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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볼수록 매력적인

성능과 기능, 실용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왜건은 매력이 넘치는, 완벽한 자동차의 형태다

2017.11.30

스테이션왜건은 말 그대로 서부 개척시대 포장마차의 현대판이다. 20세기 중반 미국 가정의 세컨드카는 대부분 왜건이었고, 주말마다 ‘피크닉’이라는 자유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미니밴에 밀리고, 1990년대부터 SUV에 밀려 입지가 좁아졌다. 반면 자동차에서 실용을 앞세우는 유럽인들은 왜건을 좋아한다. 유럽에서는 덩치 큰 SUV를 자원 낭비가 심한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도 크다. 그래서 거의 모든 승용차마다 왜건 모델이 나오고, 때로는 세단보다 왜건의 판매가 많다. 유럽 문화를 흠모하는 일본의 경우도 레저와 어울려 왜건의 인기가 상당하다. 미국인들은 픽업트럭으로 생활 주변의 짐을 나르고, 유럽인들은 왜건으로 나른다. 그리고 우리는 용달차를 부른다. 나라마다 다른 환경이지만 우리의 취향은 미국과 많이 닮았다. 해치백보다는 노치백 세단을 좋아하고, 큰 차를 좋아한다. 왜건은 인기가 별로다. 자동차로 체면을 내세우는 분위기에서 왜건이 짐차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덩치로 어필하는 SUV에도 왜건은 밀린다. 자동차를 합리적으로 보는 나의 눈에 왜건은 완벽한 자동차의 형태가 아닌가 싶다. 일반 승용차의 트렁크 부분을 화물칸으로 늘린 차는 승용차와 같은 차이기에 운전이 편하다. 상대적으로 가벼워 연비가 좋고, 무게중심이 낮아 핸들링과 승차감이 좋다. 그리고 SUV보다 빠르다. 성능과 기능, 실용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508SW의 실내는 언뜻 단순하지만 직물과 검은 플라스틱으로 세련되게 매만졌다. 컵홀더는 에어컨 송풍구 아래 자리한다.

 

PEUGEOT 508SW
푸조 508SW는 앞바퀴굴림에 1.6리터 디젤 엔진을 얹은 실속파 왜건이다. 푸조에서 낭만을 찾아보지만 의외로 508은 프랑스 차답지 않게 평범하다. 프랑스 차에 이렇게 큰 차가 있었던가? 디자인으로 따지면 208이나 3008보다 한 세대 전 차인 것은 분명하다. 508SW는 옵션이 넉넉하지 않은 구성인데도 파노라믹 글라스루프가 달렸다. 수입차는 왜 하나같이 파노라믹 글라스에 집착하는지 궁금하다. 더욱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햇빛 성애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짐작하건대 비용 대비 차별화에 효과적이라 그럴 것이다. 파노라믹 루프는 비싼 만큼 화려함을 더한다. 508SW는 글라스루프가 열리지 않는 대신 통판으로 돼 있어 탁 트인 실내공간을 만들어낸다. 운전석에서 뒤 해치도어까지 쭉 뻗은 실내는 드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실내공간이 넉넉한 차는 뒷자리 무릎공간도 여유가 넘친다. 뒤 시트를 접으면 평평한 바닥이 왜건의 매력을 한껏 살린다. 누워 잘 수도 있고, 서핑보드를 싣는 것도 문제없다. 언뜻 보기에 볼보 크로스컨트리와 화물공간이 비슷하지만 푸조는 660리터로 볼보의 560리터보다 앞선다. 뒤 시트를 접으면 1865리터나 되는데, 볼보는 1526리터다. 평범한 디자인의 푸조 실내는 천과 검은 플라스틱으로 세련되게 매만졌다. 군용차처럼 보이는 계기반이 조금 생뚱맞지만 그래도 멋져 보인다. 세련된 디자인의 의자는 넓적다리를 받치는 쿠션이 짧은 게 아쉽다. 대시보드 왼쪽 구석에 달린 스타트 버튼에서 비로소 프랑스 감각을 찾는다. 1.6리터 디젤 엔진은 120마력의 최고출력과 30.6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엔진이 작아 보이지만 무게가 1610킬로그램에 불과한 차를 움직이기엔 부담이 크지 않다. 프랑스 차에서 6단 자동기어의 부드러움이 반갑다. 엔진은 최대토크를 중저속에 맞춰 다루기 쉬웠다. 달리고 서고 다시 가속하는 데 적절한 성능이 만족스럽다. 급가속을 하면 박진감도 느낄 만하지만 최고시속은 170킬로미터 정도가 한계인 듯싶다. 최고속도에 다다르는 순간까지 엔진은 뿌듯하다. 차 모양이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 같아 심리적으로 바닥에 들러붙은 기분이 든다. 비교적 단단한 승차감은 고속으로 갈수록 안정감이 들었다. 가벼운 스티어링휠은 솔직해서 감각이 살아 있다. 무게중심이 낮은 차는 구불거리는 길에 들어서서 속도를 높일수록 재미가 난다. 운전의 재미는 승용차 같은 레이아웃에서 시작된다. 힘이 넉넉지 않아 엔진의 모든 힘을 끌어내며 달리는데 이게 또 희열이 있다. 508SW는 있는 힘을 모두 내가 컨트롤한다는 게 재미있다. 120마력의 작은 힘은 하체가 든든한 차에서 여유롭게 다룰 수 있다. 반면 힘이 넘치는 볼보에서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푸조의 패들시프트는 스포티한 달리기를 위해서라기보다 엔진의 힘을 몽땅 뽑아 쓰기 위한 도구다. 간혹 엔진을 너무 혹사하는 건 아닌가 싶지만 푸조의 디젤 엔진은 전통적으로 내구성이 뛰어났다.

 

크로스컨트리의 실내. 대시보드가 깔끔한 건 좋지만 모든 것을 모니터에서 조절해야 하는 건 조금 성가시다.

 

VOLVO V90 CROSS COUNTRY
1990년대 미국으로부터 SUV 유행이 불었지만 유럽인들은 선뜻 받아들이기를 주저했다. 커다란 덩치가 유럽의 도로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자원 낭비라 본 것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어 벤츠와 BMW가 M 클래스, X5 같은 SUV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생산량이 30만대에도 미치지 못했던 볼보는 새로운 SUV를 개발하는 대신 기존의 왜건을 고쳐 내놓았다. V70의 차체를 살짝 들어올리고,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차를 두르고, 앞뒤로 스키드 플레이트를 달았다. 전혀 색다른 감각이 싱그러웠다. 개발에 들어간 돈은 많지 않았다. 이렇게 나온 차가 1997년형 볼보 V70 XC였다. 독특한 매력을 발하는 차는 곧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았다. 1999년 아우디 올로드가 나오면서 이런 종류의 차에 열기를 더했다. 오늘 나온 시승차 V90 크로스컨트리는 표준형 왜건인 V90보다 차고가 5.8센티미터 높아 최저지상고가 21센티미터나 된다. 볼보만의 실루엣을 강조하며 시원스레 내뻗은 V90는 멋졌다. V90를 업그레이드한 크로스컨트리는 매력에 매력을 더한다. 껑충한 차체는 어떤 지형도 거침없이 헤쳐나갈 듯하고, 사방을 두른 검은 플라스틱 몰딩은 외부의 충격을 모두 받아들일 것만 같다. 그러면서 SUV보다 낮으니 안정감이 크고, 빠르게 달릴 거다. 실내 디자인 또한 벤츠나 BMW와 달리 볼보만의 개성을 담았다. 볼보의 실내는 크롬과 나무 조각, 밝은색과 검은색 가죽의 조화로 고급스러움이 넘쳐난다. 벤틀리 출신 디자이너의 손길을 따라 클래식과 모던이 조화를 이뤘다. 대시보드가 깔끔한 건 좋지만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통해 모든 것을 조절해야 하는 건 조금 성가시다. 넓적다리를 받쳐주는 시트가 마음에 들지만 이 역시 모니터를 통해 조절해야 한다. 푸조와 볼보는 값 차이만큼이나 세세한 장비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볼보 화물칸은 쇼핑백 고정판 등을 달아 고급차의 면모가 돋보이는 반면, 푸조는 자동이 아닌 손으로 여는 해치도어 등으로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다. 볼보 역시 2열 시트를 접으면 평편하고 거대한 화물공간이 만들어진다. 왜건의 매력은 승용차로 모든 기능을 다 하면서 트렁크 공간을 크게 넓히는 거다. 생활에 무궁무진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볼보 역시 스타트 버튼이 독특하다. 센터콘솔의 노브를 옆으로 비틀면 시동이 켜진다. 모두가 2.0리터인 볼보의 엔진 패밀리에서 시승차에 달린 건 D5 엔진이다. 터보에 파워펄스 기술까지 더한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kg·m를 낸다. 8단 기어트로닉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전자식 할덱스 타입의 AWD를 갖춘 크로스컨트리는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까지 달아 오프로드에서 저속기어 효과를 낸다. 2톤의 무게지만 힘이 여유로워 가속이 세차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이 7.5초이니 운동성능이 충분하다. 핸들링이 좋고, 승차감이 풍요롭지만 키가 큰 만큼 고속으로 달릴 때 요철에 대한 진동이 없지 않다. 시속 200킬로미터에선 접지력이 부족한 감도 들었다. 물론 508SW는 이르지 못하는 속도 영역이다. 크로스컨트리는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시속 25마일로 제한)로 나뉜 주행모드를 바꿔가며 다양한 운전재미를 누릴 수 있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인 만큼 긴급 제동장치인 시티 세이프티 등 안전장비가 넘쳐난다. 한 번도 실험해본 적은 없지만, 내가 모르는 순간 알아서 차를 세운다는 시티 세이프티는 정말 고마운 장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준자율주행 장비를 달아 앞차와의 거리를 알아서 조절하고, 차선을 벗어나면 스티어링휠을 수정하는 등 소소한 기능이 운전을 편하게 한다.

 

 

EPILOGUE
508처럼 큰 차는 프랑스 여행길에서 별로 본 기억이 없다. 흔치 않은 프랑스 차에서 가치가 느껴진다. 스테이션왜건은 SUV에서 얻지 못하는 재미가 있다. 납작하게 바닥에 엎드린 차는 달리는 맛이 다르다. 크로스컨트리는 넉넉하고 안락하며 실용적이다. 볼보가 오래도록 이어오고 있는 자동차 형태는 클래식한 면이 있어 고급차 분위기가 물씬하다. 지성미가 흐르는 차에 우아함이 배어 있다. 곳곳에서 볼보가 잘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왜건은 유럽차를 중심으로 깊이를 더하면서 매력 넘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에디터_서인수 

 

 

 

 

 

 

 

모터트렌드, 스페셜 리뷰, 왜건

CREDIT

EDITOR / 박규철 / PHOTO / 김형영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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