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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현대차의 외국인 어벤저스

현대차가 다양한 분야에 외국인 임원을 영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더 좋은 차를 더 좋은 가격에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7.12.12

리가 알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국내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다. 판매 법인은 말할 것도 없고 공장만 해도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체코와 터키 등 세계 곳곳에 있다. 주요 시장에는 현지에 맞는 차를 개발하고 좋은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기 위해 연구소를 세우기도 한다. 미국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유럽 기술연구소와 디자인센터를 두었고 인도, 일본, 중국에도 기술연구소가 있다. 말 그대로 세계에서 차를 개발하고 만들어서 파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럼에도 10여 년 전까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외국인 임원은 거의 없었다. 해외 판매 분야는 시장에 익숙한 현지 사람들을 쓰는 것이 당연했지만, 국내 본사는 대부분 한국인이었고 특히 의사결정권을 가진 각 부문의 임원들이 그랬다. 창업주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 흔히 가신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했고 현대차 특유의 상명하복의 권위적인 문화도 있었다. 그러던 현대차가 최근에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서 일하던 외국인 임원을 여러 부문, 특히 디자인과 개발 같은 엔지니어링은 물론이고 마케팅에도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다. 외국인 영입은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부문 사장부터 시작됐다. 과거 폭스바겐 비틀과 아우디 TT로 이름을 알린 자동차 디자이너로 2006년 기아차 디자인 최고경영자로 영입된 이래 K5 등을 히트시키며 단번에 실력을 보여주었다. 직접 디자인에 참여도 하지만 실무 디자이너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그들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자동차에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그룹 내에서 서자 취급을 당하던 기아자동차를 당시 사장이었던 정의선 부회장과 함께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현대, 기아 전체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고 그의 성공 스토리가 많은 외국인 임원들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두 번째 영입 인물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BMW M의 총책임자였던 알버트 비어만 시험 및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이다. 실제 차의 달리기 성능은 물론 모터스포츠 분야를 이끈다. 2014년 12월에 합류한 그는 현대의 양산차와 고성능 브랜드인 N을 기초부터 다잡고 있다. 현대차 내부의 엔지니어에 따르면 “자동차 개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장 목소리를 들은 후에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고 한다. 무조건적인 명령이 아닌 상호 간의 토론을 통해 발전적 방향을 보여주는, 말 그대로 리더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 센터장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와 무르시엘라고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폭스바겐 그룹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하며 함께 일했던 이상엽 상무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사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립한 것은 2015년 말이었지만 급하게 이뤄져 디자인적으로 현대차와 차별을 이루지 못했다. 동커볼케 전무가 합류한 이후에 데뷔한 G70가 있지만, 기본 틀이 이미 만들어진 상태였기에 디자인 관점으로 볼 때 완전히 독립된 디자인 언어는 올해 4월 뉴욕 모터쇼에서 발표한 GV80 콘셉트부터다. 앞뒤 램프에 쓰인 두 줄의 LED는 물론이고 차의 측면을 따라 포물선을 그리며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파라볼릭 라인도 G70에 녹아들었다. GV80의 양산 모델이 나오는 시기가 되면 완전히 독립된 브랜드로서 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될 것이다. 마케팅 분야에는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 전략 담당 전무가 있다. 람보르기니에서 마케팅 및 세일즈를 책임지며 세계적으로 판매량을 늘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제네시스를 현대차에서 확실히 떼어내 프리미엄 브랜드와 같은 반열에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열망의 대상(Being Desirable)’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잡고 G70부터 제품, 브랜드와 고객 경험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에 부족한 고급차에 대한 감각과 수입차 프리미엄 브랜드가 운영하는 소모성 부품 무상 수리 등을 시행하도록 힘을 실어주어 현실적인 변화를 이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테스트 센터를 이끄는 알렉산더 아이흐너 센터장도 업계에서 유명하다. 비어만 부사장에 의해 2016년 영입된 인물이다. 보쉬 소속으로 멕라렌과 AMG, 포르쉐 등에서 자동차 개발을 함께 진행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120명이 넘는 N 전담 인원 중에서 유럽 기술연구소 인원을 구성하고 얼마 전 유럽에서 데뷔한 i30N을 최종 조율했다. 독일에서 100대 한정으로 판매를 시작했던 i30N 퍼스트 에디션이 이틀 만에 모두 팔려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과 미국에서도 해외 인력을 영입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현대차가 고전하는 중국에는 시장에 특화된 사이먼 로스비를 현대차 디자인담당 상무로, 시트로엥 DS를 책임지던 올렉 손을 기아차 디자인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미국에서는 본격적으로 판매에 불을 붙이기 위해 벤츠 판매담당자로 오랜 기간 일했던 마티 포트를 판매 책임자로 앉혔다. BMW M의 디자인 책임자였던 피에르 르클레어를 국내 기아 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역시 BMW에서 7시리즈와 M 브랜드의 플랫폼 개발을 책임지던 파예즈 라만을 제네시스 아키텍처 개발실장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디자인과 고성능, 제네시스 브랜드가 그것이다. 각 분야는 단순히 경험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감각이 필요한 부분이다. 더욱이 각 분야의 책임자급을 앉히면서 거대 조직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 정치를 벗어나 자유롭게 본인의 역량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과거 현대차 내부에서 오너의 눈치를 보며 개인의 위치 사수에만 최선을 다했던 일부 ‘꼰대’ 임원들을 대체한 효과는 더 크다. 결국 이들의 활약이 미래의 현대차를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사실 소비자들의 바람은 단순하다. 더 좋은 차를 좋은 가격에 사기를 원한다. 외국인들이 바꾸게 될 현대차의 미래에 세계의 눈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현대차

CREDIT

EDITOR / 이동희 / PHOTO / Heyhoney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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