 부딪힐 걱정도 해본 적 없다. 오죽하면 전동 접이식 사이드미러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아직도 미국 길거리에는 접을 수조차 없는 고정식 사이드미러가 달린 차들이 있다. 가까운 일본은 인구밀도도 높고 주차장 면적도 좁은 편이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타고 내릴 때 특별히 불편을 느껴본 적은 많지 않다. 경차를 비롯해 작은 체구의 차를 많이 타기 때문이다. 박스 형태의 네모반듯한 차들이 주로 보이고 주차 칸에 비뚤게 세워둔 차도 보기 어렵다. 주차선 안에 나란히 서 있는 자동차들은 정확히 줄자로 잰 듯하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강박적인 배려(?)가 고맙다. 유럽 내 큰 도시들의 도심 주차장도 굉장히 붐빈다. 이들 역시 도로 환경을 생각해 합리적인 작은 차를 선호하지만 일본과 비교할 때 덩치가 큰 왜건 타입이 많기 때문에 공간이 여유롭진 않다. 대신 이들은 주차 구획의 배치를 45도로 비틀어 두 줄이 서로 톱니처럼 맞물리며 세울 수 있는 형태가 많다. 주차 구획 한 개의 면적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이렇게 배치만 변경하면 차에서 내릴 때 문을 열 수 있는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소위 ‘문콕’이라 불리는 주차 흠집 발생 확률도 낮아지고 짐을 든 상태에서 차에 접근하기도 용이해진다. 아울러 45도만 비틀면 주차 칸으로 진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차 소요 시간도 줄어들고 난이도도 낮아진다. 우리 주차장 모습은 어떤가? 공간은 한정적인데 차들은 크다. 국산차, 수입차 부문 모두 베스트셀러는 E 세그먼트 준대형 세단일 정도로 큰 차 선호가 늘고 있다. 부딪힐까 두려워 출고 후 제거해야 하는 하늘색 도어 스펀지를 계속 붙이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주차구획 중앙에 정확히 세워두지 않은 운전자도 많다. 물론 운전이 서툴러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비뚤어진 주차를 할 수도 있다. 차가 반듯하게 세워졌는지 자신이 없다면 주차 구획 안에 정지한 후 운전석 도어를 열어 바닥 주차 경계선과 차체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평행인지 확인해보면 간편하다.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땅이 넓어질 수도 없고 일본처럼 작은 차를 더 많이 즐겨 타는 풍조가 되지 못한다면, 신규 주차장을 만들 때 주차 구획의 배치를 유럽처럼 사선으로 두는 것도 좋겠다. 후방 센서나 어라운드 뷰 카메라,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 장착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문틈에 낀 당신의 신음 소리를 줄여줄 테니까 말이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주차

 

CREDIT

EDITOR / 강병휘 / PHOTO / 최신엽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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