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DAILY PICK_Car&Tech

트랙의 뉴 페이스

현대 i30 N TCR의 우승은 TCR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4년밖에 안 되는 역사이긴 하다

2017.12.15

가브리엘레 타퀴니가 코너에서 아우디와 폭스바겐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두 대를 추월하자 해설자가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주 멋진 추월이네요.” 코너를 탈출 후 타퀴니는 아우디와 폭스바겐 경주차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해설자는 더욱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건 너무 충격적입니다.” 정말 멋진 움직임이었다. 동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 봤는지 모른다. 타퀴니의 움직임은 자신감이 꽉 들어차 있었고 경주차는 드라이버와 한 몸이 된 것처럼 멋지게 화답했다. 아무리 타퀴니가 WTCC 챔피언 출신의 베테랑 드라이버라 할지라도 경주차의 성능이 받쳐주지 못하면 이런 움직임이 나올 수 없었다. 이 경주차는 바로 현대 i30 N TCR이었다. 지난 10월 7~8일 중국 저장성 서킷에서 열린 TCR(Touring Car Race) 인터내셔널 시리즈 9라운드는 i30 N TCR의 데뷔 무대였다. 현대모터스포츠는 올해 2월, i30를 베이스로 TCR 경주차를 만든다고 발표했고 8개월 만에 데뷔 무대를 가졌다. 실질적인 대회 준비기간이 아주 짧았다. 때문에 이번 경주는 그동안의 개발 결과를 테스트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임시 호몰로게이션을 받아 출전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심상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1차 예선에서 현대모터스포츠 팀의 두 드라이버가 1, 2위를 차지했다. 아우디 RS3 LMS TCR, 폭스바겐 골프 GTi TCR, 혼다 시빅 타입 R TCR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한 곳에서 이제 막 만들어 임시 인증을 받아 출전한 경주차 두 대가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모터스포츠 팀의 두 경주차는 결승에서 맨 앞에서 출발할 수 없었다. 임시 호몰로게이션이기 때문에 2차 예선에 출전할 수 없었다. 현대모터스포츠의 두 드라이버 알랭 메뉴(스위스)와 가브리엘레 타퀴니(이탈리아)는 21대의 출전차 중에서 각각 13, 14그리드에서 출발하게 됐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게 됐다. 14그리드에 있던 타퀴니가 단 1랩 만에 6위까지 올랐다. 타퀴니의 i30 N TCR은 좌우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앞에 있는 경주차를 정신없게 만들었다. 코너에서 레이트 브레이크로 먼저 안쪽으로 파고든 뒤 코너 탈출 후에 더 빠르게 가속하면서 손쉽게 추월했다. 한 번에 두 대의 차를 추월하기도 했다. 그렇게 3랩이 되자 순위가 4위까지 치솟았다. 해설자는 타퀴니의 추월쇼를 ‘사냥’이라고 표현했다. 

 

 

레이싱 경력 30년 이상의 노장 드라이버는 마치 무엇에 홀린 것처럼 앞차를 추월해 나갔다.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타퀴니와 i30 N TCR 경주차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6랩에서 2위에 올랐고, 11랩에서 앞에 있던 세아트 레온 TCR 경주차를 손쉽게 추월해 선두를 차지했다. 이제 갓 레이싱에 투입된 풋내기 경주차가 큰 사고를 치는 순간이었다. 선두를 차지한 타퀴니는 2위와의 간격을 벌리기 시작했다. 경주차 성능 차이가 확연하다는 걸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타퀴니는 뒤차를 완벽하게 견제할 수 있는 정도로 거리를 둔 후 크루징 모드에 들어갔다. 차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참으로 노련한 드라이버다. 그렇게 타퀴니는 포디움 맨 위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TCR에 처음 출전한 i30 N TCR은 우승을 차지했다. i30 N TCR의 우승이 우연일까?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로 운이 좋아 좋은 성적을 낼 수는 있지만, 레이싱에서 우연치 않은 우승은 드물다. 또 WTCC 챔피언과 F1 경력까지 있는 가브리엘레 타퀴니가 뛰어난 드라이버이긴 하지만, 경주차의 성능이 받쳐주지 못했다면 그는 포디움 맨 위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i30 N TCR의 우승이 우연이 아니라는 건 3주 후 이탈리아에서 열린 TCR 유럽 트로피 대회에서 증명됐다. 두 번 치러진 결승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TCR 9라운드 우승을 차지한 가브리엘레 타퀴니는 55세의 노장 드라이버다. WTCC 챔피언 출신이고 한때 F1에서도 활약했다.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이제 막 세상에 나온 i30 N TCR은 레이싱 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현대차는 레이싱 경험이 아주 짧다. 특히 WRC가 아닌 트랙 레이싱 경험은 미천한 수준이다. 그런데 아우디, 폭스바겐, 푸조, 세아트, 혼다, 알파로메오, 포드 등 세계를 호령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즐비한 곳에서 데뷔와 동시에 우승까지 했다. 현대차는 아주 짧은 시간에 경쟁력 있는 경주차를 만들어냈음을 경주 결과로 증명한 것이다. 특히 올해 TCR은 현대차에게 테스트 성격이 강하다. 현대차는 “올해 마지막 경주가 열리는 11월 18일 마지막 라운드(두바이)까지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12월부터 본격적인 경주차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니 올해는 여러 레이싱팀에게 그들의 경주차를 소개하고 선보이는 무대인 셈이다. 그런 무대에서 우승을 두 번이나 했으니 i30 N TCR을 레이싱팀들에게 제대로 홍보한 것이다. 현대차는 i30 N TCR을 판매하기 위해 만들었다. TCR은 생긴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레이싱이지만 많은 팀이 참가하면서 각광받는 모터스포츠가 됐다. 경주차 성능이 WTCC 경주차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경주차 가격과 팀 운용비가 낮은 덕분인다. 더불어 아시아와 유럽 등 다양한 시리즈에 참가할 기회가 많은 것도 순수 레이싱팀에겐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중국 TCR에 출전하다가 아시아 시리즈에 참가할 수 있고, 인터내셔널 시리즈가 중국에서 열리면 거기에도 참가할 수 있다. 모든 경주차의 호몰로게이션이 통일됐기 때문이다. 현재 TCR은 세계에서 15개의 시리즈가 열리고 있다. 더불어 TCR 경주차는 매년 열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도 참가할 수 있다. 경주차가 여러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건 레이싱팀뿐 아니라 경주차 제조사에게도 큰 매력이다. 여러 곳에서 그들의 경주차를 홍보할 수 있다는 의미니까. 특히나 TCR은 양산차 베이스로 만든 경주차다. 현대차가 TCR 경주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i30와 N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모터스포츠는 이미지 마케팅의 아주 좋은 플랫폼이다. 현대차가 뛰어난 성적을 거둘 때마다 관객과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운전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물론 경주차가 판매돼야 홍보도, 마케팅도 할 수 있다. TCR은 매뉴팩처러 팀의 출전을 제한한다. 돈이 많은 매뉴팩처러가 직접 팀을 꾸려 출전하면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순수 레이싱팀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레이싱팀들이 출전하지 않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즉 현대모터스포츠가 자체적으로 TCR 경주팀을 꾸려 출전할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레이싱팀들이 차를 사게끔 하기 위해선 뛰어난 성능을 내는 경주차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고, 현대모터스포츠는 중국과 이탈리아에서 i30 N TCR 경주차 성능이 좋다는 걸 어느 정도 확인시켰다.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i30 N TCR이 출전하는 TCR이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은 없을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올해 한국도 아시안 시리즈 2라운드가 열기로 했지만 취소됐다. 관심도가 낮고 출전팀이 적다는 이유였다. 관객이 없다는 건 그만큼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스폰서를 끌어오기 쉽지 않고 스폰서가 없으면 출전팀도, 경주를 유치하려는 프로모터도 없다. 모터스포츠는 상업성이 아주 짙은 스포츠여서 돈이 오가지 않으면 경주 자체를 할 수 없다. 현대차가 대형 스폰서십을 하는 형태로 TCR을 유치하는 시나리오도 구상해볼 수 있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i30 N은 한국에 팔리지 않는다. 노조가 해외 생산 모델의 국내 수입 판매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i30도 판매량이 극히 낮다. 따라서 현대차가 큰돈을 들여 TCR을 국내에 유치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또 한국엔 대당 가격이 12만8000유로(약 1억6500만원)에 달하는 i30 N TCR을 사서 TCR에 출전할 만한 팀도 없다. 아쉽지만 여러 정황상 국내에서 i30 N TCR이 달리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더네이버, 레이싱, 현대자동차

 

 

 

CREDIT

EDITOR / 이진우 / PHOTO / 현대자동차 / MOTOR TREND

Twitter facebook kakao Talk 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