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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아이들에게 운전 교육을

쉽게 딸 수 있는 운전면허증은 부작용이 크다. 시험 강화도 좋지만 어릴 적부터 의무적으로 제대로 된 운전을 학습하면 더 좋겠다

2017.12.06

몇 년 전, 이사 갈 집을 계약하러 갔을 때다. 부동산 중개사는 내가 합법적으로 운전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자 순순히 계약서를 내밀었다. 몇 주 전, 더 빠르다는 인터넷 TV를 설치하려 할 때도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나서야 TV 단말기를 달 수 있었다. 며칠 전, 딸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할 때에도 마찬가지. 지갑을 열고 ‘운전면허증’을 꺼내 들었다. 재미있지 않나? 운전면허증이 합법적으로 운전을 허가받았음을 입증하는 경우보다 우리의 신분증 역할을 더 자주 한다는 점 말이다. 과연 운전면허증은 본래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할까? 신분증이기에 앞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음을 보장하는 견고한 증명일 수 있을까? 아쉽게도 아직 지갑 속 면허증의 무게가 한없이 가볍다. 우리의 면허 제도는 수차례 변화를 겪었다. 한때 지나치게 간소화된 시험 방식으로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원정 성형수술을 받으러 해외에서 몰려드는 현상이야 나름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이라 해도, 난이도 낮은 시험제도 때문에 원정 면허취득 여행을 오는 건 개탄스러웠다. 면허 제도가 쉬워지면 면허 자체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한국의 운전면허는 개인이 응시하는 경우 1시간의 교통안전 교육을 받은 후, 신체검사와 필기시험을 치른다. 이를 통과하면 장내 코스에서 기능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연습 면허를 발급받은 후 일정 시간 연습 주행을 채우고 나서 최종 도로주행시험을 보게 된다. 형태만 보면 핵심 요소는 다 갖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운전면허 전문 학원의 커리큘럼을 들여다보면 학과 교육은 3시간, 장내 실기시험을 위한 교육이 4시간, 그리고 도로주행 연습 6시간의 구성이다. 운전 및 자동차 운행과 관련한 전반적인 이론 내용을 3시간 만에 모두 전달할 수 있을까?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대한 준비는 청소년 의무교육 기간부터 자연스럽게 통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동차 운전은 물리와 화학 등 기초과학부터 도덕 및 윤리와 커뮤니케이션, 응급조치까지 얽힌 유기적 교육이 요구된다. 운전을 시작하기 전에 보행자로서 도로교통의 구성원이 되는 순간부터 움직이는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부분은 단 6시간 만에 끝나는 도로주행 훈련이다. 6시간의 운전은 하루짜리 주말여행으로도 마칠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몇 시간의 연습이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도로 위에 나와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훈련이 충분한지가 문제다. 면허 취득에 통상 3~6개월이 필요한 독일의 경우 일반주행 교육 외에도 특수주행 교육을 이수해야 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다. 뉘르부르크링 레이스 출전을 위해 독일에 체류할 당시, 운전면허를 갓 취득한 독일인에게 사연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시내 도로, 일반 국도를 비롯해 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에서 달려가며 운전학원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야간에도 일정 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는 이야기도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잉크도 마르지 않은 면허증의 소지자인 그녀는 사실 초보 운전자가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제도에서 충분히 훈련받은 후에 면허증을 갖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과 달리 한국은 차를 겨우 이동시킬 수 있는 수준에서 면허를 받는다. 면허를 내주기 전에 고속도로도 달려보고 입체교차로나 터널, 요금소와 주차장도 경험해야 한다. 회전교차로도 돌아봐야 한다. 회전교차로를 따라 도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먼저 선회하고 있는 자동차가 통행 우선권을 갖는다는 걸 몸소 체험해야 한다. 어두워졌을 때 헤드램프에 의존해 달리는 느낌도, 비 오는 날 와이퍼로 닦이는 유리창을 통해서 도로가 어떻게 보이는지도 알아야 한다. 기계를 다루는 기술을 넘어 올바른 교통문화를 체득하고 도로에 나서야 한다. 자동변속기 전용 면허 발급에도 난 회의적이다. 운전을 배우는 단계에서는 수동변속기가 자동차를 이해하는 데 더 많은 감각을 열어준다. 면허를 따고 연수를 받는 게 당연한 우리, 연수를 받고 면허를 따는 게 올바른 순서 아닐까? 운전 평가 항목도 세분화하고 엄격하게 평점을 주는 것도 좋겠다. 평점 체계가 정확해지고 평가 시스템에 공신력이 생긴다면, 만점으로 실기시험을 통과한 운전자에게 보험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해도 좋지 않을까? 이든이가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면 15년 정도 남았다. 변화가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기대한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운전면허증

CREDIT

EDITOR / 강병휘 / PHOTO / 최신엽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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