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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뭐예요?

볼보는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강조한다. 그런데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뭐지?

2017.11.24

고백하건대, 이번에 난 볼보의 새로운 XC60에 마음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런데 이상한 건 “왜 좋아?”라는 누군가의 물음에는 딱히 떠오르는 대답이 없다는 점이었다. 쥐어짜고 쥐어짜서 꺼낸 말이 “이상하게 편안하네”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였는데, 그건 내가 생각해도 참 애매한 답변이었다. 세상에 부드럽고 편안한 차가 얼마나 많은데 콕 집어 볼보인 까닭은 무엇이며, 대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뭐냐는 거다. 그쯤 되자 차에 마음이 빼앗긴 건 뒷전이고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그 모호한 매력이 어디서 비롯하는지가 몸살 나게 더 궁금해졌다. 누군가가 필요했다. 북유럽 디자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제격인 인물이 있었다. 볼보자동차 외장 디자인 팀 선임 디자이너 이정현 씨다. 그는 2006년 건국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과 함께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에 들어가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다. 볼보자동차에 외장 디자이너로 입사한 건 2010년이었다. 이후 메인 디자이너로 신형 XC60 디자인 작업을 주도했다. 10년 가까이 스웨덴에 있고 지금도 스웨덴 회사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는 그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걸었다. “제가 보고 듣고 겪은 북유럽 디자인의 본질은 ‘사람’에 있습니다. 무엇을 디자인하고 만들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요.” 아름다운 생각이다. 사람이 먼저다, 라니. 하지만 어떤 디자이너도 사람이 쓰지 못할 물건을 디자인하진 않는다. “그런 경우 있잖아요.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보기에도 멋져서 눈길을 사로잡는 제품, 하지만 너무 복잡해서 사용법을 새롭게 학습해야 하거나 잘못 만지면 큰일 날 것 같은 제품. 그건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에요. 북유럽 디자인은 편안한 게 우선입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디자이너는 스타일리스트이기보다 설계자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토마스 잉엔라트 부사장이 디자인 총괄로 있을 때 항상 강조하던 말이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안 뷰티였죠. 그는 이 말을 ‘더 이상 덜어낼 수 없을 때까지 덜어내는 것’이라고 정의하곤 했습니다. 선과 면을 최소한으로 쓰면 디자인이 깔끔하고 순수해지죠.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영원한 디자인에 가까워지는 거예요.” 분명 그렇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독일의 기능주의 디자인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물론 둘 사이엔 따뜻함과 차가움, 간결함과 견고함이라는 엄연한 경계가 존재한다. 당연히 북유럽의 그것이 대체로 따뜻하며 간결한 쪽이고. 

 

 

XC60 인테리어는 밝고 따스하며 간결하다. 메인 디자이너 이정현 씨는 “안팎 어디서든 선으로 튀어 보이는 건 지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자체로 북유럽답다.

 

 

볼보가 2016 베이징 모터쇼에서 공개한 S90 엑셀런스의 인테리어 콘셉트. 조수석 시트를 없애고 라운지 콘솔을 달아 최고의 뒷자리를 완성했다.  

 

 

“스웨덴에 처음 왔을 때 낯설었던 게, 어디에도 형광등이 없더라고요. 노란색 등뿐인 거예요. 처음엔 어두컴컴해서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그 노란색 불빛이 편안하게 느껴지더군요. 북유럽 가정의 실내는 대체로 그래요. 조명은 따뜻한 노란색이고, 인테리어에 주로 쓰는 색도 파스텔 톤에 가깝죠. 색깔을 많이 쓰는 법도 없고요.” 스웨덴의 흔한 가정집을 경험해본 적 없는 우리에게 새로운 XC60의 인테리어는 그것이 이런 분위기일 것이란 어렴풋한 단서를 제공한다. 의자 등받이는 등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대시보드는 최소한의 버튼과 반듯한 디스플레이로 깔끔하게 구성돼 있다. 나뭇결이 살아 있는 원목 장식엔 따스한 기운이 가득하고, 앞뒤 좌우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엔 갑갑함이 적다. 그의 경험담 덕분에 따뜻하고 편안한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 기조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남은 건 볼보의 디자인 기조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볼보는 어떻게 스스로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걸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겠네요.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에 있어요. 안전과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사람을 위해서지요. 볼보는 안전과 상충하는 아이디어라면 아무리 보기 좋아도 채택하지 않아요. 아예 디자인 방향을 바꿔버리기도 하죠. 차량 안전과 관련한 국제적 기준이 있지만 볼보의 기준은 그보다 훨씬 엄격합니다. 저를 비롯한 볼보 개발자들이 정말 듣고 싶지 않은 얘기가 뭔지 아세요? ‘아, 유럽 안전기준은 통과했네? 그런데 볼보 기준은 넘지 못했어’예요.” 아아, 잘 알고 있다. 볼보가 안전에 천착하는 브랜드라는 것쯤은. 내가 궁금한 건 그것 말고 볼보만의 미적 기준이다. “완벽한 비율, 그리고 정제된 선과 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SPA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볼보는 후륜구동 차처럼 매우 안정적이고 아름다운 비율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프리미엄 비율이라고 정리하고 있어요. 거기에 볼보다운 선과 면이 더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오목한 면과 오목한 면이 만나서 생기는 라인은 볼보답다고 하지 않아요. 어둡고, 공격적이거든요. 반면 오목한 면과 볼록한 면, 볼록한 면과 볼록한 면의 만남에선 볼보다운 라인이 드러나지요. 부드러운 면의 형태에서 날카롭고 섹시한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C60의 도어는 면이 매우 부드럽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둥근 면은 아니에요. 0.1밀리미터씩 더하고 빼면서 편안하면서도 긴장된 느낌을 찾아냈죠. 스웨덴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중 ‘라곰(Lagom)’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굳이 해석하자면 ‘적당한’ 정도일 텐데 이는 스웨덴 사람들의 전반적인 생활양식에 가깝습니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균형 잡힌 삶을 이야기하죠. 북유럽 디자인은 그런 생활양식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거예요. 볼보의 프리미엄 디자인도 예외가 아니고요.” 그제야 조금 선명해졌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볼보의 자동차를 대할 때마다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는지. 나, 어쩌면 북유럽의 사고방식에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라곰!    

 

 

 

 

 

모터트렌드. 볼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CREDIT

EDITOR / 김형준 / PHOTO / 볼보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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