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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V8을 얹은 스피드보트

물 위를 V8 엔진으로 달리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2017.12.15

자동차가 나오는 게 아니면 영상엔 별로 관심이 없는 내가(정말이다) 얼마 전 보트 영상을 하나 봤다. 정지화면 속의 그림이 조금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붉은 롤케이지를 두른 알루미늄 보트라니. 이게 대체 무슨 물건일까. 그런데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아메리칸 머슬카에서나 들을 법한 우렁찬 V8 엔진 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자동차용 엔진처럼 보였다. 자동차 엔진, 그것도 V8을 얹은 보트가 국내에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부터 난 스피드보트라고 불리는 이 희한한 물건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했다. 명칭 정리부터 하자. 스피드보트는 모터보트 종류의 하나다. 이름 그대로 속도에 초점을 맞춘다. 소형 파워보트로 불리기도 한다. 모터보트도 자동차처럼 엔진 위치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엔진이 보디 안쪽(인보드)에 있으면 엔진 파손 위험이 적고 운반이 쉬우며, 보디 바깥쪽(아웃보드)에 있으면 수리와 탈·장착(동파 방지)이 쉽고 실내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다. 자동차용 엔진처럼 크고 방수와 부식 처리가 완벽하지 않은 엔진은 주로 인보드 방식으로 장착해서 사용한다. 아웃보드 방식은 필요한 만큼 엔진을 추가해 출력을 쉽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디만 수입하고 나머지는 전부 국내에서 제작했다. 오디오는 물론 전후방 카메라까지 갖췄고 수상스키나 웨이크보드도 끌 수 있다. 

 

추진(동력 전달) 방식에 따른 특성 차이도 있다. 배 뒤쪽에 프로펠러가 달린 방식은 구조가 간단하고 저렴한 대신 급가속 시 배의 앞쪽이 들린다는 단점이 있다. 날개가 밖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부상과 파손의 위험도 있고 수면이 얕은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배 아래에서 빨아들인 물을 뒤쪽으로 뿜어 추진력을 얻는 제트 드라이브(워터제트)는 프로펠러의 단점을 모두 해소한 방식이다. 대신 프로펠러에 비해 장착이 번거롭고 비싸다. 방향을 트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프로펠러 방식은 엔진이나 틸러(방향타)를 움직이고, 제트 드라이브 방식은 물 토출구를 비틀어 방향을 바꾼다. 속도를 줄이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프로펠러는 역회전을 하고 제트 드라이브는 토출구 앞쪽에 캡을 씌워 물의 방향을 되돌린다. 참고로 모터보트는 물의 저항 때문에 가속만 멈춰도 속도가 빠르게 줄어든다. 하지만 자동차처럼 적극적으로 멈춰 세울 수는 없다. 

 

 

추진기는 제트 드라이브 방식이다. 급가속에도 뱃머리가 들리지 않고 부상과 파손의 위험도 적다. 방향을 바꾸는 방식도 더 간단하다.

 

수소문 끝에 찾은 영상 속 스피드보트는 용인의 한 경주차 제작 캠프 ‘픽슨’이 만든 것이었다. 뉴질랜드 보트 전문 브랜드에 특별 주문한 보디에 엔진(인보드), 연료·냉각 시스템, 롤케이지, 시트, 계기판, 센터 스택, 스티어링휠, 오디오 등을 얹어 완성한 것이다. 엔진은 GM의 6.2리터 V8 스몰블록의 LS3 자연흡기 클럽스포츠 버전으로 무려 455마력을 낸다. 경주차 제작자가 스피드보트를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경주차를 만들다 V8 스몰블록 엔진의 매력에 빠졌어요. 구조가 간단하고 크기가 작아 여러 차에 쓸 수 있죠. 유럽차와 국산차에도 얹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해외 사이트에서 이 엔진을 얹은 스피드보트를 봤어요.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바로 뉴질랜드로 날아가 직접 타보고 계약을 맺었어요. 사실 국내에서 자동차로 뭘 하기에는 제약이 많아요. 법이 까다롭고 사람들 인식도 좋지 않죠. 서킷에서만 타는 차라면 또 몰라도요. 하지만 스피드보트는 비교적 자유로워요.” 픽슨 장대정 대표의 말이다. 

 

 

엔진은 콜벳, 카마로 SS 등에 쓰이는 455마력 6.2리터 V8 LS3 클럽스포츠 버전이다. 냉각수는 외부에서 당겨온 물로 식힌다.

 

보디 길이는 4.1미터이며 전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다. 빠른 방향 전환과 직진성 향상을 위해 배 바닥에는 여러 개의 핀을 붙였다. 경주용이 아니기에 카울은 없다. 다만 만약의 사고를 위해 롤케이지를 붙였다. 무게는 3인승 제트스키와 큰 차이가 없다. 엔진을 포함해 약 500킬로그램에 불과하다. 추진기는 당연히 제트 드라이브 방식. 뱃머리가 들리는 프로펠러 방식으로는 제대로 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엔진은 자동차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냉각수가 바람이 아닌 물로 식혀진다는 것과 소음기가 작아 소리가 더 우렁차다는 점이 차이의 전부다. 300마력이 넘는 고성능 제트스키의 소형 과급 엔진과는 특성이 전혀 다르다. 저속 토크가 센 까닭에 초기 가속이 굉장히 빠르다. 주문 제작 방식이기에 당연히 다른 엔진을 얹을 수도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2.0리터 터보와 1.6리터 터보 엔진을 검토 중이다. 사실 이런 보트가 해외에서는 그렇게 신기한 물건이 아니다. 검색만 몇 번 하면 비슷한 스피드보트의 사진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이만한 레저스포츠도 없을 텐데 말이다. “이걸 찾는 사람들이 있나요?” 내 질문에 장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최근 제트스키로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 꽤 많아진 걸로 알아요. 그런 분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해요. 타보면 그 매력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그간 다양한 모터사이클과 스포츠카를 타봤지만 이만큼 짜릿한 탈것은 별로 없었거든요.” 

 

 

 

 

모터트렌드, 자동차, 스피드보트

CREDIT

EDITOR / 류민 / PHOTO / 김형영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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