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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기적

슈퍼히어로가 점령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예상 이상의 흥행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영화 <원더>. 헬멧 속에 숨어 있던 아이, 그에게 기적이 일어난다.

2017.12.29

2년 전 이맘때 개봉한 영화 <룸>은 작은 아이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 아이는 몇 평 되지 않는 작은 방에서 태어나 함께 갇혀 있는 엄마와 그 방 안에서만 평생을 살아왔다. 그가 필사의 탈출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가 노트 크기만 한 천장으로만 보던 하늘을 처음 본 순간, 아이의 표정과 몸짓은 어쩌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거의 전부였다. 그 놀라운 연기의 주인공은 <룸>을 통해 단번에 천재 아역 배우로 떠오른 제이콥 트렘블레이다. 2006년생인 이 캐나다 배우가 이번에는 안면장애가 있어 헬멧을 쓰고 다녀야 하는 소년을 연기한다. 19개국으로 번역되고 <뉴욕타임스>에서 22주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책 <아름다운 아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원더>에서다. <원더>는 선천적 안면 기형으로 태어난 소년 어거스트(이하 어기)가 헬멧을 벗고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다. 원작은 누나와 친구들 등 주변 인물들이 어기를 바라보는 시점과 어기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따뜻한 가족 안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어기에게도 어김없이 세상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어기의 엄마 이자벨(줄리아 로버츠 분)과 아빠 네이트(오웬 윌슨 분)는 홈스쿨링을 하며 지내는 어기가 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다. 어기는 부모님의 결정으로 헬멧을 벗고 학교에 입학하지만, 자신을 전혀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동급생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아무리 평범해지려고 노력해도 도저히 평범해질 수 없다. 하지만 어기는 이 시선에 세상을 향한 용기로, 친절로, 사랑으로 맞선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기적(Wonder)’인 것이다.

이 멋진 이야기를 매만져 스크린으로 옮기는 역할은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에게 돌아갔다.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은 자신의 소설인 <월플라워>를 로건 레먼, 에마 왓슨, 에즈라 밀러 주연의 동명 영화로 각색하고 연출하여 영화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증명한 바 있다. 또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실사판 각색 또한 맡아 동화나 소설을 영상으로 옮기는 데 탁월한 면모를 드러내왔다.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은 원작을 읽고 어기의 가족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에서 건져 올렸고, 그 지점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했다고 밝혔다. 27번에 걸친 수술과 이로 인해 갖게 된 외모적 특징은 어기를 특별한 아이로 만들지만, 어기와 가족이 겪는 경험은 보편적인 것이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아이들은 자신을 향한 시선만으로 차별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이 평범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세상이 겉으로 보이는 특징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분리하려고 할 때, 그 부당한 세상을 헤쳐가야만 하는 순간에 언제나 자신의 편에 서주는 가족의 존재야말로 <원더>가 말하는 기적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어기의 엄마인 이자벨을 맡았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그가 <스텝맘>에서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이 바로 ‘이자벨’이었기 때문이다. 1999년 작인 <스텝맘>에서 남편이 이전 결혼 생활에서 낳은 아이들을 양육하며 고군분투하던 줄리아 로버츠는, 거의 20년이 흘러 찾아온 또 다른 가족 영화 <원더>에서 다시 한번 미국적 가족주의의 가치를 전한다. 세상이 그대를 차별할지라도, 끝까지 친절을 잃지 말라. 진심을 다하고 사랑하며 가족의 곁에 머물라. 이는 아마도 연말의 분위기에 힘입은 이 영화가 슈퍼히어로가 점령한 북미 박스오피스를 거슬러 올라가 예상 이상의 흥행을 거둔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져도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은 약간의 친절, 차별에 맞서는 작은 용기, 그리고 서로를 향한 애정이므로. 여전히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믿는 가치를 정직하게 말하는 영화라면, 역시 신년맞이로 더없이 어울린다.

※ 이 글을 쓴 윤이나는 영화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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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CGV아트하우스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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