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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할리 타는 오빠들

‘할리 타는 아저씨’들은 여자들이 싫어하는 스타일의 표본집단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달라 보이는 남자들이 나타났다. 이번엔 오빠들이다

2017.12.07

여기 한 부류의 남자들이 있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다는 게 느껴진다. 눈썹 아래부터 엄지발가락 위까지, 저마다 부위는 다르지만 타투가 한가득이다. 헤어스타일은 스킨헤드(머리카락과 수염의 길이는 반비례하는 것 같다)부터 포마드를 잔뜩 발라 올려 멋을 낸 바버숍 헤어스타일까지 제각각이다. 제임스 딘이 살아 있던 시절에나 유행했을 법한 통 넓은 워크팬츠와 투박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하다. 이 남자들은 눈만 아니라 귀까지 주목시킨다. 50년도 더 된 엔진을 얹은 짐승 같은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이들을 세상은 한동안 이렇게 불러왔다. ‘할리 타는 아저씨들’. 여기까지만 말한다면 이 남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바로 그 ‘할리 타는 아저씨들’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요즘 이 남자들, 심상치 않다. 인스타그램에서 적게는 수백명부터 많게는 수천명까지 팔로워를 거느린다. 팔로워 중에는 물론 바이크와 타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바이크에 전혀 관심 없는 젊은 여성들도 많다. 피드에는 바이크, 타투, 인디언 액세서리, 아메리칸 캐주얼, 바버숍 등 올드스쿨 컬처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마치 하나의 신(Scene)처럼 보인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그랬듯 할리 데이비슨도 치열한 격전지 중 한 곳에 있었다. 자동차보다 기동성이 높은 까닭에 할리 데이비슨만으로 구성된 부대도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전장에서의 영광을 뒤로하고 바이크들은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동고동락했던 전우들은 그들을 잊지 않았다. 바이크를 차고로 가져와 일반 도로에서도 탈 수 있도록 조금씩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의 격동기’라 불리는 1960년대가 시작된다. “미국에서도 처음부터 모터사이클 신이 떡하니 자리 잡은 게 아니에요.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간 거죠. 당시에 유행했던 서브컬처, 히피니즘. 이게 다 같이 하나의 문화로 성장했어요. 올드스쿨의 시작이 바로 이때죠.” 1960년대 미국에서는 모터사이클을 중심으로 올드스쿨 디자인의 타투와 아메리칸 캐주얼, 인디언 액세서리가 하나의 아카이브로 함께 성장해왔다. 반면 한국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아저씨들이 일종의 도피처로 선택해 시작된 게 바로 모터사이클 문화였다. 아무래도 미국에서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고,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그 스타일에도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이걸 취미로 생각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우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취미로 바이크를 타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한테는 이게 그냥 전부예요. 시작하게 된 이유도, 배경도 다르니까 바이크를 대하는 방식도 다른 게 아닐까요.” 바이크를 탄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들은 바이크에 ‘미쳐서’ 산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타투이스트 빈울은 첫 바이크로 아이언 883을 중고로 구매했지만 두 달 만에 다시 팔았다. 그리고 그 돈으로 쇼블헤드 엔진과 주요 부품들을 구입한다. 쇼블헤드 엔진(Shovelhead engine)은 1966년부터 1984년까지만 생산된 할리 데이비슨의 2기통 엔진이다. 그렇게 첫 엔진을 얻고 첫 라이딩을 나가기까지 2년이 걸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도로 위에 나가면 생긴다.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기기 힘들어요. 남들이 봤을 때는 민폐죠. 연료통도 작아서 주유소가 보일 때마다 들어가야 할 정도예요. 중요한 건 엔진이 또 언제 퍼질지 모른다는 거예요. 투어를 나갔다가 한 대가 퍼지면 동료들이 다 기다려주고 수습을 도와요. 왜냐면 다음번에 퍼지는 엔진이 내 바이크일지 모르니까. 그래서 내 일처럼 도와줘요. 전우애라고 해야 할까, 브라더십이라고 해야 할까. 이 바닥 사람들한테는 그런 게 있어요.”


 

1년에 한 번, 전국에 퍼져 있는 ‘바이크에 미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바로 휠 다이브(Wheel Dive)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휠 다이브에는 300여 명의 바이커와 20개의 부스가 참가했다. 부스에서는 바버숍, 액세서리, 바이크 부품, 아메리칸 캐주얼 등 바이커의, 바이커에 의한, 바이커를 위한 모든 것들이 마련됐다. 모터사이클 페스티벌은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이미 매년 엄청난 규모로 열리고 있다. 그로 인한 경제적 수익도 상당하다. 바로 이 지점이 동호회 모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친목 도모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신을 만들어보자는 것. 그것이 바로 빈울과 맥코이, 유진석 세 사람이 휠 다이브를 시작한 이유다. 한동안 ‘욜로(YOLO)’라는 단어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그 열풍이 언제부터인가 강박처럼 느껴졌다. 자유가 강요받는 순간, 그 자리에는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고 강박만 남는다. 이 남자들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그냥 좋으니까 하는 거다. 옷차림도, 타투도, 바이크도. 그들은 굳이 누군가의 팔로워가 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삶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가며 살아간다. 그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봤다.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오늘도 조금 더 늘어 있었다.  

 

 

 

 

 

모터트렌드, 바이크 할리 데이비슨

 

CREDIT

EDITOR / 주현욱 / PHOTO / WHEEL DIVE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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