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 토요타가 8세대 캠리를 국내에 출시했다. 그리고 한 주 뒤인 10월 23~24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승 행사를 열었다. 렉서스의 브랜드 체험 공간인 ‘커넥트 투’가 자리한 롯데월드몰 지하주차장엔 10여 대의 캠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당자에게 열쇠를 건네받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역시’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새 차인데 어제 탄 차처럼 익숙해서다. 토요타와 렉서스 차들은 처음 타도, 오랜만에 타도 늘 타던 차처럼 편하고 익숙하다. 어쩌면 이런 느낌이 토요타의 가장 큰 장점인지도 모르겠다. 신형 캠리는 플랫폼부터 엔진까지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플랫폼은 시트 포지션을 22밀리미터 낮춰 낮고 안정적인 자세를 만든다. 시트 포지션이 낮아진 탓에 시야도 낮아져 불편할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보닛도 40밀리미터 낮춰 앞 시야는 여전히 시원하니까. 내가 탄 하이브리드 모델은 2.5리터 휘발유 엔진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결합했다. 배터리를 이전 모델처럼 트렁크 바닥에 두지 않고 시트 바닥으로 옮겨 무게중심을 낮추는 한편 트렁크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했다. 2.5리터 휘발유 엔진은 밸브 사이의 각도를 넓히고 흡기 포트를 일자로 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효율적으로 힘을 내도록 매만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시스템 최고출력은 211마력으로 고속으로 달리는 맛이 꽤 경쾌하다. 오른발에 조금만 힘을 줘도 엔진 소리가 금세 사나워진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나갈 땐 파고드는 맛이 삼삼하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를 출시하면서 ‘와일드 하이브리드’란 수식어를 붙였다. 더 이상 지구를 걱정하는 무난한 세단으로만 보이고 싶진 않다는 뜻에서다. 날카로운 얼굴과 낮은 무게중심, 뿌듯하게 힘을 토해내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캠리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 놨다. 그렇다고 스포츠 세단처럼 거칠고 다이내믹하게 달린다는 뜻은 아니다. 이전 캠리보다 움직임이나 가속감이 시원하고, 경쾌해지긴 했지만 안락하고 푸근한 맛은 여전하다. 특히 엉덩이가 푹 파묻히는 시트는 우리 집 거실 소파만큼이나 푸근하고 편하다. 넉넉한 뒷자리는 등받이가 살짝 뒤로 누워 있어 더없이 편안하다. EV 모드로 달릴 땐 이보다 조용하고 매끈할 수 없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가 차선이탈 경고를 비롯해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과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 오토매틱 하이빔 등 다양한 안전장비를 품었다고 자랑했다.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은 스스로 멈추는 기능까진 발휘하지 못하지만 제동력을 높여 충돌 위험을 줄여준다. 10월 말까지 신형 캠리의 누적 계약대수는 2000대를 넘었다. 토요타 측은 9월부터 계약을 받았는데 두 달 동안 4개월 치 판매 목표량을 넘었다고 흐뭇해했다. 3시간 남짓이지만 캠리 하이브리드를 타본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분명 자신의 선택에 만족할 것이라고.   글_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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