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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휴가를 위해 태어나다

한국지엠이 내년 수입을 검토 중인 트래버스는 가족 여행용 차로 얼마나 쓸만할까?

2017.11.30

주특기 쉐보레 트래버스의 짐칸은 가로 1.2미터, 세로 2.4미터 크기의 패널이 들어갈 만큼(혹은 가족의 여행용품이 모두 들어갈 만큼) 넓다. 찬양하라! 트렁크 아래 공간엔 작은 기내용 캐리어가 통째로 들어간다.

 

여름 끝자락에서 쉐보레는 가족과 함께 떠나는 장기 여행을 위한 3열 크로스오버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바로 쉐보레 트래버스다. 하필 시승차를 받았을 때 <모터 트렌드> 디트로이트 지부의 거의 모든 스태프가 지방 출장을 갔다. 홀로 남겨진 나는 트래버스를 타고 디트로이트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동시에 갖가지 기사를 작성해야만 했다. 덕분에 최고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36.8kg·m를 발휘하는 V6 엔진과 기어비의 짜임새가 좋은 9단 변속기, 단단하고 반응성이 빠른 서스펜션을 갖춘 트래버스를 홀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혼자만 차를 몰고 다닌 탓에 2열에 있는 미닫이 방식의 ‘캡틴 체어(어린이용 시트도 설치돼 있다)’와 아름다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듀얼 선루프, 커다란 옆 창문이 주는 개방감, 2265킬로그램 이상의 적재량, 시트 쿠션부터 천장까지 1미터에 가까운 3열의 공간 등 동승자를 위한 기능들을 즐겨볼 수가 없었다. 이전 세대보다 휠베이스가 50밀리미터 늘어나는 등 외관을 둘러싼 수치들이 증가했지만 이 거대한 차는 159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했다. 모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공차중량이 약 7퍼센트 가벼워져 출력은 8퍼센트 올랐고 1단 기어의 영향력이 13퍼센트 증가했다. 덕분에 신호등에서 출발할 때 날렵하고 힘찬 가속을 선보인다. 시승 모델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 도달하는 데 6.7초가 걸린다. 이는 136킬로그램 더 무거운 전 세대 모델보다 1초 빠른 기록이다. 성능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트래버스보다 158킬로그램 가볍고 살짝 작은 혼다 파일럿 엘리트(가속시간 6.2초)와 힘 좋은 3.5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을 품은 포드 익스플로러 플래티넘(트래버스보다 143킬로그램 무겁다. 가속시간 6.4초)만이 더 빠른 기록을 갖고 있다. 또한 255마력을 발휘하는 2.0리터 터보 엔진의 성능도 예상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앞바퀴굴림에, 공차중량은 더 가볍다. V6 엔진보다 최대토크도 4kg·m 더 발휘한다.
 

 

넉넉한 토크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변속기가 더해져 차들로 빽빽한 도로 위에서도 쏜살같은 가속이 가능하다. 시속 73킬로미터에서 시속 105킬로미터까지 3.4초에 도달하며 공식적으로 이전보다 0.6초 단축됐다. 톱 기어에 도달하면 1단부터 9단까지 25퍼센트 넓어진 기어비 덕분에 2016년형 V6 모델보다 엔진 회전수가 8퍼센트 더 느리게 돌아간다. 9단 자동변속기의 가장 큰 장점은 변속할 때 생기는 덜컹거림을 운전자가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마치 호놀룰루 거리의 악사나 브루노 마스의 목소리처럼, 혹은 누텔라 초코잼의 감촉처럼 부드럽다. 지금까지 다뤄본 어떤 9단 변속기보다 부드럽게 변속하며 아무리 급작스럽게 스로틀 포지션을 바꿔도 아무 망설임 없이 최적의 기어로 변속한다. 몇몇 변속기들이 한 타이밍 늦게 변속할 때 울려 퍼지는 둔탁한 소리 역시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렇다고 불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트래버스 변속기 담당 부서에 청원할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 저단 기어가 좀 더 오래 유지돼야 하고, 나같이 둔한 사람들을 위해 현재 기어의 위치를 디스플레이에 표시해줬으면 한다. 포드가 쉐보레와 함께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F-150의 기어 디스플레이처럼 말이다. 쉐보레는 연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가벼운 중량과 최적화된 변속기를 자랑하는 트래버스에 정교한 스톱앤스타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스타터 모터 피니언이 플라이휠의 회전속도와 반응해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스톱앤스타트 시스템이 작동해 시동은 꺼졌지만 엔진은 완전히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출발을 해야 할 때도 즉각적으로 다시 시동이 걸린다. 앞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 V6 모델 모두 EPA 공식 연비가 리터당 1.27킬로미터 향상됐다(리터당 8.9, 8.5킬로미터). GM에 따르면 2.0리터 앞바퀴굴림 모델의 연비는 리터당 9.4킬로미터라고 한다.

 

 

서스펜션이 못 미덥다고?
짐이 한가득 실린 대형 크로스오버에선 민첩한 핸들링과 편안한 승차감을 포기해야 한다. 트래버스 개발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ZF 쇼크 업소버를 달았다. 이 장치에는 특별한 밸브가 달려 있는데 덕분에 적은 하중으로도 댐핑이 확실히 변하고, 그 과정 역시 매우 자연스럽다. 이 기술은 차체에 전해지는 진동과 소음을 줄여주며 비교적 단순한 트윈튜브 쇼크를 비싼 모노튜브 쇼크처럼 느껴지게 한다. 유압식 마운트는 앞쪽 스트럿의 컨트롤 암 끝부분(라이드 컨트롤)과 뒤 서스펜션 크래들 앞쪽에 위치한다. 정밀한 핸들링을 위해 수평으로 연결된 신형 5링크 리어 서스펜션은 더 단단해졌다. 무게가 많이 실리는 뒤쪽 코일 스프링에는 크고 기다란 범프 스톱을 추가했다. 복합 소재로 제작된 이 부품은 가변 보조 스프링처럼 기능하며, 서스펜션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도 부드러운 착지를 돕는다. 

 

 

섀시 튜닝 부서의 갖은 노력 끝에 트래버스는 가파른 고속도로와 거칠고 움푹 팬 아스팔트 위에서도 매끄러운 주행을 선사한다. 더 인상적인 건 차체를 최소한으로 움직여 코너를 진입하면서도 빠져나올 때까지 서스펜션이 출렁대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코너를 도는 내내 일관된 자세를 유지한다. 핸들링 테스트 일정이 잡혀 있던 날, 도로 위의 열기가 우리의 테스트를 고달프게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트래버스의 MT 8자 주행 기록은 이전 세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측정됐다. 접지력과 제동력 수치도 상당히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얼마 전 미시간주 동남부에서 이뤄진 10단 자동변속기를 지닌 F-150 테스트 드라이브가 상당히 인상적이었기에 트래버스는 나에게 실망을 안겼다. 구불구불한 사막 도로를 주행하는 동안 느낀 것인데, 아이들을 뒷좌석에 태운 부모들이 한 번쯤 꿈꿨을 과격한 코너링을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눈에 띄게 정숙한 실내에서 아이들의 끊임없는 재잘거림을 듣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물론 뒤에 앉은 아이들이 토해놓은 음식물 처리는 운전한 부모의 몫이지만. 이것만 기억하라. 트래버스는 과격한 주행에도 언제나 준비가 돼 있다.

 

 

한가한 주말을 보내고 난 후, 트래버스의 여유로운 실내공간(이전 모델보다 10퍼센트가 더 넓어졌으며 출시한 그 어떤 3열 차량 중 가장 넓다)을 차분히 살펴봤다. 시트 뒤와 바닥 모두 충분한 수납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USB 충전 단자는 모든 좌석에 사용하기 편리하게 곳곳에 있다. 깊은 모래사막을 달리기에 AWD 시스템의 오프로드 모드만큼 효과적인 시스템을 찾기 어려울 거다. 하지만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는 다이얼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이얼이 기어레버 바로 아래 있어 안 그래도 흐릿하게 보이는 아이콘 형태를 식별하기 어렵다. 게다가 다이얼은 힘없이 돌아가 내가 원하는 모드에 한 번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뒷좌석은 예상만큼 안락한 느낌은 아니었다. 2열에 있는 ‘캡틴 체어’ 시트는 얇고 단단하지만 운전석보다 높이 위치해 창밖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3열 좌석의 편의성을 위해 휠베이스를 늘렸지만 178센티미터인 내가 앉기에도 무릎 공간이 비좁다. 비교적 낮은 쿠션과 높은 천장 때문에 무릎을 높이 세우는 불편한 자세를 취해야만 했다. 차체 양옆에 미닫이 방식 문짝을 갖춘 폭스바겐 아틀라스의 3열이 (수치상으로 더 좁은데도) 훨씬 편안하게 느껴졌다. 쉐보레는 트래버스의 운전자 쪽 문짝을 미닫이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 거대한 차는 여느 7, 8인승 차에 뒤지지 않을 만큼 날렵하게 당신을 약속 장소로 데려다준다. 스포츠 변속기가 옵션으로 추가되면 더할 나위 없겠다. 승차감은 편안하고 정숙하며 멋진 외관과 넓디넓은 적재 공간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차를 완벽한 휴가용 차량으로 평가하기엔 불편한 뒷좌석과 부족한 가속력이 눈에 계속 걸린다. 신형 트래버스가 해결해야 할 작은 문제일 뿐이지만. 에디터_김선관

 

 

 

 

 

 

 

모터트렌드, 시승기, 트래버스

CREDIT

EDITOR / 김선관 / PHOTO / 한국지엠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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