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인위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미용에 열중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말하자면 ‘생긴 대로 살자’가 평소 나의 신념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이유로 성형은 물론이고 필러나 보톡스 시술 등에 대해서도 왠지 모를 거부감 같은 것을 갖고 있다. 외모가 강력한 커리어이자 무기가 될 수 있는 이 시대에 너무 용감한 발언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성형미인이 될 바에야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내는데 애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신념을 가볍게 무너뜨린 미용 주사가 등장했다. 단순히 피부만 맑아지게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중금속 배출, 간 해독, 안티에이징, 여드름 자국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는 부가 설명에 나 스스로 ‘이건 미용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맞는 거야’라고 합리화시키기에도 충분했다. 게다가 피부 좋기로 유명한 연예인들도 웰빙 주사를 맞고 있다고 하니, 나의 발걸음은 어느새 피부과로 향하고 있었다. 

무슨 주사가 이렇게 많아? 주사별 효능

피부과에 들어서서 “웰빙 주사를 맞고 싶다”고 하자 의사는 온갖 주사의 종류가 정리되어 있는 책자를 내밀고 찬찬히 설명을 시작했다. 수많은 주사들 중 요즘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주사만 소개하겠다. 

일단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주사는 ‘비욘세 주사’란 애칭을 갖고 있는 백옥 주사. 섹시하게 그을린 피부가 매력적이었던 비욘세가 어느 날 갑자기 하얘져서 나타났는데, 그 이유가 이 백옥 주사 덕분이라는 것이다. 글루타치온이 주성분으로 이루어진 이 주사는 사실 간 해독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 글루타치온의 농도는 우리의 잔류수명과 관계 있다고 할 정도로 우리 몸에서 중요한 요소인데, 지방질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해 지방질 산화로부터 초래되는 여러 가지 피해를 막을 수 있게 해주며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준다. 임상 과정 중에 피부가 하얘지고 기미가 옅어지는 효과를 보여 미용 주사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얀 피부를 원하는 여성들은 물론이고 술을 많이 마셔서 간 해독을 원하거나 피로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건강 주사로도 사용되고 있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아이유가 맞았다고 해서 ‘아이유 주사’라는 애칭과 함께 신데렐라처럼 예뻐진다고 해서 신델렐라 주사라 불리기도 하는 리포아란 주사는 피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몸매 교정까지 도와준다는 이유로 각광받고 있는 주사이다. 몸속에서 열에너지를 만들어내 체지방 증가를 막고 강력한 항산화 효과까지 만들어내 피부 노화를 억제시켜주는 주사로,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주어 몸의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피부과를 찾아 가볍게 맞고 있는 주사이기도 하다.

맞으면 마늘 냄새가 올라와서 마늘 주사라 이름 붙여진 알리네이트 주사는 비타민 B1을 우리 몸의 여러 기관으로 보내 근육과 신경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신진대사를 높이며 피로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다. 미용적으로는 기미와 잡티를 제거해주는 기능을 하고 건강을 위해서는 전신 피로, 근육 및 신경통, 간 기능 장애, 만성 피로를 푸는 것에 도움을 준다. 개그맨 박명수가 수지와 정은지 등 예쁜 여자 아이돌을 보고 나서 “마늘 주사 맞은 것 같다”라고 말해 마늘 주사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태반 주사는 위의 주사들과는 달리 혈관이 아닌 피하 지방층에 맞는 주사로 흡수 속도가 더뎌 효과 또한 조금 천천히 나타나지만 그만큼 오래 유지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태반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각종 아미노산과 비타민, 미네랄, 효소 등이 피부 미용과 간 기능 개선, 갱년기 증상 완화 등을 목적으로 이용된다.

직접 맞아본 적 있어? 주사 체험기

쭉 나열되어 있는 주사들의 효능을 보고 나자 오히려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저 아이유처럼 뽀얗고 속이 꽉 차 있는 듯한 피부를 갖고 싶었을 뿐인데, 몸매와 건강까지 책임져준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미심쩍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예전에 심한 몸살로 응급실에 가서 포도당 주사를 맞고 난 다음날,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개운했던 기분을 떠올려보니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라도 맞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에게 맞는 주사를 골라달라고 하자 하얗고 깨끗한 피부를 원한다면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백옥 주사와 안색정화를 위한 비타민 주사를 함께 맞아볼 것을 권했다. 효과를 볼 수 있는 횟수와 기간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니 일단 1주일 간격으로 다섯 차례 맞아보기로 했다. 백옥 주사와 비타민 주사 세트 가격은 5회에 20만 원. 이는 병원마다 차이가 있으나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링거를 맞는 시간은 15분에서 30분 사이. 

1주차: 미용을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고 생각하니 좀 더 고운 피부를 위해 평소에도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주사를 맞아서 피부가 확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탄력이 증가했다는 느낌이 들며 자꾸 피부를 만져보게 되었다.
2주차: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아 몸이 지친다고 느꼈는데 주사를 맞자 몸이 좀 개운하다고 느껴졌다. 안색이 조금 밝아진 기분은 들었지만 속까지 차오른 느낌과 같은 강력한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3주차: 주변에서 “피부가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물론 팩과 영양 크림으로 매일 관리해주기도 했다. 기분 탓인지 내가 보기에도 좀 하얘진 것 같다.
4주차: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있다. 백옥 주사가 간 해독을 해준다고 하니 왠지 몸속 노폐물도 빠져나가고 있는 기분이다. 
5주차: 피부 레이저 시술을 받은 것처럼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웰빙 주사와 병행하여 개인적으로 피부 관리도 하다 보니 미용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됐고 삶의 활력소도 되어주었다. 몸이 좀 더 개운해진 기분은 확실히 있다. 

부작용은 없을까? 

의사에게 웰빙 주사의 부작용에 대해 묻자 “뚜렷한 부작용은 없는 주사이며, 개인에 따라 주사를 맞고 매스꺼움이나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자 “2011년 필리핀 식품의약품국(FDA)에서는 글루타치온을 피부 미백 목적으로 주사할 경우 부작용이 있다”라는 언급이 있었고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이는 내과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효능”이란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백옥 주사나 비타민 주사의 원가가 싸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주사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삶은 당연히 정상적이지 않다. 뚜렷한 효과가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며 그저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니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정 궁금하면 직접 가서 맞아보면 되고! 결과는 아무도 책임 못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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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경은 | 포토그래퍼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